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축산업 열쇠인가 족쇄인가

▲ '생고기 코트’ 포퍼먼스를 벌이는 레이디 가가
동물복지는 오랜 기간 사람과 함께 해온 동물들을 사람의 필요에 따라 이용하되 최소한의 배려를 해주자는 뜻에서 비롯한다. 불필요한 동물의 고통을 방지하고 생명으로서의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을 계기로 우리 축산업의 현안으로 떠올랐으나 사실상 관련 학계나 업계에서는 잘 알려진 개념이다. 과다한 항생제 사용, 가축전염병의 발생과 이에 따른 폐기와 입식 반대 같은 현상을 개선해 지속가능한 축산업 발전기반 조성이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동물복지에 대한 이해는 각국 문화와 철학 기반 등에 따라 다르다. 무엇보다 동물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느냐의 문제가 동물복지에 대한 견해 차이로 나타난다. 유럽의 경우 ‘동물권리’, ‘동물복지’를 분리할 정도로 민감하며 관련기관이나 법령도 정비돼 있다. 반면 수출위주의 농업국가인 미국은 최근에야 소비자의식 성장을 바탕으로 동물복지 개념을 겨우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물복지는 농장동물, 애완동물, 실험동물, 전시동물, 야생동물 등 5분야로 나뉘며 유럽연합에는 각 규정이 존재한다. 개발도상국의 동물복지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는 농장동물이 되고 있다. 유럽연합도 1999년 최초 법안 채택이후 전체 적용까지 10년의 유예기간을 두는 한편 규정을 보완해왔다. 동물복지 대상과 범위만큼이나 경제적 편익주체에 대한 연구도 진행돼왔다.

동물복지에 대한 이해와 법규 정비, 축산업 기반형태에 따라 각국은 천차만별의 양상을 띠고 있음에도 향후 동물복지문제가 국제경쟁력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경제적 이용을 목적으로 한 농장동물의 경우도 동물보호법에 편입된 역사가 길지 않지만 세계적으로 빠르게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들도 주요의제로 반려동물, 야생동물, 실험동물 등에 대한 보호, 복지, 규제를 논의하고 있다.

축산의 새 흐름이 되고 있는 동물복지 문제가 우리 축산업에 열쇠가 될지 족쇄가 될지는 논쟁중이다. 농장동물 복지의 경우 먹이, 사육 공간, 도축 방법 등을 폭넓게 포괄하고 수출입 규정에도 포함되기 때문에 제도 정비는 물론 축산현장의 변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유기축산이나 동물복지축산의 경우 가축 폐사율이 감소하고 고품질 생산물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생산자에게도 이익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오는 만큼 지속가능한 축산업으로 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동물복지 대세론과 확산
= 중세이후 시민의식 성장에 따라 동물의 권리를 주장하는 개념이 등장했다. 사람과 동물의 동등한 권리를 옹호하는 ‘동물권’과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삶의 질 보장에 초점을 맞춘 ‘동물복지’ 개념이 탄생했다. 1876년 영국의 동물학대방지법 제정을 시작으로 국가와 국제기구 차원에서 다양한 동물관련 법제가 등장했다.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동물복지 출산농장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동물에 대한 접근방식에 따라 급진파와 온건파로 나뉘었다. 급진파에 속하는 동물권리 요구자들은 채식주의, 모피 금지, 야생동물 포획 금지, 동물원이나 수족관의 전시동물 해방 등을 주장한다. 온건파의 경우 소비자의 식성, 축산의 생산구조 등을 고려해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보장하는 것에 집중한다.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분야는 동물복지로, 행복한 가축이 소비자를 행복하게 한다는 1999년 암스테르담 조약의 핵심 정의에서 비롯한다.

동물복지는 동물의 경제적 이용을 전제로 한 개념으로 그 대상과 범위는 농장동물, 애완동물, 실험동물, 전시동물, 야생동물 분야로 나뉜다. 유기축산과 동물복지축산의 차이도 부각되는 양상이다. 유기축산은 의무적으로 가축을 방목하고 유기재료로 만든 사료만 써야 하는 만큼 노력과 비용, 효율 면에서 불리하다. 반면 동물복지축산은 현재 사용하는 사료를 그대로 쓰고, 공간도 충분한 활동공간만 보장하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생산효율이 높다.

◇ 동물복지, 선택 아닌 의무
= 동물학대 방지 목적의 동물보호법은 나라마다 다르기는 하나 확산일로에 있다. 영국은 동물학대방지법에 이어 1911년 최초로 동물보호법을 제정한 나라다. 애완 고양이의 고도비만으로 처벌받은 사례가 영국에서 있으며, 호주에는 개에게 정기적인 산책을 시키지 않으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애완동물 복지기준이 존재한다. 미국은 1958년 농장동물의 ‘인도적 도살법’을 제정했으나 최근에야 세부규정이 정비됐다.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에서도 운송, 도살 방법 등을 명기하고 있으며 축산물위생관리법, 가축전염병예방법 등 규정세부화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처음 시행된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는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사육하는 농장을 국가에서 인증하는 제도로, 올해 산란계를 시작으로 2013년 돼지, 2014년 육계, 2015년 한우와 육우, 젖소 등 순차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동물복지 축산물 시장은 일종의 ‘틈새시장’으로,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49퍼센트의 계란, 28.2퍼센트의 돼지고기, 5.2퍼센트의 닭고기가 동물복지 축산물이며 가격 프리미엄은 10퍼센트 수준이다. 스웨덴의 경우 90퍼센트의 닭고기와 80퍼센트의 우유, 5퍼센트의 소고기가 동물복지 축산물이다. 맥도날드, 버거킹도 각각 가축의 인도적 대우가 이뤄진 소고기를 식재료로 구매하거나, 2017년까지 방사해 키운 닭의 알만 사용한다는 등의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환경 측면에서도 동물복지는 지속가능한 축산업의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축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을 상당부분 제거함으로써 건강한 축산물 생산이 가능할 뿐 아니라 품질도 우수해 인류 건강에 기여할 것이라는 게 관련 학계와 국제기구의 주장이다. 토지 부족, 수질 오염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우리의 경우 동물복지와 동물권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고, 동물복지에 대한 생산자, 소비자 모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인증제도의 정착을 통해 축산업 체질 개선과 고객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할 적기이므로 적극적인 실천도 요구된다. 경제, 환경 등에서 동물복지와 관련한 차세대 신기술이 중요한 만큼 전략적 연구개발 강화도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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