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닭 산닭 판매가 죽일 죄(?)인가”

울산광역시 언양에서 토종닭·오리 유통업에 종사하고 있는 최두호 씨는 두달전 법정 구속될 뻔한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사유는 토종닭을 불법도계 했다는 이유에서다.

최 씨는 “토종닭을 자가도계를 통해 거래처에 납품한지가 10년이 넘었지만 막상 경찰이 단속을 이유로 방문했을 때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축산물가공처리법을 위반할 경우 7년이하 징역에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는 조항에 화들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에게 믿고 안심할 수 있는 건강한 토종닭을 판매해왔다는 자부심이 무너진 것도 억울했지만 자가도축을 통한 영업활동이 중범죄자와 같은 취급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면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데다 수많은 범법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축산물가공처리법은 ‘악법’에 불과하다”고 성토했다.

사실 토종닭 산닭 판매장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다수의 토종닭 유통 종사자들은 대형 도계장이 아닌 곳에서 토종닭을 도계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삼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꼬집는다.

애초부터 대형 도계장을 이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데다 국내 대다수의 도계장이 육계 기준에 맞춰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육계에 비해 크기가 2배이상인 토종닭은 이래저래 ‘서자’ 취급을 받기 일쑤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치 않고 일방적으로 자가도축을 금지하는 축산물가공처리법은 즉각 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특히 대형도계장을 이용할 수 없는 현실에서는 ‘소형도계장’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최 씨는 “소규모 도계장이 운영될 수 있도록 조치를 해주던지, 합법적으로 영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가공처리법이 개정돼야 한다”면서 “현실적으로 아무런 대안도 없이 무작정 불법행위라고 간주하고 단속을 한다면 토종닭 유통상인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 씨는 AI 시즌이면 전통시장 산닭판매시장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행태도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사육농장에서 AI 방역활동에 철저했다면 판매장에서 AI로 고충 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판매장에서 체류하는 1~3일 동안 AI가 발생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과연 얼마만큼 신뢰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앞선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내년부터 당장 시행되는 포장유통의무화에 대해서도 날선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포장유통의무화를 위해서는 수백만원이 소요되는 포장기계를 구매해야 하고, 포장 인력과 인건비 등 소규모 유통상인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화된 가공업체나 냉동닭은 포장유통이 맞을지 모르지만 유통기한이 짧은 생닭은 포장유통으로 인해 불필요한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해 포장유통 정책을 추진하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10년이 넘도록 토종닭 유통사업에 매진했던 최 씨. 어느 해보다 2010년 한해를 보내는 것이 힘겹기만 하다고. 그래도 최 씨는 “토종닭 유통상인들을 배려한 정책, 현실에 부합한 정책이 언제가는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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