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아름다운 미래의 보물, 미생물

미생물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크기의 생명체로서 바이러스, 세균, 균류, 조류, 원생동물로 분류할 수 있다. 생명체가 살기 어려웠던 지구에 가장 먼저 출현해 이산화탄소와 태양광에서부터 산소를 만들어 지구환경을 바꾸고, 직접 동식물로 발전해 현재와 같은 지구를 만든 것이 바로 미생물이다. 미생물은 다양한 발효식품을 만들어 인류 음식을 풍부하게 했으며, 다양한 산업공정에 촉매로 활용되고 있다. 이제는 인류의 병을 고치는 백신 등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가장 작은(微) 생물이지만 인류에게는 꼭 필요한 아름다운(美) 생물인 미생물은, 향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의 보물이라고 할 수 있다. 미생물은 첨단기술 개발의 주역이자 폐기물을 황금으로 만드는 연금술사이기도 하다. 오염된 환경의 독성물질을 분해하는 환경치료사 역할을 수행하고, 바이오 에너지 등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활용되는 것도 미생물이다. 이와 함께 미생물 농약, 비료, 첨가제 등이 각광받고 있으며 사막을 농경지로 만드는 프로젝트에도 미생물이 활용된다.

전문가들은 미생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보물섬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있다. 활용도가 높은 미생물 자원을 다양하게 확보해 첨단융합산업의 핵심가치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농림수산식품부 소관의 미생물산업 육성법 제정과 관련 제도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미생물 이야기= 미생물은 약 38억 년 전 지구상에 나타난 최초의 생명체이자 지구를 생명체가 살기 적합한 환경으로 바꾼 주역이다. 태양의 막대한 자외선, 고온,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 등으로 인해 생물이 살기 어려운 지구 환경에도 존재했고, 존재함으로써 다른 생명체의 삶터를 만들어준 셈이다. 이런 면에서 미생물은 모든 생명체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다.

미생물 이용의 역사도 길다. 포도주와 식초는 기원전 1만 년, 빵은 기원전 4천 년경에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17세기 후반 네덜란드 레벤후크에 의해 현미경이 발명되면서 비로소 미생물의 실체가 확인됐다. 이후 세균학자 파스퇴르는 와인이 효모와 세균의 활동에 의해 일어나는 ‘발효산물’임을 최초로 증명했으며, 1929년 플레밍은 푸른곰팡이균에서 항생제 페니실린을 분리함으로써 질병치료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발효식품은 농업발달 이전부터 서민에게 풍부한 영양을 공급해왔다. 서구 치즈나 요구르트, 베트남의 느억맘, 일본 즈게모노, 인도 아차르 같은 채소절임과 우리나라의 젓갈, 장 등은 대표적인 발효음식이다. 특히 우리 된장과 청국장, 일본의 미소, 인도 스자체, 중국 두시, 부탄 리비잇빠, 네팔 키에짜는 모두 콩으로 만든 발효식품이다.

그러나 미생물은 재앙과 기적이라는 두 얼굴을 하고 있다. 천재지변을 제외하고 인류에게 최초의 대규모 재앙을 안겨준 것은 병원성 미생물이다. 흑사병(페스트)은 인류최악의 전염병으로 14세기 중반 5년간 당시 유럽인구의 30%에 달하는 2500만 명이 희생됐다. 1차 세계대전 직후 3년간 ‘스페인 독감’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2500만〜50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의료기술 발달과 함께 인류 생명을 구하고 평균수명을 78세까지 늘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미생물이다. 예방백신은 콜레라 같은 치명적인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켰다.

◇ 보물섬 프로젝트
= 최근 바이오산업 성장세에 따라 국내외 미생물산업의 시장규모는 계속 크고 있다. 페니실린 등 항생제 256억 달러를 포함해 세계 미생물 시장은 390억 달러로 추정된다. 국내도 미생물 시장규모가 7714억 원으로 추정되는데, 발효식품시장을 포함하면 약 4조50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미생물은 고부가가치 바이오신소재산업의 주인공으로서 ‘미래의 보물’이라 일컬어진다.

생명공학연구에서 유전자 조작에 활용되는 주요효소의 경우 대부분 미생물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생물의 유용한 유전자를 식물에 삽입해 새로운 개념의 품종을 개발하는 등 미생물은 첨단기술 개발의 주역이 되고 있다.

뛰어난 분해 능력을 지닌 미생물을 이용하면 축산폐기물이나 하수, 폐수, 오니 등 오염물질의 친환경적 처리가 가능하다. 내년부터 폐기물의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될 예정임을 감안하면 미생물은 말 그대로 구원투수인 셈이다. 특히 폐기물을 분해해 바이오 메탄가스나 퇴비로 재생한다는 점에서 미생물은 폐기물을 황금으로 만드는 연금술사라고 할 수 있다.

미생물은 이밖에도 그 가치만큼이나 다양한 별칭을 얻고 있다. 오염된 환경을 회복케 하는 ‘환경치료사’부터 바이오가스 등 대체에너지 생산의 조력자, 생물농약과 미생물 사료첨가제 같은 형태로 환경이나 인체 안전성을 지키는 ‘안전지킴이’, 아프리카 등 사막을 농경지로 바꾸는 데 미생물이 활용되면서 얻은 ‘신 오아시스의 건축가’ 등은 미생물의 핵심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미생물 전문가들은 미래핵심가치 제고를 위한 ‘보물섬 프로젝트’ 추진을 제안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미생물자원 활용도 제고 △융·복합 연구개발 강화 △신 성장동력 창출 △미생물산업 육성법 제정과 제도 개선 등을 큰 범주로 두고 있다. 국내 모 제약사의 사례는 보물섬 프로젝트의 당위성을 설명한다.

이 제약사는 미생물을 이용한 벼 잎집무늬마름병 방제약제를 당뇨병 치료제로 전환하면서 1만 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생물약제는 1킬로그램에 20달러, 미생물 당뇨병치료제는 무려 20만 달러에 달한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