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참여확대 위한 정관개정 방안

◆협동조합의 헌법은 ‘정관’이다

모든 협동조합은 정관에 기초하여 운영되어야 한다. 정관이 정한 바는 단순히 위배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정관의 취지에 따라 실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관례 5조 농협의 사업에 “농업생산의 증진과 경영능력의 향상을 위한 상담 및 교육훈련”이 들어 있다. 이때 이 사업을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해야 한다. 하더라도 대충 해서는 곤란하다. 조합원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만큼 최선을 다해 해야 한다. 

간혹 농협이 경영능력 향상을 위한 상담과 교육훈련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우리 농협은 나름대로 하고 있고, 더 이상은 조합의 역량이 없어서 할 수 없다” 혹은 “농협은 최선을 다해 하려고 하지만, 농민들이 경영에 대한 관심이 없어 지도해도 통하지 않는다”라고 변명하는 경우를 본다.
필자는 그 때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입니까?”라고 대안이 있는지 물어본다. 거의 대부분이 대안이 없다. 그렇다면 왜 농협의 임원이 되고, 직원으로서 일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모든 조합원의 경영능력 향상을 위해 한 농가 한 농가 컨설팅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조합이 할 수 있는 한도와 조합원과의 충분한 토론을 통해 농협이 할 수 있는 교육훈련의 최대치를 합의하여 수행해야 한다.
물론 한 조합의 힘으로만 해결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렇다면 연합회라고 할 수 있는 중앙회가 해결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조합원에게 필요한 비용이 있다면 적정한 부담을 할 수 있도록, 상담과 교육훈련의 내용과 수준을 높이고 비용부담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할 것이다.

◆임의규정은 가급적 실행해야 한다 

제 50조 운영평가자문회의 항목에 따르면 “조합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운영평가자문회의를 구성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수 있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설치하지 않아도 정관을 위배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임의규정이라도 ‘운영평가자문회의’ 조항이 들어가 있는 것은 조합의 운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일종의 사외이사 제도로서 활용하라는 취지가 있기 때문이다.

외부전문가 3인 이상을 굳이 포함한 것도 이런 취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운영평가자문회의를 구성하지 않는 농협도 많다. 설령 구성했다 하더라도 1년에 1번 정도 운영할 뿐이다. 대의원총회를 앞두고 경영현황 평가와 사업계획 수립 등에 실질적으로 쓰임이 있도록 운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임의규정은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죽어 있는 규정이 아니다. 그 취지에 따라 성실하게 실행해야 하고, 실행하지 못할 경우 충분한 사유를 대의원에서 조합원에게 설명해야 한다.

◆조합원에게 정관을

협동조합 조합원은 정관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진정한 조합원이란 단순히 출자금만 내는 것으로 멈춰서는 안된다. 조합의 운영과 사업에 충실히 참여해야만 진정한 조합원이다. 

이런 협동조합 운영의 특성상 조합원은 조합원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정관은 이런 조합원의 권리와 의무를 가장 잘 정리해 둔, 조합에서 최고의 권위를 갖는 공식문서다. 따라서 조합원이 정관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는 협동조합 운영의 민주화와 사업의 활성화를 이끌어 가는 가장 효율적인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농협은 조합원에게 정관을 제공해야 한다. “조합원에게 정관을 줘도 읽지 않을 것이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변명일 뿐이다. 한 번이라도 주고 난 다음에 평가하는 것이 임직원의 최소한 도리이다. 경기도 안성의 고삼농협은 조합원 전원에게 정관을 개정할 때마다 제공하고 있다.
 
◆정관의 성실한 실행은 ‘조합원의 몫’

임직원의 정관 실행에 대한 태도와 무관하게 조합원의 권리와 의무를 지키는 것은 궁극적으로 조합원의 몫이다.

유명한 헌법학자 폰 예링의 “권리 위에 잠자는 자, 보호받지 못한다”는 격언은 조합원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조합원이 항상 깨어 있어야 할 것을 웅변하고 있다. 조합원이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지 못하면 누구도 대신해서, 스스로 귀찮아지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권리를 챙겨줄 사람은 없다.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현재 자신의 권리가 잘 수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최고의 공식문서가 ‘정관’이다.

조합원들은 다른 어떤 협동조합 교재를 보는 것보다 정관을 이해하고 해석해야 한다. 협동조합의 원칙과 운영원리를 배워야 권리와 의무를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
조합원이 먼저 정관에 대한 공부가 되어야 하고, 그에 따라 정관의 내용이 농협의 실제 운영에서 잘 반영되고 있는지 평가하고 성실한 실행을 요구해야 한다.

◆올바른 정관의 작성은 매우 중요하다

정관은 협동조합의 헌법이다. 그러나 헌법도 시대가 변하면 바뀌기 마련이다. 정관도 협동조합의 운영원칙을 더 잘 반영하고, 현실의 변화에 따라 변경해야 한다.


