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개방·환경문제 위기…맞춤형 유제품으로 승부

수렵시대 이류는 동물을 가축화하면서 소와 염소 등의 젖을 음용했다. 우유는 기독교의 성경, 힌두교의 베다경전, 불교의 반야경에 거론될 정도로 그 영양학적 우수성이 탁월하다. 이처럼 우유는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유제품으로 발달하면서 식문화를 형성해왔다.

각 농가에서 자가소비용으로 소규모로 이뤄지던 낙농업은 19세기 산업화와 함께 근대적 의미의 산업으로 도약했다. 이후 우유 가공, 유통 기술과 젖소의 육종기술 등 낙농기술의 진보를 통해 대규모 산업으로 발전하게 된다.

연간 전 세계 소비량으로 보면 우유는 1억1천만 리터, 치즈 1천900만 톤, 버터 480만 톤, 연유 450만 톤, 생크림 310만 톤 등 다양한 제품이 소비자에게 공급되고 있다. 낙농선진국에는 유가공업체와의 교섭력을 높이기 위한 강력한 생산자조합이 결성돼 있고, 우유생산자들이 회원인 다국적 기업도 존재한다.

우리나라 낙농의 역사는 1902년 홀스타인 품종이 도입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1960년까지는 낙농업의 ‘형성기’로서, 젖소 사육두수와 우유생산량이 완만하게 증가했는데 1937년에는 경성우유농업조합이 결성되고 최초의 우유처리장이 설립됐다. 1980년까지는 본격적 ‘성장기’로, 이때 낙농육성책이 실시되고 낙농관련 민간기업의 설립도 증가했다. 현재에 이르기까지는 한국낙농의 ‘안정기’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 낙농업은 자유무역협정 등 시장개방과 사료가격 급등, 가축분뇨와 같은 환경문제 대두 등으로 새로운 활로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참살이(웰빙)에 맞는 맞춤형 우유와 젖소로의 진화, 기능성을 비롯한 다양한 유제품 개발, 낙농체험 등 도시민과 함께하는 낙농, 농후사료 대체를 위한 양질의 조사료 공급 확대, 환경친화형 축산, 첨단 정보통신기술과 결합한 사양기술 적용 등이 위기극복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 우유에서 낙농산업으로 = 인류의 주요 영양공급원이자 음식소재였던 우유는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유제품으로 발달했다. 기원전 6천년에 만들어진 치즈는 이집트, 중앙아시아에서 터키, 로마, 그리스 등 지중해 연안을 거쳐 전 유럽으로 전파됐다. 버터는 주로 북유럽에서 발달했으며 요구르트는 동지중해 근처 더운 지역에서 시작해 세계로 확대했다.

오랜 동안 목축을 해왔던 유럽이 대표적인 낙농국가라면 최근 천혜의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새로 부상하는 국가로 호주, 뉴질랜드가 꼽힌다. 농가에서 자가소비용으로 이뤄지던 낙농업은 19세기 산업화와 함께 대규모산업으로 도약했는데 덴마크의 엠디(MD)푸드, 호주의 폰테라 등이 치즈, 발효유, 버터 같은 다양한 유가공제품을 갖춘 세계적인 유가공기업이다.

젖소는 송아지를 낳아 어미가 되어야만 우유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출산을 한 소를 진정한 젖소라고 부를 수 있다. 젖이 나오는 시기는 송아지 분만 직후부터 300여일 정도로, 매년 꾸준히 송아지를 낳아야 충분한 양의 우유를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젖소는 항상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유 품질과 양이 떨어지고 새끼마저 건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젖소는 하루 1〜3회 착유를 하게 되는데 농가에서는 여분의 젖이 남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방에 병이 생기거나 생산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젖을 짜는 방법은 최초 손을 이용하던 방법에서 최근 무인 착유로봇까지 발전해왔다. 1980년대 등장한 이동식 착유기가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면, 무인로봇착유기는 노동력 절감은 물론 소의 개체식별번호를 자동인식해 착유량, 횟수 등 생산이력을 자동으로 관리할 수 있다.

◇ 선진낙농업으로의 도약 = 국내에서 생산하는 원유는 약 200만 톤 규모. 대부분 일반우유와 발효유를 만다는 데 소요되며 자급률이 떨어지는 추세다. 2010년 일반우유 71%, 발효유 22% 시장을 형성했으며 치즈 4%, 분유 1%, 버터 등 2%를 차지했다. 특히 우유가 유제품의 전부였던 과거와 달리 최근 치즈, 버터 같은 유제품 소비가 늘면서 전체 유제품 자급률은 1985년 100.6%에서 2009년 70.5%로 급감했다.

국내 원유생산비는 1리터에 641원으로 미국(376원), 일본(606원)에 견줘 높은데, 생산비의 62.1%를 차지하는 사료비의 상승이 생산비 증가의 주범으로 꼽힌다. 국내 사료자급률은 7%에 불과한 실정이다. 게다가 출산율 저하, 대체음료 개발 등에 따라 우유 소비가 정체하거나 감소할 전망인 데다 축산폐기물에 대한 논쟁도 끊이지 않고 있어 우리 낙농업은 일대 전환기에 섰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참살이 트렌드와 다이어트 열풍 등 우유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다양한 만큼 수요에 맞는 맞춤형 우유와 젖소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방함량을 낮춘 저지방, 무지방 우유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 같이 성장기 어린에게 맞는 칼슘강화 우유나 비타민강화 우유, 실제 과실즙을 첨가하거나 견과와 곡물 등을 첨가한 기능성 우유 등 소비자 맞춤형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가공을 거치지 않고 직접 기능성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 개발 연구는 고무적이라는 평이다.

우리 낙농업 시장을 위협하는 자유무역협정 등 강력한 장애물의 등장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므로 이를 인정하고 도전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낙농업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지역 또는 전국 단위의 조합 결성, 사육환경 개선 등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이와 함께 국내산 원유의 신선도와 안전성 등 우리만의 장점 발굴과 이를 활용한 새로운 시장개척을 통해 수입유제품과 경쟁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해썹(HACCP) 인증, 유기축산물 생산과 같은 ‘친환경 낙농목장’으로 전환함으로써 수입유제품과의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성공한 강소낙농가나 조합 등을 모델로 한 새로운 특성화 전략, 생산비와 노동력을 줄이고 해외시장 수출 확대를 꾀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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