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길 ‘오디’ 부안에서 고부가가치 ‘열매’

농업인신문은 농촌진흥청 농촌지도사업의 핵심으로 떠오른 ‘지역농업 특성화사업’이 농촌현장에서 어떻게 추진되고,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짚어본다. 지역농업 특성화사업은 농진청 변화의 키워드가 종합된 사업이다. 연구·지도·현장을 연계한 수요자중심 기술 개발과 보급, 농업기술센터중심의 지역농업 활성화, 지도인력의 전문역량 강화, 연구결과의 현장실용화 등 현안을 오롯이 담고 있는 사업이란 평이다. 농진청은 12대 특성화 유형을 설정하고 지난해 50시·군 농업기술센터를 지원대상자로 선정한 데 이어 올해 33개 농업기술센터를 새로 선정했다. 지난해 유형별 우수사례 12회에 이어 올해도 우수지역을 소개한다. [편집자의 말]



◇ 오디 르네상스…농가소득 특화

뽕과 관련한 산물에는 오디, 뽕잎, 누에, 고치, 동충하초 등이 있다. 이들은 대개 우리 몸에서 생체기능을 조절해 병을 예방하거나 낫게 하는 생리활성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최근 기능성 식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오디(참뽕) 산업은 오랜 역사를 지녔음에도 산업화, 개방화 과정을 거치면서 중국 등 생산비가 낮은 나라의 가격경쟁에 밀려 사양길을 걷고 있다.

농업은 사양길에 있는 산업이 아니라 과거에도 현재, 미래에도 영원한 첨단산업이라는 세계석학들의 일갈이 있듯이 뽕을 한물 간 산업으로 치부하는 세태를 단호히 거부한 곳이 있다. 바로 전북 부안군농업기술센터다. 부안군은 농가소득 증대와 고부가가치 농업을 목표로 지역특화작목개발에 나섰고, 그 미지의 탐험에서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뽕을 재발견한 것이다.

부안군농업기술센터는 지역 뽕 산업을 재구축하면서 1970년대까지의 ‘옛 영화’에 안주하지 않았다. 그간 한국 양잠산업은 입는 것에서 보는 것, 먹을거리로 시장을 확대해왔고 최근에는 기능성 식품뿐 아니라 의료용 원료로까지 쓰임새를 넓혀왔다. 부안군은 이러한 일련의 흐름을 간파하고 오디와 뽕잎, 나무와 뿌리, 누에나방까지 뽕과 관련한 모든 것에 주목했다.

부안군농업기술센터는 스스로 ‘오디뽕의 새로운 물결’이라고 칭할 정도로, 뽕을 부안군의 대표적인 소득작물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의 한 축으로 다루고 있다. 오디, 오디가루, 오디술, 오디즙, 오디쨈, 뽕잎차, 뽕잎튀김, 상지차, 상백피, 뽕잎환, 누에가루, 누에환, 실크, 고치, 번데기, 동충하초, 누에나방 등 오디뽕 산물을 세계적인 명품브랜드로 육성해 부안지역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여기에 변산반도국립공원, 새만금간척지 같은 관광개발의 호재도 뽕 산업과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부안군농업기술센터는 “양잠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었지만, 오디의 효능이 널리 알려진 것을 계기로 부안에서는 미래 성장동력산업으로 중점 육성하고 있다”며 “누에타운 건립과 더불어 농진청, 전북농업기술원, 농업기술센터의 노력으로 오디뽕이 신소득작목으로 확고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전했다.


◇ 친환경오디 생산…제품수출까지

부안군농업기술센터는 2009년부터 농촌진흥청의 지역특성화사업의 ‘신소득작목 육성’ 유형에 선정돼 오디뽕 산업에 가속도가 붙었지만, 사실 2003년부터 이미 사업을 벌여왔다. 그만큼 농업기술센터의 전문성, 경험은 충분히 확보됐다는 얘기다. 센터 내 오디뽕연구팀을 주축으로 전담인력 4인이 있는 데다 최근에는 오디뽕연구소를 유치하고 누에타운을 조성하는 등 명실공이 오디뽕산업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뽕과 관련한 산, 학, 관, 연의 협력체계도 궤도에 올랐다. 역시 농촌진흥청의 지역전략작목 산학연협력 사업을 계기로 전북대, 원광대, 전북도농업기술원, 농업과학원 농식품자원부 등과의 연계를 통해 오디 등 상품의 최적포장재 개발, 저장과 유통조건 규명, 기능성 발굴과 성분검사, 기능성 식품 개발 등의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용 비가림하우스로 오디 재배에 성공한 후 이 시설모델은 부안지역뿐 아니라 전국 생산농가에 보급되고 있다. 부안군농업기술센터는 오디뽕 산업을 ‘기능성 고부가가치 기술집약 농업’으로 변모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부안군은 오디뽕 산업의 대외경쟁력 확보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누에전시관, 곤충과학관, 누에·오디뽕 체험학습관, 유통판매 센터, 펜션 등을 완비한 누에타운 건립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다. 오디뽕 산업을 12개 읍면에 확산하기 위한 노력으로 계약재배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생산농가는 판로걱정 없이 고품질의 오디뽕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100퍼센트 사전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계약재배와 수매, 경영과 마케팅, 판매와 유통 등은 지역농협과 가공업체 등이 적극 협력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부안군농업기술센터가 공을 들이는 일은 친환경 고품질 오디 생산일 수밖에 없다. 세계적 명품브랜드 육성의 성공여부는 생산물의 품질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농진청의 지원으로 설치된 비가림하우스 모형은 오디 생산기술의 요람이 되고 있다. 고깔형, 아치형 등으로 지은 비가림 시설은 오디 품질향상 연구, 재배지의 기상·토양조건 조사, 오디뽕 전정법 개발, 주요병해충 발생량 조사와 약제시험, 효율적인 제초기술 개발 등에 유용한 성과를 내고 있다. 부안군은 특히 별도의 오디연구소를 유치하고 6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시험장 건축, 장비 구축, 연구개발과 인력 확보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부안군농업기술센터는 “전문가초청 농업인교육 강화, 친환경 재배기술과 저장성 향상방안 연구, 원광대 교수진을 중심으로 한 기술자문협력단 운영 등으로 재배농가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있다”며 “안전성이 확보된 오디와 잠업산물 생산에 박차를 가해 부안군을 세계최고의 ‘오디 메카’로 육성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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