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농업, 생산유발효과 18조 5,630억원, 100만명이상 고용창출

지난 매일경제·MBN 주최로 열렸던 “아그리젠토 코리아-첨단농업 부국의 길”이라는 국민보고대회 발표자료에서 농업의 실패원인을 쌀 맹신주의, 나눠먹기 보조금, 경자유전 원칙, 개혁 없는 기관, 의존적 농민의식 5가지로 꼽았다.

이 자료는 농업관련 학자 및 관련기관 종사자들에게 자문을 구하여 작성된 것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농업구조 현실을 망각하고 단순히 일련의 현상만을 가지고 서술한 대단히 미흡한 자료라는 평가다. 지난해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정책연구소는 쌀 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실증적 분석을 통해 쌀 산업의 국민경제적 위치에 대한 계량화된 수치를 제공하고, 식량안보가 우려되는 현 시점에서 쌀 생산에 대한 낡은 인식(부가가치가 낮음)을 전환시키는 한편 향후 쌀 산업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연구자료를 발표했다. 연구자료를 토대로 쌀산업의 의미를 재조명해 본다.[편집자 주]



21세기 한국사회,농업·농촌에서 길을 찾자

현재 한국사회는 전 세계적으로 식량대란의 위기, 에너지 자원의 위기, 생태환경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계속되는 곡물가격의 폭등과 국제 유가의 상승,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 속출로 인한 세계경제의 위기와 인류 생존의 위기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오늘 우리 국민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심각한 사회적 양극화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으며, 27% 밖에 되지 않는 식량자급도(쌀을 제외 5%)와 3%밖에 되지 않는 에너지 자립도, 전 국토의 난개발로 인한 생태환경의 악화는 온 지구의 식량, 에너지, 환경 위기의 시대에 오로지 속수무책일 뿐이다. 이러한 위기를 심화시키는 우리 사회경제 구조는 사회적 양극화와 동전의 양면구실을 하여, 절대다수의 사회적 약자에게 그 고통을 전가시키고 있다.

한 사회의 지속 가능 여부는 무엇으로 가늠할 수 있는가· 우리는 무엇보다 농업·농촌의 유지발전이 국민경제와 국가사회의 지속 가능한 유지 발전에 필수적인 최소기본조건임을 인식하느냐, 여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선진국의 자국 농업·농촌 보호육성 정책에서 확인된 사실이며, 발전된 국가로 나아가는 기본 조건이다. 더욱이 식량·에너지자원·환경을 통합적으로 갈무리하는 산업이자 공간이 바로 농업·농촌이라는 점이다.

농업·농촌의 지속가능 위기는 바로 우리 사회·나라·인간의 위기임을 인식하고, 농업·농촌의 다양한 가치를 새롭게 재발견, 국민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이분되어 갈수록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아껴주며 인간답게 사는 생활인’으로서 상생하고 순환하는 도농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야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것이다.

쌀의 역사


쌀의 경우 우리나라 농민의 60% 이상이 재배를 하고 있다. 고소득을 보장 받아서가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농산물 가격의 폭락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쌀은 우리나라 반만년 역사가 깃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음식이 쌀밥에 기초하였고, 쌀을 이용한 다양한 술과 가공 음식들이 발달해 있다. 그리고 속담 속에도 쌀과 관련 된 것들이 많을 정도로 우리의 생활 속에 녹아들어있다. 쌀밥은 한때 부의 상징으로 이밥에 고깃국은 조선시대 평민들의 꿈의 식단이라고 불릴 정도였으나 서양 문화가 들어오고 서양 지상주의가 되면서 쌀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바뀐 것 같다.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선호되며 쌀은 점점 찬밥 신세가 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기상이변으로 농산물의 안정적인 생산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며 식량위기 상황이 대두되어 2008년도에 심각한 곡물가격 상승으로 세계의 많은 자급률 미달 국가들이 생계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지금도 자급률이 낮은 일부 국가에서는 높은 곡물가로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쌀은 우리의 생명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주는 생명산업이라는 의미를 지닐 것이다.

쌀은 우리 민족의 정기요, 생명의 근원이다. 반만년 세월동안 우리와 희노애락을 함께 해온 우리의 역사이다. 하지만 지금 농업현장에서는 쌀 재고량 증가로 인해 쌀값 폭락이 현실화되고 있다. 쌀과 농업의 문제는 결코 농업인들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계속되는 쌀값 폭락은 지금 이 순간에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농촌의 고령화와 농가경영비 상승으로 인하여 생산비도 건질 수 없는 상황은 결국 농가들의 자립역량을 무너뜨리고 영농 포기사태 속출로 이어져 종당에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다.