특히 현재의 정관은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변경, 발전되어야 한다. 현재 농협의 정관은 대부분 농식품부 장관이 정하는 ‘정관례’에 기초하여 만들어 진다. 때문에 정관례가 잘 개선되도록 해야만 협동조합의 정관도 올바른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


특히 지역농협과 품목농협, 축협은 사업 방식과 조합원의 여건이 다른 데도 불구하고 정관례 자체는 매우 흡사하다. 이로 인해 품목농협의 자유롭고 자율적인 운영을 가로막고 있는 측면도 있다. 운영의 민주화 뿐만 아니라 시장상황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사업적 확장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한 방식으로 정관례가 발전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모든 움직임은 조합원으로부터 나와야지, 책상에서의 아이디어로 고안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사용되는 정관의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적용하는데 미흡하거나 현장과 다른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조합원들의 요구가 정관에 담길 수 있도록 계속 관심을 가지고 정관례의 개정작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농협법 개정이 좋은 계기다 

물론 “있는 정관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는데, 무엇하러 정관을 또 고쳐야 하는가?”라고 궁금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관은 변하는 여건에 맞춰서 가장 적합하게 바꿔 나가야 한다. 특히 농협법과 시행령, 시행규칙이 바뀌면 정관례 자체를 그에 따라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크게 바뀐다. 어차피 개정해야만 할 정관례라면 이번 기회에 그동안 조합원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한 정관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번 정관례의 개정에서는 그동안 시행된 정관례에서 제대로 시행이 되고 있는 것과 아닌 것을 충분히 점검하고, 사업적 측면에서 개선되어야 할 정관례의 탄력적인 조항이 많이 들어갈 수 있도록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좋은 ‘정관례’ 만들기 운동을 벌이자

조합원이 농협의 운영과 사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위해서는 현재 정관의 실행에 대한 정확한 조사연구가 우선되어야 한다.

현재 정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각종 조항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현장 조합원들의 의견을 생생하게 모을 수 있는 조사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이는 농협의 임직원 뿐만 아니라 대의원, 농민단체의 임원과 협동조합에 많은 관심이 있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정관에 대한 이해와 함께 추진해야 할 항목이다.

특히 농협중앙회의 교육지도부서와 농민단체의 협력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현장 조합원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운영민주화에 필요한 부분이나 선거의 부정비리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 등 많은 조합원들이 조금씩이라도 가지고 있는 현장의 생생한 아이디어가 정관례의 개정에 반영되어야 한다.

또한 정관례의 개정방안에 대해 사업활성화를 위한 부분도 농협 임직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그 동안 정관례 개정에 대한 요구가 주로 농민단체와 학계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에 농협 사업운영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관례 개정의 필요성이 중요한 만큼 잘 다뤄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지역농협 뿐만 아니라 축협과 품목농협의 의견도 잘 반영되어야 한다. 부류별 농협의 정관도 그 특수성에 맞게 개정되어야 한다. 그 동안 주로 지역농협 중심의 정관례 개정이 주된 관심사였고, 품목농협과 축협의 정관례 개정은 지역농협 정관례에서 개정한 내용을 단순히 준용한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갈수록 품목농협의 발전이 필요한 여건에서 이에 대한 연구와 관심, 별도 정관례 체계의 구성이 요구된다.

◆반드시 고쳐야 할 몇 가지

농협법 개정이 확정되고, 조사연구를 통한 결과가 정리되면 정관례 개정의 구체적 내용이 결정되겠지만, 그 이전에 현재까지의 연구만을 가지고서도 이번 정관례 개정에서 반드시 개선해야할 과제가 몇가지 있다.

첫 번째는 조합원의 자격 강화다. 현재와 같이 느슨한 조합원 규정으로는 농협의 협동조합적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취미농 수준이 아닌 농업소득이 적정한 규모 이상이 되는 농업인으로 자격을 강화해야 한다.

두 번째는 대의원 및 임원 선출의 자격요건에 대한 것이다. 현 정관례의 내용에 더해 대의원 및 임직원의 선출 자격요건에 반드시 “적정한 협동조합교육을 이수하는 규정”을 추가해야 한다. 협동조합의 원리와 임원의 역할과 의무, 농협의 비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올바른 임원활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세 번째는 대의원 선출자격 중 신용사업 이용고 문제다. 경제사업과 공제사업은 대의원 이감사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예금과 대출이 동시에 자격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두 가지 기준을 좀 더 높이고 한 가지만 충족해도 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네 번째는 여성대의원 선출방법의 수정이다. 기존의 여성 대의원 선출방법은 실제 현장에서 작동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의 대의원 선출구역을 확대하고 3명의 대의원을 한 선출구역에서 뽑되, 여성 1명이 반드시 포함될 수 있도록 정관례를 개정하여 여성의 농협 사업참여를 현실화시켜야 한다.

◆정관은 조합원이 주도하는 헌법이다

농협법의 개정이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에서 제시한 내용들도 어떻게 방향이 잡힐 지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또한 앞에서 제시한 내용보다 더 시급한 개정내용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관은 협동조합의 주인인 조합원이 주도하여 개정해야 한다. 조합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담겨져야 하고, 협동조합운동과 협동조합의 사업이 함께 활성화되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농협법 개정이 완료되는 순간부터 올바른 정관례 개정에 농협의 모든 관계자가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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