숱한 좌절에도 포기를 모르는 여성CEO

(주)주명 주정은 대표는 토종닭업계에서 ‘오뚜기’로 통한다. 부도, AI 등 반복되는 각종 악재로 인해 쓰러졌다 다시 일어서는 주 대표의 진념에 업계에서 붙여준 별명이다.

축산업은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질 만큼 드세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장이다. 때문에 여성으로서 사업을 펼치기에는 무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곳이다. 이런 살벌한(?) 곳에서 주 대표는 벌써 30여년간 양계업과 연을 이어가고 있다. 

주 대표가 양계산업에 뛰어든 계기는 충남 논산에서 육계 사육을 했던 시댁 영향이 컸다. 당시 열악한 유통시장으로 인해 닭 판매가 마땅치 않자 남편이 ‘함열유통’을 창업하면서 자연스럽게 연을 맺게 됐다.

때마침 ‘맥시칸’ 등 치킨산업이 첫발을 내딛으면서 주 대표의 육계 유통업도 호황을 맞았다. 당시 ‘함열유통’은 국내 육계 유통업의 시초라 할 만큼 전국 각지에서 육계유통의 메카로 단숨에 올라섰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주 대표에게 첫 번째 위기가 닥쳤다. ‘욕심이 과하면 탈이 난다’는 옛말이 현실이 된 것이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사육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탈이 나기 시작했다. 저렴한 값에 사료를 공급받고 성장한 닭을 납품했던 거래처에서 10억원의 부도를 낸 것. 고스란히 10억원의 부채를 떠안게 된 주 대표는 일순간에 모든 것을 잃었다.

자포자기 심정에서도 그녀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은 우연히 토종닭 유통업과 연이 닿으면서다. 주 대표가 토종닭 유통업에 눈을 뜨기 시작할 무렵 그녀의 경쟁상대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었다. 더구나 ‘미륵산 참숯토종닭’이라는 브랜드 제품을 확보하면서 재기의 발판이 마련됐다. 당시 부산광역시에만 매장이 50여개에 달했던 최대 유통매장과 납품계약을 체결하고 주 대표의 재기는 순탄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주 대표가 토종닭 유통업으로 돈좀 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온갖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육계 계열화사업을 시작한 업체들마저 토종닭 유통업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주 대표를 더욱 괴롭혔던 것은 취약한 유통구조였다. 현금거래보다는 어음, 외상 거래가 일상화되면서 연쇄부도 우려가 높았던 것. 한 곳의 업체에서 부도가 나면 거래했던 업체들도 부도가 날 수밖에 없었던 구조가 당시 토종닭 유통업이었다. 우려는 현실이 됐고, 거래처에서 5억원의 부도를 내면서 주 대표의 재기의지는 또 꺾였다. 악착같이 버텨가며 기지개를 펼 순간에는 AI(조류인플루엔자) 화마까지 닥쳤다.
이쯤 되면 양계산업과 지긋한 악연을 끊을 만 했지만 그녀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30년 넘게 연을 맺어온 양계산업에 발자취는 남기고 가겠다는 꿈마저 포기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주 대표는 “주변에서는 하루빨리 양계업을 정리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보라고 권유하지만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다”면서 “30년간 질기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토종닭산업에 오랫동안 기억될 ‘정점(頂點)’을 찍어보겠다는 신념 때문이다”고 말했다.
현재 주 대표는 토종닭 종계 9,000수를 사육 중이며, 직영농장 3곳에서 연간 20만수 내외 토종닭 유통업에 매진하고 있다.

주 대표는 “조속한 시일내 ‘미륵산 참숯토종닭’, ‘황금닭’ 등 브랜드사업을 추진하다 실패했던 과거를 되짚어 재추진해 볼 계획”이라며 “자본력, 조직구성, 사업방향 등이 명확하게 설정돼야 브랜드사업의 성공가능성이 높은 만큼 세밀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남들이 인정할 만큼 성공도 해봤고 쓰디쓴 실패도 숱하게 맛봤던 주 대표. 그는 ‘포기’라는 단어를 무척 싫어한다. 실패했다고 좌절하기 보다는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이 넘치기 때문이다. 토종닭산업에서 반드시 정점을 찍겠다는 주 대표의 포부가 실현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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