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육쪽마늘·친환경고추 품질 경쟁력 확보에 노력

충남 태안은 ‘국가가 태평하고 국민이 편안하다’는 뜻의 ‘국태민안(國泰民安)’의 준말로,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대부분의 지역이 바닷가와 연접해 있고 그리 많지 않지만 아름다운 산림, 해양성 기후와 좋은 토질에서 생산되는 쌀을 비롯한 마늘, 고추, 화훼 등 고품질 농산물이 ‘태안’이란 지명을 갖게 한 것은 아닐까.

특히 최근엔 백합, 국화, 양란, 장미 등을 수출할만큼 화훼류 주산지로서 명성을 얻고 있고 좋은 품질을 가진 태양초 고추, 육쪽마늘, 황토생강, 황토호박고구마 등 농산물도 태안을 대표하는 농산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태안군농업기술센터는 이같은 농업환경과 고품질 농산물을 브랜드화해 시장경쟁력을 갖고 농가소득을 높일 수 있도록 지도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태안군농업기술센터 전병록 소장을 만나 태안농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태풍 곤파스 때문에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안다. 어떤가?
- 얼마전 만난 93세 할머니가 “이렇게 큰 바람은 생전 처음이다”고 말할 만큼 대단히 큰 피해를 입었다. 현재 공식적으로 330억원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당장 수확이 불가능하거나 수확을 해도 소득이 안되는 직간접 피해를 포함하면 1,000억원이 넘는다. 피해면적도 9,000여 ha에 달한다.

특히 태풍이 지나간 뒤 나타난 벼 ‘백수’현상이 심각하다는데.
- 태풍이 몰고 온 소금기 섞인 강하고 빠른 해풍이 피해를 입혔는데, 태풍이 지나간 후 2~3일 뒤에 벼의 수분이 없어져 생기는 백수현상이 나타났다. 피해면적은 대략 4,000여 ha에 이른다. 현재 정부와 충남도가 백수현상에 대해 10a당 110만원을 재해보상비로 지원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면적대비 소득의 6~7분의 1 수준의 보상비로는 소작료도 못 낼 액수라는 등의 농가 불만이 많아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길거리에 ‘쓰러진 나무 삽니다’라는 광고도 나붙은 걸 보면 다른 작물의 피해도 컸던 것으로 보이는데.
- 다른 작물도 피해를 입었는데, 사실 재해보상 대상에서 제외돼 더 큰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과수, 화훼 등 거의 모든 작물과 재배면적이 피해를 입어 실질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태안은 ‘백합축제’를 개최할 정도로 화훼산업이 활발하다.
-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한 해양성 기후를 갖고 있어 화훼 작물이 잘된다. 국내 최대 종구생산단지도 보유하고 있고, 백합시험장도 운영하고 있다. 백합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배양을 통한 종구보급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농가 반응이 좋다. 2006년부터 백합을 수출하고 있는 영농조합법인이 주축돼 축제를 개최하고 있는데, 관광자원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UPOV에 가입돼 조만간 닥칠 로얄티 문제가 걱정인데 괜찮나?
- 이 때문에 최근 재배농가가 감소하고 있다. 종구 수입 의존도가 95%에 달하고 종구 구입비가 경영비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국산 품종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고, 종구보급사업을 통해 자급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올해 100본을 공급하는 등 보급량도 매년 늘리고 있다. 농가들도 종구 구입비 절감을 위해 스스로 종구를 생산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가 공급하는 종구를 한 번만 쓰지말고, 농가에서 종구를 증식시키면 4~5년은 거뜬히 이용할 수 있다.

태안 육쪽마늘도 유명한데.
- 보통 마늘하면 경북 의성을 꼽는데, 아마 논에서 다량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하지만 태안도 주산지 가운데 하나로, 육쪽마늘 요리축제도 개최하고 있고 특히 품질이 좋다. 자갈이 거의 없는 황토로 된 밭에서 해풍을 맞으며 자란 마늘이어서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마늘보다 품질면에서 최고라고 자부한다. 사실 의성지역 마늘 대부분이 태안에서 가져다 심은 마늘이라고 보면 된다.

몇 년전 마늘파동을 겪은 적이 있고 수입마늘 때문에 걱정이다.
- 그래서 우리 센터는 마늘 재배 면적을 백합종구 생산단지로 바꾸도록 유도하고 있다. 단위 면적당 소득이 600~700만원으로 마늘보다 2~3배 많다. 육쪽마늘은 재배가 상당히 어렵고 고추 만큼이나 일손이 많이 필요한 작물이어서 요즘처럼 고령화된 상황에선 노력 대비 소득면에서 백합을 재배하는 것이 유리하다.

유명세에 비해 브랜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 몇 년전부터 육쪽마늘, 생강, 고추 등 양념채소류에 ‘갯바람’ 브랜드를 붙여 출하하는 등 태안 농특산물 브랜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 태안군에서 적극 추진하고 있는 ‘꽃다지’ 브랜드와 병행 표기함으로써 태안군 농산물 이미지를 부각시켜 나가고 있다.

고추도 생산이 많다고 하는데 다른 지역의 유명 고추 브랜드와 견줘 그리 알려져 있지 않는데.
- 그렇지 않다. 친환경으로 재배한 홍고추를 자연 건조한 태양초가 유명하다. 다른 지역에 비해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 질병에 취약하기로 유명한 고추를 친환경으로 재배한 것이 경쟁력이다.

농약없이 고추농사를 짓기가 어렵지 않은가.
- 맞다. 고질적인 질병이 역병이다. 게다가 연작장애도 큰 문제다. 우리 센터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4년부터 비가림하우스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역병의 원인이 되는 물빠짐을 좋게 하기 위해 60cm 깊이에 유공관을 설치한 것이 핵심기술이다. 이 기술로 역병을 거의 완벽하게 예방했다. 그런데 농가들이 한 술 더 떠서 농약을 안주고 생산한 것이다. 이렇게 해도 10a당 평균 1,500근이 생산됐다. 기존 생산량이 300근인 것을 감안하면 5배 이상 생산할 수 있다. 이렇게 생산한 고추를 수출도 하고 있다.

고추 수출 이야기는 조금 생소하다.
- 현재 50농가가 친환경고추작목반을 결성하고 20ha 규모에서 친환경 고추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유기재배 인증과 ISO국제인증을 받은 고추를 농협을 통해 연간 10톤 정도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과 미국 등지에 수출했다. 사실 다른 지역에 비하면 조금 늦게 시작됐지만 시범사업이 성공한 이후 다른 지역에서 견학 요청이 쇄도할 만큼 품질이나 기술면에서 전국 최고라고 자부한다.

갈수록 국내외 농업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 태안 농산물 경쟁력 강화 방안이 있다면.
- 아시는 바와 같이 품질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그 다음이 적극적인 홍보를 통한 소비확대가 관건이다. 우리 센터는 이같은 노력과 함께 현재 이미 운영되고 있거나 조성하고 있는 체험마을과 연계해 소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농산물도 관광자원화 하는 것이다. 태안이 보유한 많은 관광지와 시설, 체험마을이 태안농업 경쟁력에 힘을 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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