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분자’ 고창군, 돈 되는 작물·돈 벌줄 아는 농업인 육성

어려웠던 시절, 자연이 주는 간식거리요 허기진 배를 채워주던 복분자가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자리잡았다. 생으로 먹는 것에서부터 술, 과자, 쨈, 젤리 등 다양한 먹을거리로 재탄생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복분자의 이같은 유명세가 있기까지 고창군의 공로가 컸다.

전국 최초로 야생복분자를 시험재배해 소득작목으로 키워냈고, 10여년 전부터는 역시 전국 최초로 복분자시험장을 운영하면서 재배기술을 정립하고, 가공상품 개발, 새품종 육성 등에 전력을 다했다. 복분자의 원조는 고창군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 덕분에 복분자는 ‘돈 되는’ 농산물로서 고창군 최고의 효자상품으로 성장했고 건강식품의 대명사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고창군의 욕심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최근 ‘돈 되는 작물, 돈 벌줄 아는 농업인’을 육성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고창군농업기술센터 문규환 소장을 만나 농업인 소득증대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복분자하면 고창군을 떠올릴 정도로 유명해졌다.
- 1980년대 초 야생복분자를 채취해 작목화를 위한 시험재배를 시작한 것이 오늘까지 왔다. 복분자의 기능성에 대해선 많이 알려져 있었지만 야생에서 채취되는 물량은 거의 미미했다. 그래서 우리는 대량생산기술을 개발하는데 주력했다. 전국 최초로 복분자시험장을 건립해 운영한 1998년부터 보다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는데, 가장 우선적으로 야생복분자의 재배방법을 개발하는데 집중 연구했다. 그 결과 평당 1.6kg 수준에 불과했던 생산량을 10배 이상 향상시켰다. 그 이후에는 가공식품도 개발하고, 유통시스템도 구축하고, 보다 나는 품질의 복분자를 생산할 수 있는 새품종도 개발해냈다. 현재 전국 재배면적의 41%가 우리 지역에 집중돼 있다.

소득은 어느 정도인가?
- 2009년 현재 고창군내 4,795농가가 1,332ha에서 복분자를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서 연간 647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농가당 1,440만원 꼴이다. 고창군의 특화작목이요, 전략산업으로 자리잡았다. 또한 다양한 복분자주 실험연구를 통해 복분자 와인, 리큐르주, 발효주 등 상품을 개발해 전국 가공업체 70곳 가운데 고창군내 44곳의 업체에 공급했다. 여기에서 500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으며, 고창군내에 9개 복분자주 공장이 건립돼 한국 민속주 원조로서 복분자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요즘엔 다른 지역에서도 고창군 복분자를 위협할만한 수준의 복분자가 나오고 있다.
- 대중화 되다보니 그런 것 같다. 그렇다해도 우리지역의 복분자는 여전히 정상에 있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고창군의 이미지와 브랜드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미 2004년부터 복분자 특구로 지정돼 육성되고 있고, 2005년에는 ‘고창복분자주’를 지리적표시제에 등록시키는 등 정부 정책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전국 최초로 복분자 축제를 개최해 고창복분자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분말 복분자와 이를 이용한 다이어트 즉석식품개발 등 21개 연구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조만간 성과가 나올 예정이다. 현재 관내 관광자원과 연계한 지역경제 활성화사업 중 하나로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 지원해 육성하고 있다.

수박 등 고창군을 대표하는 농산물이 꽤 많다. 복분자 수준으로 지원해 육성하면 좋을텐데.
- 물론이다. 고창수박, 고들빼기, 자색땅콩, 인삼, 배추 등 다양한 농작물이 재배되고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 특히 인삼의 경우는 주산지로 유명한 금산보다 재배량이 월등하다. 면적만 1,500ha에 달한다. 따라서 복분자처럼 전폭적인 지원보다는 농업인 스스로 높은 소득을 올리도록 돕는 데 투자하려 한다. 이를 위해 현재 ‘농업인 자생력 강화와 돈 벌 줄 아는 인재양성’을 모토로 ‘농촌개발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농업인들의 반응이 대단히 좋다.

어떻게 운영되나?
- 지난 2005년부터 농촌개발대학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수요도를 조사해 부가가치가 높은 농업 프로그램을 개발해 교육하고 있는데, 현재 ▲특산물개발과정 ▲농촌관광과정 ▲복분자개발과정 ▲창업농과정 등 4개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과정별 목표는 이수후 ‘1억원 이상’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경영노하우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가 주도하는 교육이 아니라 농업인 스스로 교육에 참여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 그것에 대해 ‘코칭 컨설팅교육’을 진행함으로써 농업인의 자생력을 높이고 경영마인드를 구축하도록 하고 있다. 또 정규 교육과정 이외에 농업CEO과정을 개설해 전국 최초로 강사, 교재, 강의실이 없는 ‘3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530명이 수료했는데 이 가운데 85명이 1억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벤처농업인으로 성장했다.

농업인의 사업계획서에 대해 ‘코칭 컨설팅’ 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 교육과정별로 1년 동안 매월 둘째, 넷째주 목요일 하루에 5시간 동안 집중적인 수업이 진행된다. 70%이상 출석을 하고 과제를 반드시 이수해야 수료장이 주어진다. 견학교육 중에 음주도 금지할 정도로 상당히 엄격하게 운영되고 있다. 수박을 예로 들면, 한 때 잘 나가던 고창수박이 왜 침체됐는지 스스로 원인을 분석하도록 주문한다.

실제로 농업인들이 자신의 경험과 문제점에 비춰 내놓은 원인을 보면 거의 대부분 일치한다. 얼마전에 한 통에 17만원하는 수박이 나타났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부산의 롯데백화점에서 경매를 통해 기록한 가격이다. 고창수박 홍보전략을 만들면서 농업인들과 함께 기획한 것인데, 대단히 큰 반향을 일으켰다. 경매가격이 너무 높다는 점에서 심리적인 반발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고품질 ‘고창수박’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됐다. 교육의 핵심인 스스로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본다.

최근 귀농·귀촌자가 많이 늘었다. 이들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다.
- 우리 군의 경우 지난 3년간 1,500명 정도가 귀농했다. 그러나 다른 지역과 차이가 있다면 보통 도시은퇴자가 단순히 ‘귀촌’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지역은 순수하게 농업을 생업으로 삼고자하는 ‘귀농’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귀농자를 대상으로 한 심층적인 귀농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훌륭하게 정착한 선배귀농자를 후배귀농자에게 품목별로 개별 ‘멘토’로 지정해주어 귀농설계에서부터 실제 정착까지 도와주는 멘토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농업인에게 당부말씀 한마디 해달라.
- 직업군 중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정체된 직업이 농업이다. 그러나 요즘은 변화와 혁신이 강조되는 사회분위기다. 우리 센터는 ‘찾아가는’이 아니라 ‘찾아오는’ 센터로 만들려고 한다. 스스로 발전과 성공을 노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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