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조직 안정기…재도약 위해 힘쓸 것”

 지난 8월 18일 취임한 민승규 농촌진흥청장이 7일 농업전문지 기자단과 만났다. 민 청장은 농진청 진단과 향후 운용계획에 대해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요점은,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한 ‘공정한 사회’에 걸맞게 농진청이 공정한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는 한편 큰 꿈을 에너지 삼아 ‘더 큰 농진청’을 만들겠다는 것.

민 청장은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는 안팎에서 협력해야 한다는 뜻의 졸탁동시, 드림 팩토리, 조직의 3단계 성장론, 시장에서 성공에 이르는 3개의 산, 농촌지도공무원의 매니저 마인드, 쓰리 엠시 플러스 원(3MC+1) 등 특유의 말잔치도 벌였다. ‘큰 사람’ 개념에 빗대 ‘든 RDA, 난 RDA, 된 RDA’도 강조했다. 알디에이(RDA)는 농촌진흥청의 영문자 이니셜이다.

주로 농진청 조직에 대해 일단의 생각과 계획을 밝힌 민 청장은 쌀 대책, 후계농업인력 육성 등 농정현안에 대한 질의에는 말을 아꼈다. 현안에 대해 답변을 꺼린 이유는 “청의 미션은 농식품부 정책을 보좌하는 일”인 만큼 “장관이 새로 왔으니 정무는 거기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농어촌비서관, 농림수산식품부 차관 때와 농촌진흥청장 부임이후 청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는 있나?
= 큰 차이는 없다. 비서관 당시 농진청은 큰 변화를 요구받는 시기였다. 2008년 당시 청에서 와서 (개편안을) 설명했는데,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너무 앞서 간다’ 생각했다. 청은 일종의 연구기관으로, 창의력 발휘가 관건이다. 그간 너무 외형적인 것에 치우친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사실 정권 바뀔 때마다 청은 개혁의 대상이 됐다. 이유는 ‘스타’가 없어서다. 우장춘 박사 같은 인물이 열 명이 있다면 그런 얘기 하나도 안 나온다. 청을 창조적 조직으로 만드는 게 청장의 가장 큰 임무다. 차관 시절에는 일도 바빴고, 안 보는 게 낫다는 생각에 청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농진청의 ‘색깔’이랄까, 앞으로 청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
= 농진청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기존 이미지를 버리고 창조적 조직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화가 단절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자유로운 분위기 조성을 통해 창조적인 농진청 이미지를 만들어갈 것이다. ‘농진청, 꿈이 에너지다’란 주제로 엊그제 전체직원에게 강의도 했다. 꿈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농업을 어떻게 한 단계 발전시킬까, 절박함이 없는 게 문제다. 농진청이 드림 팩토리(dream factory, 꿈 제조공장)가 되도록 하겠다.

농진청이 국민에게 꼭 필요한 기관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조직개편을 단행할 계획은 있나?
= 전임 청장 두 분이 조직 틀을 잘 만들어 놨다. 본인은 알다시피 조직전문가다. 조직 성공의 3단계가 있다. 1단계는 지혈, 봉합의 단계다. 엠비(MB)정부 들어 이수화 청장이 맡았다. 2단계는 안정화시기로 김재수 청장이 추진했다. 마지막 단계인 ‘조직의 재도약’은 내 임무라고 본다. 농진청 존립목적인 농촌진흥, 농업인과 농촌을 위한 조직으로 도약하도록 노력하겠다. ‘졸탁동시’란 말이 있다. 직원과 청장, 농진청과 농업전문지 기자가 안팎에서 협력해야 농업인을 위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연구성과가 현장에 접목되지 못한 부분이 많다. 품종개발 등이 산업화되기 위해선 개발자나 개발품종에 대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좋은 연구는 많은데 외부평가는 좋지 않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하나의 아이템이 시장에서 성공하기까지 세 가지 산을 넘어야 한다. 첫째는 ‘알앤디(R&D, 연구개발)의 산’이다. 연구자의 한계를 말하는데 이 산은 그래도 청이 넘는다. 두 번째는 ‘상품의 산’이다. 소비자에게 환영받으려면 브랜드, 디자인, 가격 등을 결정해 제품을 내놔야 한다. 농진청은 이 능력이 부족하다. 세 번째는 ‘마케팅 산’이다. 마케팅 능력은 더 부족하다. 갈수록 산은 더 높다. 앞으로는 상품화, 마케팅까지 고려한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기능 못잖게 중요한 것이 지도기능이다. 농촌지도기능 강화방안이 있나?
= 농업분야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연구기능보다 오히려 지도기능이 더 중요한 시점이다. 지도업무가 중요하나, 먼저 지도직 공무원들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농촌지도소에서 농업기술센터로 바뀌었는데 여전히 지도사, 지도관이다. 누가 누굴 지도하는 마인드를 버리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중간에서 잇는 ‘매니저’가 돼야 한다. 그래야 지도업무가 바뀐다. 연구자들도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농진청은 국가기관으로서 본연의 기초연구도 중요하다. 실용연구와 기초연구 비중은 어떻게 하고,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어젠다(의제) 중심 연구시스템은 어떻게 할 것인가?
= 농진청 연구에서 순수 알앤디와 응용연구 비율은 잘 모르겠다. 분야나 부서별로 혼재해 있다. 국가기관으로서 순수 알앤디 강화가 맞지만, 또 농업인들이 있다. 나름의 딜레마가 있다는 얘기다. 절충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어젠다 시스템이 보기에는 심플하지만, 내부로 들어가 보니 문제점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직원들 보고사항에도 있다. 추후 개선방안을 마련해 직원들 어려움을 해소하도록 하겠다.

서면 제출한 농업현안 질의에 답변해 달라. 농진청 내부에 대한 관심도 있지만, 농업인 독자들은 현안에 대한 청장의 의견을 알고 싶어한다. 농업과 농촌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 농진청의 미션은 정부정책을 보좌하는 것이다. 장관이 새로 왔으니 정무는 거기에 맞춰야 한다. ‘쓰리 엠시 플러스 원(3MC+1)’이란 방침이 중요하다. 첫 번째는 마켓 크리에이션(market creation), 시장창출이다. 시장을 어떻게 만들까가 농정의 핵심이다.

정부지원으로는 한계가 있다. 엠비 농정의 가장 큰 미션이기도 하다. 다음은 메소드 체인지(method change), 방법변화다.

최근 막걸리에 들어가는 누룩연구를 시작한 것처럼 청 연구패턴도 스마트해야 한다. 세 번째는 마인드 체인지(mind change)다. 농업인과 공무원 모두 미래를 보는 눈을 갖춘 마인드로 변해야 한다. 마지막 플러스 1이 중요하다. 시장은 묘하게도, 이득 보는 계층이 있으면 손해계층도 있다. 플러스 1은 바로 ‘배려의 경제’다. 시장변화로 손해 보는 농업인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청장에 대한 기대와 염려가 교차한다. 농진청 고유기능을 간과하지 않는 추진이 필요하다.
= 농업, 농촌이 소중하다고 다 얘기하지만, 직접 농업에 종사하는 것에 대해서는 100퍼센트 말이 달라진다. 농촌이 아름다워져 더 가꾸고 싶은 공간이 돼야 한다. 농업인이 잘돼 부자가 되고 삶의 질이 높아진다면, 분명 꿈과 희망이 생길 것이다. ‘인생 이모작’이란 말대로 은퇴 후 도시민들이 가고 싶어하는, 꿈과 희망이 있는 농업, 농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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