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가 지난 16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내년도 업무보고를 하면서 시설현대화자금 1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생산자의 책임의식을 강화하고 보다 많은 농어가의 시설현대화를 위해 지원방식을 전환하겠다고 덧붙였다. 그간 보조와 융자 지원방식을 이차보전 방식으로 바꾼다는 것. 결국 보조사업을 없애고 모두 융자로 돌리겠다는 내용이다.

10조원중 절반이 넘는 5조5천억원을 배정받은 축산농가들은 ‘좋아라’해야 하는데, 하나같이 울상이다. 축산분야에 투입되는 자금들은 축사 신축·개보수 등 축사시설 현대화 사업에 쓰일 계획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림의 떡’이다. 가축을 계속 기를지 말지 하루하루가 불안한 농민들에게 시설을 현대화하는데 빚을 내주겠단 말은 억지스럽기 짝이 없다. 지금도 빚 때문에 지탱하기 힘든 축사를 또 빚내서 좋게 꾸미란다.

정부가 보조사업을 없애는 이유가 ‘생산자의 책임의식 강화’를 위해서라니, 더욱 기막힐 일이다. 축산농가들이 책임의식이 없어서 보조사업이 실패했다는 얘기로 들린다.
사료값 급등에 축산물 가격불안을 항상 느끼면서도 축산농가들이 정부의 시설현대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 정책에 동조했던 것은, 다소 부담을 덜 수 있는 보조사업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결과적으로 이도 실패했지만. 허나 정책중단을 농가들의 책임부족으로 돌리는 정부의 태도는 한마디로 조잡한 머릿속이 보이는 처사다.  

보조사업을 좀 더 넓혀나가거나 현실적으로 사업마다 더욱 철저를 기해야 할 판에, 말도 안되는 탁상 분석으로 정책을 접는 일은 ‘모르쇠’ ‘무식’ ‘망각’ 등 각종 험한 말을 붙여도 시원치 않은 일이다. 
축산농가들의 책임소지를 따지거나 무책임한 부분이 있는지 알고 싶다면, 직접 농장에 가서 사정을 알고 셈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은데. 이번 문제는 정부가 섣부르거나 책임을 회피하려는 속셈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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