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 여건변화와 연구개발
 2. 농업 기초연구 부문
 3. 농업생명공학 분야
 4. 식량작물 분야
 5. 원예특작 분야
 6. 축산 분야
 7. 농업기술실용화 부문
 8. 국제농업기술협력 분야
 9. 성과와 과제 Ⅰ
10. 성과와 과제 Ⅱ

◇ 자급률 급락, ‘공기’ 같은 식량 가치


정부가 잠정 집계해 발표한 ‘국내 곡물자급률 현황’이 충격파를 일으키고 있다. 20%대 후반에서 박스를 형성하던 곡물자급률이 22%대로 급락한 것이다. 쌀 자급률의 경우 2010년 104.6%에서 2011년 21.6% 포인트 감소한 83.0%에 머물렀다. 흉년으로 쌀 자급률이 급락한 1981년 이후 최저치다.

쌀 자급률 하락은 곡물자급률 추락으로 이어졌다. 2011년 곡물자급률은 22.6%로 전년 27.6%에서 5%포인트나 떨어졌다. 1997년 이후 곡물자급률이 26〜31%를 유지하며 매년 변동 폭이 1〜2%포인트에 불과한 것에 견주면 이변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밀 살리기 운동의 영향인지 밀만이 0.2%포인트 상승해 자급률 1.1%를 기록한 것 외에는 주요 식량작물 대부분이 자급률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감자와 고구마는 1.7%포인트, 보리쌀 1.8%포인트, 콩은 3.7%포인트나 자급률이 줄었다.

세계 곡물수급상황도 여의찮다. 2010년 러시아, 브라질 등의 기상재해로 곡물 공급불안이 야기되면서 주요 곡물생산국의 수출제한조치로 인해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하는 추세다. 폭염과 가뭄에 따른 캐나다와 러시아의 밀 생산량 감소, 호주 등 몇몇 나라의 사료용 소비 증가는 세계 밀 기말재고율을 2.7%포인트나 감소케 했다. 옥수수와 콩도 생산량은 줄어든 반면 미국의 에탄올 연료용 옥수수 소비 증가, 중국의 대두 소비량 급증 등에 따라 재고율이 하락하고 국제가격은 치솟고 있다. 최근 일련의 곡물파동은 홍수, 가뭄 같은 기상이변으로 작황이 부진할 경우 곡물수출을 제한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중장기적으로 공급불안이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식량수급, 기초식량자급률 제고, 최소한의 곡물생산기반 유지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현안이 되고 있다. 특히 선진국이나 농업강국의 경우 식량자급률이 대개 100%를 초과해 달성하고 있는 것과 달리 식량자급률 83.0%, 곡물자급률 22.6%로 급전직하한 우리나라로서는 식량문제가 ‘발등의 불’인 셈이다. 통일벼로 상징되는 녹색혁명으로 식량자급을 달성했던 1970년대에 견주면 격세지감일 수밖에 없다. 공기나 물 같이 으레 있는 것으로 치부하던 식량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는 까닭이다.


자급이후 주변부로 밀린 ‘식량’, 위기에 가치 격상

녹색혁명 본산 식량과학원…연구개발로 ‘구원등판’


▲ 무논점파



◇ 식량분야 연구, 위기극복에 솔선


식량위기에 대한 국가차원의 대응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생산기반과 수급, 공공비축 등 정책적 대응만큼이나 중요한 부문이 바로 연구개발이다. 임상종 식량과학원장은 “식량자급률 제고 등 국가식량안보를 위한 연구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연구개발에 대한 집중투자야말로 농업기술선진국 도약과 다가올 ‘식량전쟁’의 유리한 고지 선점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식량작물분야 연구를 책임지고 있는 식량과학원은 근래 4년여 동안 적잖은 성과를 냈다. 우선 전국 어디서나 지역에 알맞은 벼 품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적합품종, 적정재배기술 개발에 노력해왔다. 아울러 쌀의 부가가치 제고와 소비확대를 꾀하는 차원에서 가공용, 기능성 쌀 품종을 개발하고 산업화를 지원해온 점도 평가가 좋다. 용도별 밀, 보리 품종개발과 산업화 지원, 콩과 잡곡에 대한 생산성 증대 및 기능성 연구, 무논점파나 직파 기술 및 작업기계화 도입에 따른 획기적인 노동력 절감에 이르기까지 최근의 성과는 식량위기에 대응한 ‘기초체력’ 다지기에 안성맞춤이라는 평이다.

▲ 식량작물별 우량품종 개발= 안정적인 식량수급을 위한 작물별 품종개발이 꾸준히 이뤄졌다. 장기간의 육종 노력을 통해 맛과 영양을 충족한 최고품질 밥쌀용 품종으로 ‘하이아미’를 비롯한 ‘진수미’ ‘미품’ ‘수광’ ‘대보’ 등 4년간 6품종이 등판했다. ‘고아미4호’ ‘건양미’ 등 기능성 2품종과 가공용 12품종이 개발됐다. 평균수량이 기존 품종의 20% 이상 많은 ‘보람찬’ ‘천석’ ‘목양’ 같은 초다수성 품종도 8종이나 개발됐다.

