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대란, 고통분담으로 이겨내”



“우리 회사는 산지유통인을 통해 배추를 전량 납품받고 있어요. 산지유통인을 통한 배추 납품 시스템이 지난해 큰 힘이 됐지요. 만약 자체구매 시스템이었다면 지난해 치솟았던 배추값을 감당하지 못했을 지도 몰라요. 아니면 배추를 구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기 바빴겠죠.” 늘만나식품 권인순 사장의 말이다.

지난 가을부터 이어진 배추파동.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으로 반입되는 5톤 짜리 배추 한 차의 경매시세가 3000만원을 넘어갔다. 평소 시세의 4~5배다. 그럼에도 김치제조업체들은 배추를 구하지 못해 생산라인을 놀려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해가 바뀐 지금에도 한파 영향으로 김치제조업체들은 배추 수급에 비상이 걸려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배추를 수급하고 있는 업체가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주)늘만나식품 권인순 사장이 주인공이다.

권인순 사장은 지난해부터 배추 수급에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일반적인 계약재배와 자체 구매시스템을 포기하고, 산지유통인을 통한 전량 납품 시스템을 도입했다. 배추·무에 있어 최고 전문가인 산지유통인과의 계약을 통해 원재료 수급에 대한 큰 짐을 던 것이다.

권인순 사장은 “생산 규모가 작았을 때에는 계약재배나 자체 구매 등으로 물량을 공급할 수 있었지만, 점차 규모가 커지면서 그 한계를 느꼈다”면서 “배추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고,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상대로 찾은 것이 산지유통인”이라고 말했다.

권인순 사장이 배추 수급의 최고 전문가로 파트너쉽을 맺은 사람은 김종석 씨. 현 (사)전국농산물산지유통인중앙연합회장이다. 권인순 사장은 김종석 회장을 통해 지난해부터 늘만나김치에 사용되는 배추 전량을 납품받고 있다. 업체 입장에서 한 사람에게 원재료를 의지한다는 것 자체가 큰 모험일 수 있다. 그러나 산지와 도매시장, 우리나라 배추 유통에 있어 최고 전문가를 자부하는 김종석 회장과의 거래는 서로가 ‘윈윈’(Win Win)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으로 보여진다.

그 결과 지난해 배추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을 당시에도 권인순 사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격에 배추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 또한 몰아치는 한파로 인해 배추 수확작업이 더딘 지금 상황에서도 늘만나김치는 쉼 없이 생산라인이 가동되고 있다.

권인순 사장은 “최근의 배추공급은 김치업체들의 수요조차 따라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급이 부족하니 가격이 뛰고, 배추값이 오르면 소비자는 직접 담궈먹기 보다는 완제품 김치를 찾는 경향이 짙어진다. 그럼 당연히 김치제조업체의 배추 수요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김치제조업체 입장에서 원재료가 되는 배추의 안정적인 수급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기 때문에 산지유통인과의 파트너쉽이 더욱 강조된다. 산지유통인은 우리나라 배추 유통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전문가 집단이기 때문이다.

권인순 사장은 “지난해의 경우 산지유통인을 통해 배추를 납품받았기 때문에 수급문제에 있어서는 걱정을 덜 수 있었다. 특히 가격적인 문제와 맞물려 볼 때 예전의 자체구매 시스템이었다면 급등한 배추값에 대한 모든 부담을 업체가 떠안아야 했지만, 산지유통인을 통한 납품시스템에서는 일정부분 고통을 분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권인순 사장은 산지유통인을 통한 납품시스템을 이야기 하면서 “리스크 분담”을 강조했다. 배추 전량을 납품받기 때문에 구매단가에서 탄력적인 조정이 가능하다. 특히 지난해와 같이 시장가격이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형성될 경우에도 일정부분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원재료의 안정적인 공급도 장점이다. 현실적으로 배추와 무 등 원재료 수급에 있어 산지유통인의 관리능력을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배추수급이 걱정이다. 최근 월동배추가 일정량 저장에 들어가야 봄배추 출하전까지 안정적인 물량공급이 가능해 진다. 그러나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한파의 영향으로 배추밭이 얼어붙어 출하작업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배추 밑동이 얼었다, 녹으면 쉽게 짓물러져 저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저장물량이 부족하면 봄 배추 출하기까지 버틸 물량이 없기 때문에 김치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배추대란을 다시금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2001년 첫 김치제조업에 뛰어든 권인순 사장은 위생시설에 일찍부터 공을 들여왔다. 당시 보통의 김치제조업체들이 영세성으로 위생문제에 신경을 쓰지 못했을 때다. 그러면서 중국산 김치의 기생충알 파동이 터지면서 김치제조업체의 위생문제가 사회 이슈화 됐다.

권인순 사장은 사회적 불신을 해소하고 학교급식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2006년 4월에 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을 획득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김치제조업체에 대한 HACCP 의무기준을 마련하기 전이다.

권인순 사장은 “늘만나김치는 HACCP 기준에 따른 청결한 시설과 철저한 위생관리로 생산되요. 배송은 콜드체인시스템이 완료되어 있어서, 구매부터 전처리, 생산, 저장위생시스템이 완벽히 가동된 상태에서 늘만나김치가 제조됩니다”라고 강조했다.

권인순 사장은 “김치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말한다. 작년부터 이어진 배추값 고공행진과 방학으로 학교급식시장이 휴식기에 접어들면서 김치제조업체들이 힘든 시간을 맞고 있다. 봄이 오면 난립된 업체들도 정리되고, 꽃이 피면서 안정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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