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개혁, 진정성이 답이다”

협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농민단체들은 각 단체의 이득을 저울질하며 찬성과 반대, 관망 등 다양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분명 현재와는 다른 농협중앙회가 탄생할 것이다. 또 농민단체들은 갖가지 이견을 보이면서도 공통적으로 협동조합의 ‘경제사업 활성화’라는 대의에는 순종하고 있다.

이제 법적인 틀이 갖춰진 상태라면, 지금부터는 내용물을 채우는 과정이 진행될 것이다. 실제 ‘농협사업구조개편지원본부(가칭)’이라는 정부 기구가 운영 채비를 끝냈다.

반면 정부와 농협중앙회, 국회가 ‘한통속’이라는 주장과 함께 일부 농민단체는 농협법 개정안 ‘원천무효’를 외치고 있다. 갈등 국면이 지속될 양상이다. 한편에선 채워질 내용물을 겨냥한 헤게모니 싸움도 살벌하게 벌어질 태세다.

복잡한 진행과정 속에 농민을 비롯한 국민들은 ‘정답’ 찾기가 힘들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정답은 없다. 어느 주장과 제안이 농민 조합원을 기본으로 한 진정성 있는 고민이냐가 중요하다. 정부나 농협중앙회가 내세우는 개정안 장점도 들어보고, 이와 반대로 농민단체들의 사투에 가까운 반대의견도 묵과할 게 아니다. 상황을 정리해본다.

 ‘지주회사’방식, “독이냐 약이냐”=지주회사는 말 그대로 회사 주식을 소유함으로써 사업활동을 지배하는 회사를 말한다. 그간 계열 자회사를 둔 그룹들의 불투명한 자금 흐름과 소유지분과 관계없는 지배구조체계를 바꾸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다. 다시말해 효율적 경제사업과 투자를 늘리자는 개념이다.

이를 협동조합에 적용한 게 최근 갈등의 화두로 나와 있다. 신경분리의 최대 쟁점인 지주회사를 바라보는 시각의 편차는 정부·농협중앙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을 포함한 민주노동당 입장으로 양분된다.

정부와 농협중앙회측은 경제지주와 금융지주는 모두 중앙회가 지배하는 협동조합기업이기 때문에 농협의 설립 목적에 부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경제사업활성화를 위해 모든 지원대책을 모아논 ‘걸작’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전체 인력 1만4천여명(비정규직 제외) 중 금융부문 인력은 76%를 차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위축된 경제부문 인력을 4천~5천명까지 늘리고, 2천700억에 불과한 경제사업 자본금을 4조원 이상(중앙회 자본금 30%)으로 확충하는 밑그림부터 경제사업 중심이란 설명이다.

중앙회가 지주회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장치없이 금융지주도 충분히 관리·감독이 가능하단 논리다. 농협 브랜드를 사용하는 대가로 영업이익의 2%를 경제사업에 주는 사항도 시행령에 포함키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전농이나 민노당측의 입장은 완전 다르다. 연합회 방식을 거부하고 지주회사 방식을 고수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협동조합을 외면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효율성을 내세우는 지주회사가 부가가치면에서 한참 뒤지는 농업경제를 유지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결국 지배구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농민조합원의 농산물을 싼 값에 매입해 가공단계를 거쳐 비싼 가격에 소비자에게 파는, ‘장사치’에 매일 수밖에 없다는 것.

여기에 지역조합의 실적평가와 자금배분 권한, 채권 등을 소유한 중앙회가 지주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는 오히려 일선조합과의 경제사업 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공동사업 원칙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종속관계를 저버릴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활성화가 일선조합의 농민 조합원의 경제적 발전과 연관이 있겠느냐는 반문도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경제사업활성화’라는 말이 누구 입에서 나오느냐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는 얘기다.