용도별 고품질 밭작물 품종 육성도 호평이다. 국수용 ‘백중밀’, 과자용 ‘고소밀’, 맥주용 ‘백호보리’ 등 22품종이 개발됐다. 특히 바이러스와 흰가루병에 강할뿐더러 제주지역 재배적응성이 우수하고 양조적성도 우수한 맥주보리 ‘백호’는 올해 7월 제주개발공사의 시제품 생산을 시작으로 산업화, 농가소득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부용 ‘새단백’, 콩나물용 ‘조양’ 등 콩 18품종이 개발됐으며 조, 메밀, 옥수수 등 잡곡 7작물에 22품종이 새로 개발됐다. 이와 함께 칩용 감자, 전분용 고구마, 사료용 보리와 옥수수 등 25품종을 포함해 용도에 맞는 밭작물 품종 육성이 봇물을 이뤘다.

▲ 생분해성비닐 재배시험
▲ 현장맞춤형 실용기술 개발
= 현장 수요에 부응한 맞춤형 실용화 기술 개발과 보급도 성과로 꼽힌다. 벼 무논점파기술 보급에 따라 이를 적용한 재배면적이 2008년 150헥타르에서 2011년 8018헥타르로 대폭 늘었다. 이 기술은 이앙재배에 견줘 시간과 노동력이 35% 정도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력을 절반이나 줄인 밀 기계화 재배법도 호평이다. 파종, 시비, 복토 등을 일관화, 기계화함으로써 관행재배법에 견줘 획기적인 노력절감기술로 평가받는다.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케 한 것도 성과다. 벼 보급종 건전성 확보를 위한 검사항목에 발아세를 추가한 일, 경사지 배수불량 논에 대한 암거배수기술을 개발해 2015년까지 4년간 1만 헥타르에 364억8000만 원을 지원토록 한 일은 현장호응이 크다. 콩 유통비용 절감을 위한 유통종합처리장(SPC) 설치도 올해 시범운용을 통해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확정됐다.

▲ 암거배수 단면도

▲ 작물의 고부가가치화 기술= 작물별로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기술 개발도 식량작물분야 연구의 큰 성과다. 백세주에 적합한 ‘설갱’, 발아현미용 ‘삼광’, 한국형 쌀국수와 쌀쌈에 맞는 ‘고아미’와 ‘밀양260호’ 개발,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자색고구마 음료로 쓰이는 ‘신자미’ 등은 식량작물 산업화에 기여도가 큰 기술로 평가받는다.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기능성 식품의약소재 개발도 주목받을 만하다. 흑찰거대배아미를 이용한 알콜섭취 억제 소재, 좀돌팥의 혈당개선 효과 구명, 수수의 건강기능 활성 평가와 이용기술 개발이 대표적인 사례다. 쌀겨, 왕겨를 활용한 100% 생분해 바이오필름과 바이오포트, 옥수수수염의 ‘메이신’ 추출물을 이용한 옥수수수염차, 콩 가공부산물을 이용한 기능성 ‘발아배아’ 등은 작물 부산물을 이용한 새로운 소득기술이라는 평이다.



인터뷰  임상종 식량과학원장

“안보차원 식량분야 연구개발 집중투자 중요”

임상종 식량과학원장은 세계 식량위기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면서 식량생산기반 확대, 공공비축제도 강화, 식량수급 안정화 등과 함께 식량작물분야 연구개발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아울러 식량분야 연구개발에 있어 네 가지 연구중점도 제시했다. 즉 식량수급 안정화,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대응한 경쟁력 제고, 기후변화에 따른 작물의 안정적 생산, 미래 성장동력 창출과 작물 부가가치 향상을 주요과제로 꼽았다.

최근 몇 년간 애그플레이션 시그널이 잦은 편이다. 세계 식량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대응방안, 특히 식량분야 연구개발 부문의 대응이 중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 전 지구적 기상이변으로 작물생산량이 감소함에 따라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주요 식량수출국들은 자국 식량안보를 이유로 곡물수출 규제, 유통 제한의 형태로 ‘식량무기화’를 조장하고 있어 식량자원전쟁이 현실화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도 심상찮은 조짐이다. 식량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세계 곡물시장 변동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밀, 콩의 생산 확대와 수요기반 강화, 식량작물의 공공비축 확대와 수입곡물가 안정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식량자급률 제고 등 국가식량안보를 위한 연구개발이다. 연구개발에 대한 집중투자를 통해 농업기술선진국으로 도약함으로써 다가올 식량문제 해결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식량분야 연구개발은 크게 세 축으로 가야한다. 첫째, 가뭄이나 고온에 적응할 수 있는 품종 개발과 기본소재가 되는 유전자원 확보다. 둘째, 경지이용률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이다. 셋째, 우리 농산물을 선호하는 소비자 욕구를 여하한 충족할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이다.

그렇다면 식량작물 연구의 대표기관인 식량과학원은 어떤 일을 해나갈 것인가?
= 식량과학원은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1962년에 설립된 이래 시대에 따라 기능과 명칭을 달리하면서 발전을 거듭했다. 세계를 선도하는 식량자원연구의 허브기관이라는 자부심도 크다. ‘통일벼’ 개발을 통한 식량 자급자족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초석이 됐다는 점은 사회적 합의에 따른 명제에 가깝다. 이제 식량과학원은 국내외 농업환경 변화에 대응해 국민에게 안정적인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 네 가지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먼저, 식량수급 안정화를 위한 연구다. 쌀, 밀, 보리 등 주요 식량작물에 대한 생산기술과 품종 개발, 작물의 용도와 가치 다양화 연구, 경지이용률 제고를 위한 재배생산시스템 개발 등이다. 둘째, 에프티에이(FTA) 등에 대응한 경쟁력 제고방안 연구다. 셋째, 기후변화에 따른 작물의 안정생산 기술 개발이다. 마지막으로, 미래 성장동력 창출과 작물의 부가가치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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