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공·상품화 적극 추진…농업인이 ‘찾아오는’ 센터로”

한우, 더덕, 안흥찐빵은 횡성군을 대표하는 농식품이다. 특히 한우는 이미 몇 십년전부터 대한민국 대표 한우브랜드로 명성을 날리고 있어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안흥찐빵도 강원도를 찾은 관광객들의 입소문에서 비롯된 이름난 농외소득원이고, 더덕 역시 특유의 지리적 잇점이 가져다 준 자연의 선물로, 대표적인 소득원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 더해 고랭지인 이 지역의 장점 덕분에 배추 등 밭작물이 큰 소득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뭔가 허전하다.

횡성군 인구의 절반이 넘는 농업인들 모두가 이런 유명세만으로 먹고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령화에 따라 갈수록 생산성이 저하되는 어려움과 밀려드는 수입농산물과의 경쟁은 또다른 소득원 발굴을 강요하고 있다. “과거의 ‘찾아가는’ 지도사업에서 벗어나 ‘찾아오는’ 지도사업으로 농업인들의 능동적인 농업경영을 유도하고 있다”는 횡성군농업기술센터 이규태 소장을 만나 횡성농업의 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농업기술실용화재단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것으로 안다.
- 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특수미 종자공급사업을 도와줬다고 준 것이다. 예를 들면 술을 빚기에 알맞은 품종이라든지, 쌀국수용이나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품종같은 특수미를 말하는데, 우리 센터는 이들 특수미의 원종, 원원종, 보급종을 재배해 공급하고 있다. 사실 단지를 이루고 있는 농가들에게 다리만 놔 줬을 뿐이다.

사업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 현재 12농가가 위탁생산 형태로 재배하고 있는데, 올해 5.6ha에서 약 34톤이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원종이나 원원종 면적을 제외한 5ha에서 생산한 30톤가량의 보급종은 공급을 원하는 농협이나 민간업체에 납품된다. 납품된 쌀은 다시 국순당 등 가공업체에 공급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다리만 놔줬다고 하지만 관행적인 벼 생산과 유통에 익숙한 벼재배농가로선 새로운 것이고 도움이 되는 것 아닌가?
- 그렇게 봐주니 고맙다. 우리 센터는 지금 과거의 지도사업과 조금 다른 형태의 지도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른바 농가에 ‘찾아가는’ 일방적인 사업이 아니라 농업인이 센터에 ‘찾아오도록’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업인들이 필요에 의해 능동적으로 활동하도록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더 크고 많은 효과를 낸다고 보는 것이다.

농업인이 ‘찾아오는’ 센터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많은 농업인들이 과거처럼 ‘몸으로 부딪히는’ 센터직원들을 원하고 있지 않은가?
- 물론이다. 하지만 보다 생산적인 농업경영을 위해선 농업인 스스로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 요즘처럼 전문화된 농가가 많아진 상황에선 센터가 도와줄 수 있는 기술은 한계가 있다. 다만 그 기술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주는 것이 현실적이라 생각한다.

‘찾아오는’ 센터를 대표하는 사업은 뭔가?
- 앞으로 우리 농업은 도시소비자, 농산물가공, 친환경, 미생물, 농기계 등 5가지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본다. 고령화 되어 가는 현실에서 농기계는 보다 효율적인 생산을 이끌 것이고, 친환경이나 미생물은 도시소비자들이 원하는 웰빙식품 생산을 가능케 할 것이다. 특히 앞으로는 단순한 1차 생산에서 벗어나 가공과 유통·판매에 이르는 2~3차 생산성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농업인들에게 생산한 농산물을 어떻게 가공해서 상품화하고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주는 것이 센터의 중요한 업무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센터는 농산물가공시설을 갖추고 필요로하는 농업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농산물가공시설은 어떻게 이용되나?
- 우선 센터가 제공하는 ‘농산물 가공지원실’의 가공시설은 농업인들이 원하기만 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현재 가공장비 20여종을 갖추고 농업인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사용신청을 받아 평가를 거져 사용토록 하고 있다. 더불어 가공기술에 대한 애로상담을 통해 지도·교육하고 있고 시제품을 제작하는데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시작했고 현재 3농가가 미숫가루, 울금환, 도라지환, 야채추출액 등을 상품화하기 위해 가공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현재 이들 제품의 일부를 인터넷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고, 이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그동안 관련된 가공기술 교육을 충분히 받았다.

가공시설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품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다.
- 각종 가공기술을 농가에 이전하고, 생산제품에 대한 성분분석을 지원하는 등 상품화된 제품에 대해 센터가 일종의 ‘인증’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특히 상품화기술도 개발하고 있는데, 현재 멸균음료를 상품화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농업인과 공동으로 더덕즙, 홍삼환, 복분자쨈 등의 가공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연구가 완료되면 농업인에게 기술이 이전되는데, 가공시설도 계속 이용할 수 있다. 상품의 제조원이 우리 센터가 되는 셈이다.

다른 센터에서도 이런 정도의 지원은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 맞다. 그래서 우리 센터는 좀더 차별화하기 위해 창업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가공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농가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상품화에 성공하면 상품제조허가 절차 같은 행정절차를 대신 해주고, 어느정도 매출실적을 내고 경영노하우가 갖춰졌다고 판단되면 창업에 필요한 기술 및 자금도 지원할 계획이다. 다만 조건이 있는데 우리지역 농산물을 이용해서 가공·상품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지역농산물이 소비되고 소득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상당히 많은 예산이 필요할 것 같다.
- 물론이다. 현재 가공시설에다 추가로 시설을 보강하고 새로 장비를 구축하는데만 1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우리 센터는 농촌진흥청이 제시한 12개 지도사업 유형 가운데 ‘농식품분야 특성화사업’유형으로 선정돼 여기에 맞춰진 지도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도 뒤따르고 있다.

요즘 농업계 화두는 단연 쌀값이다. 대책은 있나?
- 어려운 문제라 딱히 꼬집어 말하기 어렵다. 다만 횡성군은 정부가 제시한 벼 대신 타작물을 재배하면 30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에 크게 공감하고 있고 추가적인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타작물을 재배한 농가의 경영실적을 분석한 후 정부지원금 외에 부족한 부분을 추가로 자금지원하는 방안을 세우고 있다.

앞으로 벼농사를 어떻게 보나?
- 앞으로는 못자리가 없는 벼농사가 대세를 이룰 것이다. 벼 직파재배가 그것인데, 우리 군은 한우사육농가와 연계해 총체벼와 호밀을 재배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고령화된 현실과 쌀재고량 감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앞서 말한대로 경영상 부족한 부분을 지자체가 보전해주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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