농경연의 황의식 박사는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경제지주사가 자체 이익 중심으로 운영됐던 중앙회 자회사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운영방식을 도입하지 않으면 중앙회 경제사업의 역기능이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사업, “먹튀냐 효자냐”=농협금융지주가 출범하면 총자산 229조원의 ‘금융 공룡’이 탄생하게 된다. 신안, 국민, 우리, 하나에 이어 5번째로 큰 금융지주회사인 것이다. 금융지주 산하에는 NH농협은행, NH투자증권, NH캐피탈, NH보험, NH카드 등이 들어선다. 그간 정부 울타리에서 보호받던 금융사업들이 시장경쟁에 뛰어드는 것이다. 이에 대한 조세감면사항이나 특례조항이 일부 특혜시비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적용된다. 정부나 농협중앙회는 금융부문에 대한 언급은 웬만하면 회피하는 쪽이다. 농민단체들이 ‘돈장사’에 치중하기 위해 신경분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굳이 논란에 끼어들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금융지주가 중앙회 지배구조 아래 있기 때문에 농민을 위한 경제사업 지원대책의 일환으로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가장 내세우는 것이 브랜드 사용료로 수익의 2%를 경제사업부문에 떼주겠다는 것이다. 자산 230조 규모의 금융지주 아래 자산 30조원을 갖춘 NH보험, 회원수 1천160만명 규모의 NH카드, 증권가의 ‘마이더스’ NH투자증권 등의 사업성과가 경제사업에 다양한 지원책으로 작용할 것이란 얘기도 흘리는 중이다.

이에 반해 농민단체들은 ‘위험한 불장난’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일단 농협이 자본확충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출자제한을 완화했기 때문에 농협자산이 어디로 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농협 총예수금 363조원이 론스타가 강탈한 외환은행처럼 순식간에 투기자본의 먹이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혈세가 빠져나가 경제사업까지 고사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지주회사이기 때문에 중앙회가 언제까지 지배구조체제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도 덧붙이고 있다.

농협중앙회 “정부가 놔줄까?”=정부는 정부의 부족자본 지원으로 농림수산 예산이 감소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국회에서 밝혔다. 특히 자본금을 지원하더라도 농협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토록 한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경제사업 활성화 계획 수립과 향후 이행상황 점검, 평가 등을 중앙회, 협동조합관계자, 농민단체, 학계전문가들을 참여시켜 ‘경제사업활성화위원회’를 운영하겠다고 계획을 짰다.

나 얼마가 들어가든 정부 ‘돈’, 즉 세금이 투입되면 당연히 관리·감독이 행해진다. 농식품부가 ‘농협경제사업평가협의회’를 설치해 운영한다는 게 바로 이 대목이다. 중앙회 사업을 평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농민단체들은 현재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정부 개입 구조에 농민을 ‘노리개’처럼 개입시키지 말라고 비난하고 있다. 정부가 중앙회를 지휘하고, 중앙회는 지주회사를 지배하며 자회사의 ‘돈벌이’를 재촉하는 피라밋구조를 지적하는 것이다.

갑론을박에도 총론은 ‘농민조합원’=농협법 개정안 처리에 대한 농민단체들의 입장표명이 줄을 잇고 있다. 우선 반대입장을 극명하게 표하고 있는 전농은 성명을 통해 “이번 농협법 개정안의 핵심은 농협의 가치를 협동이 아닌 경쟁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못밖은 뒤 “본질적 가치를 버린 채 신용과 경제지주회사로 분리해 서로 경쟁하게 하는 것이 농협법 개정안 골자”라고 지적했다. 전농은 “농협개혁의 핵심인 농협중앙회 탈권력화도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채 단지 2개의 지주회사로 분리하는 빛좋은 개살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한농연은 다소 유연한 반응이다. 한농연은 논평을 내고 “이번 개정으로 농협중앙회가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되찾고, 농민조합원과 회원조합을 위한 경제사업에 전념하는 판매농협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첫발을 내밀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축산업 독립성 보장’이라는, 다분히 이익단체 입장을 내포한 반응을 보였다. 축단협은 논평을 통해 “개정안에서 축산경제 대표이사를 비롯해 축산경제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을 명문화했다고 하지만 하위법령까지 확신할 수는 없다”면서 “향후 하위법령 개정과정에서 축산경제의 실질적인 독립성 보장을 위해 축산경제의 대표권, 인사권, 독립적 운영권을 보장하는 등의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외에 여론단체인 농협제자리찾기국민운동도 성명을 내고, 농협법 통과를 일단 환영했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고 농민조합원과 회원조합을 위한 경제사업에 전념하는, 새 출발의 기반을 마련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면서 “앞으로 일선조합개혁 등 많은 개혁과제들이 산정해 있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