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 쌀 / 당진군농업기술센터

농업인신문은 농촌진흥청 농촌지도사업의 핵심으로 떠오른 ‘지역농업 특성화사업’이 농촌현장에서 어떻게 추진되고,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짚어본다. 지역농업 특성화사업은 농진청 변화의 키워드가 종합된 사업이다. 연구·지도·현장을 연계한 수요자중심 기술 개발과 보급, 농업기술센터중심의 지역농업 활성화, 지도인력의 전문역량 강화, 연구결과의 현장실용화 등 현안을 오롯이 담고 있는 사업이란 평이다. 농진청은 12대 특성화 유형을 설정하고 지난해 50시·군 농업기술센터를 지원대상자로 선정한 데 이어 올해 33개 농업기술센터를 새로 선정했다. 지난해 유형별 우수사례 12회에 이어 올해도 우수지역을 소개한다. [편집자의 말]


◇ “벼농사, 관행대로는 비전 없다”

쌀 재고가 넘쳐난다. 속절없이 떨어지는 쌀값에 농가의 시름은 커지고 있다. 국제사회가 권고하는 적정재고량은 70만 톤 수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좌고우면하며 기회를 놓쳐 쌀 재고 처분에 실패한 정부는 오래 묵은 쌀 일부를 사료용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사료용으로 일부 소진한다 해도 올해 쌀 예상 재고량은 적정량의 2배가 넘는 147만 톤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농업계를 비롯한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대북 차관지원이나 제3세계 방출방안 등을 현실적인 쌀 대책으로 제시하거나 주장해왔지만 이마저도 씨알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다. 대북 강경책 일변도의 현 정부로서는 대북 식량지원에 인색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과 인도적 식량지원마저 정치외교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농업계에선 “벼가 쑥쑥 크면서 농업인 시름도 커지고 있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형편이다.

같은 ‘쌀 수난시대’에 농업인들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가? 농정당국의 책임과 한계가 드러난 상황에서 현장농업인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농업인의 질긴 생명력은 결국 자구책으로 힘이 모아지고 있다. 쌀값 반등이 한동안 난망할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 농업인이 찾은 자구책은 생산비 절감, 고품질 쌀 생산이라는 협소한 대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

충남 당진군농업기술센터는 이 난관을 어떻게 뚫고 나갈지 고민이 깊다. 2009년 농촌진흥청의 지역농업 특성화사업 중 고품질 쌀 생산 유형에 경기 여주, 전북 김제, 전남 강진과 함께 선정된 당진군농업기술센터는 지역 쌀 산업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진군농업기술센터의 기본인식은 “관행대로 쌀을 생산해서는 현재의 위기를 넘어설 수 없다”는 데 방점이 찍힌다.

당진군의 경지면적은 2만7천445헥타르이며 이 가운데 밭이 7천여 헥타르, 논은 2만 헥타르가 넘는다. 전국 벼 재배면적을 90만 헥타르 수준으로 보더라도 당진군의 벼농사는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당진군은 전통적으로 농업규모가 커 ‘농업 웅군’이란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 농업인이 변화주체, 무논직파 확대

당진군농업기술센터가 위기에 강할 수 있는 토대는 농업인 교육에 있다는 평이다. 센터는 일치감치 ‘농업인을 변화의 주체로’란 슬로건을 내걸고 농업인에 대한 맞춤형 교육을 실시해왔다. 3월부터 12월까지 운영되는 당진군농업기술대학은 농업인이 실제 변화주체로 우뚝 서도록 하는 한편 알차고 효과적인 교육을 통해 전문농업기술인을 육성해왔다. 당진 농업인들에겐 농업기술대학에 대한 자긍심이 들어섰다.

당진군농업기술센터가 농업기술대학을 통해 전반적으로 농업경영능력을 갖추도록 하면서 공을 들이는 부문은 품목별 전문농업 지도자를 육성하는 일이다.

특히 꽈리고추와 함께 쌀 생산량 전국 1위 지방자치단체인 당진군으로서는 쌀 산업의 흥망성쇠가 지역경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쌀에 대한 농업기술센터의 역량집중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농진청의 지역특성화사업과 맞물려 당진군의 고품질 쌀 생산체계의 안착, 성공여부가 향후 한국 쌀 산업의 가늠자가 될 만하다. 당진군농업기술센터가 농진청은 물론 충남도농업기술원, 순천향대학교, 지역 농협 등과 함께 쌀 관련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교육과 컨설팅에 집중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당진군농업기술센터의 고품질 쌀 특성화사업은 단지 선정과 조성부터 시작됐다. 우강, 송악, 면천 등지에 5개 특성화단지를 조성했다. 2009년의 경우 5곳, 210헥타르로 조성된 고품질 쌀 특성화단지에 118호 농가가 참여했다. 특히 합덕지역은 무논점파단지 10헥타르를 별도로 조성해 시범재배에 성공을 거뒀다. 군내 전 필지 토양정밀검정과 시비처방, 필지별 표시 깃 설치도 추진됐다.

이와 함께 기술자문, 협의위원, 실무추진단으로 구성한 특성화협의체 활동이 개시되면서 특성화단지별 순회교육, 친환경농자재 공동지원과 활용이 이뤄졌다. 농업기술센터는 특성화단지 기술지원반을 별도로 편성해 볍씨소독 현장지도를 통한 키다리병 감소를 이끌어내는 한편 건묘육성 기술지도, 재배중기 정밀관리요령과 종합방제 컨설팅 등을 통해 고품질 쌀 생산기반 확대에 집중했다. 중점이앙기간을 설정해 공동작업, 균일재배 등을 유도함으로써 품질도 높이고 생산비도 줄이는 효과를 얻기도 했다.

당진군농업기술센터는 올해 고품질 쌀 생산단지면적을 200헥타르까지 확대했으며 ‘탑라이스’ 급으로 품질관리를 강화해 농산물우수관리제도(GAP)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고품질 쌀 생산비 절감기술로 시작한 무논점파 재배면적도 지난해 10헥타르에서 올해 30헥타르로 대폭 늘렸다. 그간 축적한 기술도 기술이지만, 농업기술센터가 운영하는 농업기술대학의 교육을 통해 농업인들이 무논점파 재배에 자신감을 얻은 게 작용을 했다. 농업기술센터는 친환경단재에 녹비작물 재배를 확대해 농가소득에 기여하는 한편 ‘푸른농촌 희망찾기 운동’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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