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이 되고 싶어 대학도 포기했죠!”

농촌지도자고양시연합회 김천경 회장은 천상 농사꾼이다. 부모님의 악착같은 뒷바라지에 대학 문턱을 넘을 수 있었음에도  스스로 그 길을 포기했다. 대학보다는 농사 짓는게 더없는 행복이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한 평생 농사를 지으셨던 부모 아래 4남 3녀, 7남매 가운데 셋째로 태어났다. 부면장을 한 그의 선친은 배우지 못한 한을 자식들에게는 물려주기 싫어 자식들의 대학교육까지 뒷바라지를 다했다. 그런데 형제들 중 유독 김 회장은 부모님 일손을 도우며 농사짓는 것을 즐겼고, 부모님도 모시고 살겠다는 마음에 고등학교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농사꾼의 길로 뛰어들었다.

김 회장은 “米(쌀 미)라는 한자를 나눠보면 八十八, 즉 한 톨의 쌀알에는 농부의 손길이 88번 가야한다는 뜻”이라면서 “농사짓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농부 본인의 애착, 정성이다”고 말했다. 이는 소홀함 없이 정성을 다해야 제대로 농산물을 수확할 수 있다는 김 회장의 신념이다.

한때는 수도작 12,000평, 시설하우스 600평 등 규모화를 꽤했지만, 자유로 개통공사로 인해 김 회장의 토지가 수용돼 현재는 4,000평의 벼농사와 시설하우스 600평의 농사를 짓고 있다. 그래도 매일같이 이른 새벽에 논밭을 둘러보며 정성을 다하고 있다.

김 회장은 색다른 이력이 있다. 지난 1978년 군 전역 후 20살을 갓 넘긴 나이에 동네 이장을 맡게 된 것이다. 워낙 젊은 나이에 이장을 맡은 것도 화제가 됐지만, 일찌감치 김 회장의 리더십과 책임감이 주민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아왔던 것이다. 

김 회장은 이장을 시작으로 새마을 지도자, 농업경영인회장, 농촌지도자회 사무국장, 농촌지도자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005년 농촌지도자고양시연합회장에 당선됐다.

올해까지 6년째 지도자회를 이끌고 있는 김 회장은 임기내내 현실에 맞는 조직개편에 매진해 왔다. 고양시연합회는 현재 353명의 회원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동 단위로 조직된 탓에 무려 38개에 이르는 동을 관리하는데 애로가 많았다. 이에 김 회장은 38개 동 단위 조직을 원당, 신도, 일산, 벽제, 지도, 화전, 송포지구 등 7개 지구로 개편했다.

특히 벼농사의 비중이 높은 송포지구는 송포농협과 인제대학병원, 일산보건병원 등과 협약을 통해 생산되는 쌀 등 농산물을 판매하고, 회원 및 농업인들은 두 곳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은 송포지구 외 다른 6개 지구도 협약에 동참시킬 방침이다.

특히 구제역이 기승을 부렸던 지난해 말, 김 회장을 중심으로 농촌지도자회는 관내 농민단체들과 자발적으로 1개 초소를 전담해 방역방제위원으로 3개월간 열성을 쏟았다.

김 회장은 “농업인들 스스로가 권리만 내세우기 보다는 최소한의 의무와 역할을 다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진정 봉사하는 마음으로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농업인들이 사업보조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 명분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김 회장은 “고양시 전체인구는 95만명에 달하지만, 농업 종사자는 고작 2만 명에 불과해 툭하면 농업직 공무원이 구조조정의 단골고객이 되는 것이 못마땅하다”면서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농업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대규모 도시개발계획이 수립된 것은 묵과할 수 없으며, 농민대표 한 사람으로서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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