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도자, 솔선수범 리더십 펼쳐야”

정등영 농촌지도자태안군연합회장은 지역에서 ‘농사 박사’로 통한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어디 내놓을 만한 자격증이나 학위는 없지만 몸소 겪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벼농사든 밭농사든 가리지 않고 태안에서 ‘농사하면 정등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정도로 명성이 대단하다.

정 회장은 청년시절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를 모시며, 홀로 논 3000평에 본격적으로 벼농사를 지었다. 본인 농사 짓기에도 빠듯한 와중에 틈만 나면 남의 농사일까지 다닐 정도로 태안에서 알아주는 ‘꼽꼽쟁이’, 구두쇠로 소문이 날 정도로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그 결과 현재 정 회장은 벼농사 6만5천평, 콩·마늘·감자·생강 등 밭작물 2000평 규모의 대농을 이루게 됐다.

그가 대농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악착같은 성격 때문만은 아니었다. 정 회장은 “젊어서부터 4시간 이상 자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그 뒤에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을 그만큼 계획성 있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부단한 노력이 뒷받침됐다는 것이다.

올해로 6년째 태안군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정 회장이 그간 4-H, 새마을지도자, 농협조합장 등 지역 사회를 대표해 다방면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게 된 데는 재미있는 사연이 있었다. 그의 나이 스무 살 무렵, 지난 1970년도에는 마을 별로 반장이 석유를 배급하는 체계가 있었다. 정 회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일사불란함이란 찾아볼 수 없고 불평등하게 배급됐다”면서 “마을 주민 모두가 평등하게 배급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싶어 젊은 나이에 과감하게 반장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된 봉사활동은 태안군연합회장, 충남도연합회 감사를 겸직하는 것도 모자라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추진본부, 구치소교정위원, 지역발전협의회장 등 지역사회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점차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농촌지역사회를 우려하며 늦깎이 대학생으로 사회복지학을 배우고 있다. 단순히 농사를 짓는 기술을 공유, 전파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고령화되는 농촌사회의 복지에도 힘을 쏟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정 회장은 개인이 아닌 모두가 잘 사는 농업을 위해 몸소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농작물(시설) 등 농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태풍 ‘곤파스’ 때 정부의 미진한 피해 보상을 질책하며, 20일 동안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자처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농촌지도자라고 하면 농업에 선도적 선구자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농업인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을 먼저 시도하고 따를 수 있도록 솔선수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단순히 농사짓고 수확 하는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기록하며 과학 영농의 기질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농사짓는 농업인들이 어렵지 않고, 힘들지 않게 영농에 임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하며, 보다 나은 영농환경 조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정 회장은 지역에서 농업용수시설추진위원장도 맡고 있다. 벼농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물대기를 위해 담수호 조성 사업 예산 420억원이 이미 확보한 상태다. 애초 농지정리 과정에서 농로를 수몰당하는 농업인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지만 정 회장의 설득으로 수월하게 진행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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