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3일 ‘한·미FTA 추가협상과 한국의 성장전략’이란 세미나에서 ‘다방농민’이란 낱말을 언급했다. 그는 질문자의 답변 중에 “(농업의) 생산성은 많이 떨어진다. 다방농민이라는 말이 있다. (농민의) 모럴해저드를 어떻게 할 것이냐. (정부가) 투자했더니 돈이 엉뚱한 데로 가더라”라고 말했다는 전언이다.

한때 ‘다방농사’란 말이 떠돌았다. 정부가 농업육성정책을 세우면서 농민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정책자금을 풀 당시, 일명 ‘눈먼 돈’을 운운하며 다방에서 공무원에게 아첨을 부리던 몇몇 농민들을 꼬집은 말이었다. 땅만 바라보고 흙만 파던 농민들에게 더욱 피눈물로 다가온 낱말이었다.

헌데 이와 유사한 ‘다방농민’이란 말을 김 본부장이 내뱉었다. 생산성도 떨어지고 투자했더니 엉뚱한 곳으로 흐르는 게 농업정책자금이라는 설명과 함께.

농민단체는 물론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농민단체들은 즉각 기자회견을 갖거나 성명을 내어 ‘김 본부장의 파면’을 촉구했다. 민주당 조배숙 최고위원은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굴욕적 한미협상으로 인해 생존의 위기에서 벼랑에 몰린 농민에게 협상을 잘못해 역사의 역적이 된 사람이 사죄해도 부족한데 어떻게 농민을 폄하하느냐”고 질타했다.

어느 사회, 어느 조직이나 ‘물을 흐리는’ 사람이 있다. 농업계도 마찬가지다. 농민들은 이런 몇몇 지탄받을 사람들 때문에 속상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를 악용하는 사람까지 나타나다니.
명색이 한나라의 장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이 FTA로 소외될 처지에 놓인 농업·농민을 적나라하게 ‘다방농민’이라고 깔아 뭉갰다. 도울 일이 없다는 뜻으로 들릴 정도가 아니라, 농민들을 처단해야 한다는 소리로 들린다. 무서운 일이다. 철저히 따져서 벌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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