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삼재배(農民)·특허개발(官)·술생산(産)…세박자 ‘꿍짝’

소외된 노동의 현장에서 삶의 고단함을 위로하고, 잔돈푼으로 주린 배까지 채워주던 막걸리 한사발. 이제는 주류시장에서 당당한 위치를 차지하며 쌀 소비촉진의 1등 구세주로 등장하고 있다.

막걸리 인기는 더 이상 말하기 식상할 정도다. 해를 넘기면서 이어진 막걸리 열풍은 과거 수입쌀과 수입 밀가루를 사용하면서 덧입혀졌던 싸구려 이미지를 벗겨내고 있다. 국내산 쌀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막걸리들이 깔끔한 맛을 되찾으면서 고급화에 성공했다. 또 각 지역의 특화작물이 막걸리와 결합되면서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지역명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지역 쌀을 이용한 막걸리의 고급화는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막걸리 자체의 품질향상도 있지만, 쌀의 안정된 소비처라는 측면이 더욱 크다. 소비처를 찾지 못해 나락에 빠져있는 국내 쌀값을 지탱하고, 꽉 막힌 쌀 시장의 숨 구멍을 뚫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여기 지역 쌀과 특화작물이 결합된 막걸리가 있다. 대기업이 아닌, 원료를 생산하는 농업인이 참여하는 막걸리다. 100% 경기미를 이용하고, 지역 특화작물인 산양삼이 들어있는 ‘산삼가득’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하고, 우리산양삼영농조합과 양운양조가 함께 빚어내는 ‘산삼가득’을 통해 농업과 농업인을 위한 막걸리 열풍의 방향을 제시해 본다.


◆경기미와 산양삼의 만남…‘산삼가득’


지난 5월 10일 필동 한국의집에서는 ‘막걸리 16강전’이 개최됐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서는 국내산 쌀을 이용한 지역대표 막걸리 32종이 출품돼 16강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펼쳤다. 그 결과 16종의 지역대표 막걸리가 선발됐다. 그 중 하나가 ‘산삼가득’이다.

‘산삼가득’은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탄생됐다. 경기도 광주지역에서 산양삼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생물로만 판매되던 산양삼의 가공방법을 고심하던 중, 술로 만들기 위한 기술개발을 경기도농업기술원에 의뢰했다. 이후 1년여간의 연구 끝에 태어난 것이 ‘산삼가득’이다.

‘산삼가득’을 개발한 경기도농업기술원 이대형 박사는 “산양삼이 가지고 있는 사포닌 성분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 결과 ‘마이크로 웨이브 기술’를 이용해 사포닌 성분을 2배 정도 증가시킬 수 있는 특허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 웨이브는 물질을 추출하거나 유기합성, 산 분해 등에 사용되는 기술로써 최근 기능성 식품분야에 접목됐다.

이 박사에 따르면 산양삼의 사포닌 성분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실험이 진행됐다. 홍삼에서 힌트를 얻어 산양삼을 한 번, 두 번…아홉 번까지 쪄내는 구증구포(아홉번을 찌고 말림)의 과정을 모두 시도해봤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 웨이브 처리를 거친 산양삼은 분말로 만들어져 막걸리의 최종 발효과정에서 첨가된다. 이밖에 젊은 층과 여성들이 좋아하는 ‘달보드레’한 맛을 내기위한 ‘아세셀팜(합성감미료)’이 첨가된다.

이 박사는 “산삼가득에는 논란이 되고 있는 ‘아스파탐’을 쓰지 않고, 차별화를 위해 ‘아세셀팜’이 들어간다”며 “앞으로는 천연감미료를 개발해 이를 대체하거나, 무감미료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아스파탐은 일반적으로 막걸리 대부분에서 인공감미료로 사용되고 있다. 식약청은  60kg 성인이 하루 750㎖ 막걸리 33병을 마셔야 1일섭취허용량에 도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산삼가득’은 개량누룩을 사용한다. 일반 막걸리 대부분이 일본식 쌀누룩(입국)을 쓰는 것과 비교된다. 누룩의 차이는 알콜 도수로도 드러난다. 일본식 쌀누룩을 쓴 대부분의 막걸리가 6도인 반면, ‘산삼가득’은 8도다. 이 박사는 “개량누룩이나 전통누룩을 사용한 막걸리는 산도가 낮아, 물을 많이 섞을 경우 밍밍한 맛이 나기 때문에 일반 막걸리에 비해 도수가 높다”고 설명했다.


◆건강을 생각하는 막걸리


‘산삼가득’의 차별성은 경기미 100%와 산양삼이다. 그 중에서도 산양삼이 핵심이다. 국내 최초의 사포닌 다량 함유 산양삼 술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산삼가득’에 들어가는 산양삼은 모두 ‘우리산양삼영농조합법인’에서 조달한다.

