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꿀 ‘결정현상’ 크림꿀로 해결

국내 벌꿀시장은 주로 아까시나무 밀원에 의존하는 구조로 아카시아꿀의 작황에 따라 그해의 벌꿀 생산량이 결정될 정도로 시장이 다양화 되어있지 못하다. 때문에 아까시나무 이외의 밀원을 개발하고 그 꿀의 가치를 발굴 하는 일은 국내 양봉업계에 있어 시급한 현안 과제라 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들어 더욱 가시화된 아카시아꿀의 생산부진으로 인해 벌꿀시장의 다양화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었고 이에 대한 양봉농가의 요구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에서는 다양한 벌꿀의 기능
성을 구명하고 벌꿀의 품질 개선을 위한 연구에 매진해 왔으며, 그중 첫선을 보인 것이 크림꿀이다.

크림꿀은 포도당이나 유기산 및 결정유도물을 다량 함유하거나 저온에서 오래 보관된 꿀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결정현상을 이용한 크림형태의 꿀이다.

흔히 결정꿀은 가짜꿀이라는 소비자의 인식이 팽배해 있어 상품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벌꿀의 결정을 없애기 위해 고온의 가공과정을 거치는 중 각종 유용 효소 및 성분들이 파괴되어 영양적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다. 또한 결정꿀은 거친 식감을 가지고 있어 소비자 기호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고르지 못한 결정분포로 인해 상층액의 상대적인 수분함량이 높아져 세균의 번식 및 제품의 변질을 초래할 수 있다. 결정꿀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에서는 결정꿀의 성상을 개선한 크림꿀을 개발했다.

크림꿀은 벌꿀의 결정을 미세하게 조절하여 고르고 치밀한 결정을 유도하는 것을 그 특징으로 하는데, 이는 크림꿀이 가지는 부드러운 맛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크림꿀은 흘러내리지 않는 크림 타입으로써, 차 등의 용도로 이용되었던 기존의 액상꿀과 달리 버터와 같이 식빵 등에 발라먹는 용도로 이용이 가능하다.

크림꿀은 액상꿀이 주를 이루는 벌꿀 시장에서 벌꿀상품의 다양화 측면에서 좋은 시도가 될 뿐만 아니라, 결정꿀이 가지는 한계를 보완해 부가가치를 향상시킴으로써 양봉농가의 소득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크림꿀은 액상꿀에 결정화가 가능하도록 결정핵을 섞어주어 고르게 결정을 유도하는 방법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 원리가 간단한 만큼 일반 가정이나 소규모 농가에서도 손쉽게 제작이 가능하다.

제작방법은 먼저 이미 제품화 되어 있는 크림꿀을 구입해 벌꿀과 1:10의 비율로 잘 섞어준 다음 냉장 보관 상태에서 약 2주간 결정화 반응을 유도해 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원료꿀로 사용되는 벌꿀의 결정화 정도, 수분함량 등에 따라 제품의 성상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원료꿀과 결정핵으로 사용되는 시동꿀을 섞어주는 교반 시간, 속도 등에 따라서도 많은 차이를 보이게 되는데, 이를 대량 생산 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표준화를 위한 기기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저온 보관해야 하는 제품의 특성을 고려한 유통·보관상의 문제도 있다.

외국의 경우 크림꿀은 크로바꿀, 마누카꿀 등의 형태로 일반적으로 보급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카시아꿀을 제외한 벌꿀은 잡화꿀로 인식되며, 특히 초본류의 꿀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결정현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가짜꿀로 취급되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농촌진흥청에서는 크림꿀의 대중화를 통해 벌꿀소비의 확대하고자 좀 더 규모화·규격화된 시설을 도입할 수 있도록 기술이전을 실시해 왔으며, 이에 대한 제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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