쌀이 지닌 생산이외의 다양한 기능

쌀은 생산이외의 다양한 기능 등을 지니고 있는데, 크게 환경적 공익기능과 사회적공익기능으로 나누어 살펴 볼수 있다. 환경적 공익기능으로는 홍수조절 기능, 수원함양기능, 수질정화기능, 토양유실방지기능, 대기정화기능 등이 있고, 사회적 공익기능으로 정서함양기능, 전통문화 보전기능 등이 있다. 이를 수치화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논의 가능 저수량 = 논 경지면적(2008년 기준 1,045,991ha, 1ha = 10,000㎡) × 논둑 높이(0.27m) = 약 28.2억톤(춘천댐 저수량 1억 5,000만톤의 18.8배)

·논의 홍수 경감효과 = 논의 가능 저수량(28.2억톤) × 다목적 댐의 홍수조절 비용(439.55원/톤) = 1조 2,414억원

·논의 관개수가 지하수로 저장되는 양 = 137일 × 19㎜/일 × 1,045,991ha × 45% = 122억 5,200만톤(소양강 다목적 댐의 유효 저수량 19억톤의 6.4배)


심각한 우리나라 곡물자급률 변화

우리나라 주요 곡물의 자급도 추이를 살펴보면 쌀이 남아도 벼농사를 짓는다는 매일경제의 논조가 맞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쌀을 제외하면 식량자급률이 5%에도 못 미치는 상황과 비싼 수입농산물로 인해 우리나라 역시 식량위기에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쌀 : 1998년 104.5% → 2008년 94.4%(1998년 대비 9.7% 감소)
·보리쌀 : 1998년 56.8% → 2008년 36.1%(1998년 대비 36.4% 감소)
·밀 : 1998년 0.1% → 2008년 0.4%(1998년 대비 300.0% 증가)
·옥수수 : 1998년 1.1% → 2008년 0.9%(1998년 대비 18.2% 감소)
·콩 : 1998년 9.4% → 2008년 7.1%(1998년 대비 24.5% 감소)
·서류 : 1998년 99.5% → 2008년 98.5%(1998년 대비 1.0% 감소)


산업연관분석(Input-Output Analysis)을 통해 살펴본 국내 쌀 산업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와 다른 산업과의 연관관계

2008년 쌀산업의 생산액을 기준으로 2005년도 산업연관표를 적용한 생산유발계수를 이용하여 산정한 쌀산업의 총생산유발액은 18조 5,630억원으로 분석되었으며, 이중 쌀산업의 생산액(9조 3,800억원)과 자체 생산유발액(1,310억원)의 합인 9조 5,100억원을 제외한 9조 520억원이 쌀산업을 제외한 나머지 경제에 미치는 생산유발효과가 되며 이 크기는 쌀산업의 생산액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전후방생산유발효과를 비교해 보면, 쌀산업을 제외한 나머지 경제에 미치는 생산유발액 중 37.5%인 3조 3,900억이 후방생산유발효과이고 62.5%인 5조 6,620억원이 전방생산유발효과로 나타났으며, 산업별 생산유발효과를 비교해 보면, 총생산유발액(쌀산업 제외) 대비 비중은 작물가공이 전체효과의 48.9%로 가장 크고, 다음으로 제조업(11.9%), 기타 1차산업(5.8%), 서비스(5.2%), 기타산업(4.5%), 음식점(4.4%), 농약(3.6%), 비료(3.4%), 축산(3.2%), 도소매(2.4%)의 순으로 나타났다.

2008년 쌀산업의 생산액을 기준으로 2005년도 산업연관표를 적용하여 산출한 총취업유발인원은 1,011,354명으로 분석되었다. 이중 쌀산업에 취업한 인원 728,807명을 제외한 282,547명이 쌀산업과 연계된 다른 산업에 발생한 취업자수임을 알 수 있다.

전후방취업유발효과를 비교해 보면, 쌀산업을 제외한 나머지 경제에 미치는 취업유발인원 중 18.0%인 50,994명이 후방취업유발효과이고 82.0%인 231,552명이 전방취업유발효과로 나타났다.

산업별 취업유발효과를 비교해 보면, 총취업유발인원(쌀산업 제외) 대비 비중은 작물가공이 전체효과의 69.5%로 가장 크고, 다음으로 음식점(5.7%), 기타 1차산업(4.5%), 축산업과 제조업(3.7%), 서비스(2.5%), 도소매(2.4%), 기타산업(2.2%), 기타작물(1.1%), 비료와 농약(1.0%)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연구결과로 살펴보면 쌀산업은 단지 쌀만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다양한 산업과의 투입산출 관계를 통하여 생산을 유발하고 취업을 늘려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쌀산업이 2·3차 산업에 비하여 부가가치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시장개방의 대상이 될 경우 쌀산업은 물론 연관산업에도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게 되고 이러한 영향은 시장개방의 대상이 아닌 2·3차 산업에도 파급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정부와 다수의 전문가들도 식량안보를 우려하며 쌀을 비롯한 곡물의 자급률이 떨어지고 있는데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쌀이 우리의 주식인 것이 변함이 여지가 없는 한 쌀이 농정 중심에 있는 것에 대한 우려는 기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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