‘우리산양삼영농조합법인’은 경기도 광주지역에서 산양삼을 재배하는 농가들 가운데 주류사업에 관심있는 농가들이 모인 영농조합이다. 특히 이 지역은 산림조합 특화품목전문지도원(박성경 과장)을 중심으로 재배자 모임이 왕성한 곳이다. 특화품목전문지도원은 산림청 경영지도 사업 가운데 농가 만족도가 가장 높은 사업으로 전국에는 40명의 특화품목전문지도원이 배치되어 있다.

재배농가가 많다보니 생물 판매를 넘어 가공에 까지 관심이 갔다. 안정적인 소득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다. 우리산양삼영농조합법인 황성헌 대표는 “재배농가의 소득안정에 생물 판매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며 “꾸준한 소비처 확보로 안정적인 소득기반을 만들기 위해 모색된 것이 ‘산삼가득’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산삼가득’은 양운양조에서 생산한다. 양운양조 원대희 사장은 “산삼가득을 처음 소개받은 순간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양운양조는 약초 막걸리인 ‘백초’를 출시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은 황 대표와 원 사장은 대량생산 체계에 돌입했다. 그러나 시행착오를 피할 수 없었다.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맛을 양조장의 대량생산 시스템에서 재연하기가 쉽지 않았다.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기술이전 4개월 만인 올해 3월에야 첫 출시에 성공했다.

‘산삼가득’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양조탱크 하나 당(750㎖ 1300병) 경기미 250kg과 5년근 산양삼 5kg이 필요하다. 5월말 현재까지 본격적인 생산을 준비하는데만 경기미 25톤. 산양삼 280kg이 사용됐다.

현재까지는 기획생산 단계에 있는 ‘산삼가득’은 지난 3~4월간 이마트를 통해 시범판매된 경험이 있다. 당시 판매가격은 750㎖ 1병당 2500원. 보통 수입쌀과 수입밀가루를 사용하는 막걸리 가격이 1000~1350원대를 형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2배가량 비싼 가격이었다.

그러나 소비자 반응이 좋았다. ‘산삼가득’에 대한 제품정보를 알고, 맛을 본 소비자들의 재구매 비율이 생각보다 높았다는 설명이다.

황 대표는 “지역 특화품목을 가지고 적국적인 명주로 커가는 것이 ‘산삼가득’의 목표”라며 “건강을 염두하며 마실 수 있는 건강주로 ‘산삼가득’이 틈새시장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넘어야 할 산’…해결과제는


‘산삼가득’을 비롯해 지역 쌀을 100% 사용하고 있는 막걸리들이 공통적으로 넘어야할 산이 있다. 가장 큰 장점이자 소비확대의 발목을 잡는 것이 원료비다. ‘산삼가득’의 경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국내산 쌀을 사용하면 수입쌀 막걸리에 비해 소비자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쌀의 품종별로 술을 빚어본 결과 큰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다수확 품종의 계약재배가 추진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김포에서 다수확 품종인 안다벼가 계약재배에 들어갔다. 내년에는 안다벼로 빚어진 막걸리가 (주)우리술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포천에서도 올해부터 다수확 품종을 증식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제조된 막걸리의 반응이 좋을 경우 본격적인 계약재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다수확 품종의 계약재배는 농업인과 제조업체, 소비자 모두의 ‘윈윈전략’이다. 제조업체는 고품질 막걸리의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고, 농업인은 계약재배로 판로 걱정이 없다. 소비자 부담도 가벼워진다.

유통문제도 시급한 해결과제다. 아무리 좋은 술이라도 소비자에게 다가서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막걸리 업체들은 아직도 인근 소매점 위주로 판매되는 수준이다. 업체 관계자들은 정부가 진행하는 평가회 등에서 선정된 제품의 경우 유통시장에서 우대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희소식도 있다. 국내산 쌀 막걸리의 시장진입을 가속화 할 수 있는 중요한 제도가 시행을 앞두고 있다. 7월부터 시행되는 술 원산지표시 제도다. 원산지표시가 시행되면 제조업체는 용기나 상표에 주원료의 명칭을 3가지 이상 나열해야 한다. 원료가 국산(국내산), 수입산(국가명) 또는 혼합(국산 0%, ○○산 0%)인지를 표기해야 한다.

원산지표시는 한우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소비자들이 국내산 원료를 사용하는 막걸리의 선택비중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수입쌀, 수입밀가루 막걸리들이 국내산 쌀로 원료를 전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를 통해 막걸리 열풍이 국내산 쌀 소비를 촉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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