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는 찹쌀, 멥쌀, 보리, 밀가루 등을 찐 다음 누룩과 물을 섞어 발효시킨 우리 고유의 술이다. 발효 후 증류 등의 다른 공정을 거치지 않고 막 걸러서 마신다고 ‘막걸리’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막걸리는 발효제인 누룩 찌꺼기 이외의 모든 재료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녹여낸 것이므로 영양가가 풍부하여 선조들은 바쁜 농사철에 밥 대용으로, 새참으로 즐겨 먹었다. 알코올 도수가 6~7도 안팎으로 높지 않은데다 식이섬유와 유산균이 풍부하여 “과음하지 않는다면 어떤 술보다 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막걸리가 전 국민적 인기를 끌면서 막걸리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그 하나가 막걸리 외국어 표기에 대한 관심이다. ‘rice wine(라이스 와인)’이라고 해야 할지, ‘rice beer(라이스 비어)’라고 표기할지 정해진 바는 없다. 와인이나 비어가 논의되는 까닭은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술이 바로 와인과 맥주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막걸리 제품 라벨에 ‘rice wine’으로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막걸리가 ‘rice wine’이 아니라 차라리 ‘rice beer’에 가깝다고 이야기한다. 마시는 방법이나 유래, 시끌벅적한 서민적 분위기 등 문화적인 측면에서 볼 때 맥주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여기서 잠시 막걸리와 와인, 맥주를 비교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막걸리의 재료, 역사, 마시는 방법, 알코올 농도 등의 특성을 고려하면 사실상 막걸리는 와인보다 맥주에 가깝다. 맥주와 마찬가지로 전분질 원료로 만들고 그 역사 또한 농민들이 들판에서 일하다 즐기는 술로 그 유래가 비슷하다.

마시는 방법에 있어서도 와인처럼 홀짝홀짝 마시는 술이 아니라 맥주처럼 목으로 쭉 들이켜 마시는 술이다. 알코올 도수도 대부분이 7%로 와인보다는 맥주(알코올 도수 4~5%)에 가깝다.

그러나 막걸리에는 맥주와 같은 거품이 없다. 맥주의 가장 큰 특징이 거품인데 막걸리는 거품 나는 술이 아니다. 그래서 막걸리를 ‘beer’로 표현하는 데는 김빠진 맥주처럼 싱거운 부분이 있다. 

반면에 와인은 포도 같은 과일로 만들고 배불리 마시는 것이 아니라 식사 전이나 식사와 함께 조금씩 마시는 술로 알코올 도수는 대부분이 13%이다. 와인은 오래 숙성될수록 좋은 술인데 반해 막걸리는 그렇지 않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막걸리는 와인보다는 맥주에 더 가깝다. 그렇지만 막걸리 판매와 수출 마케팅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선뜻 ‘beer’라고 부르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 품질이 더욱 향상되고 알코올 도수를 다양화 하는 등 진화를 거듭하게 될 것이다.

그런 까닭에 막걸리의 영문표기는 ‘rice wine’ 또는 ‘rice beer’로 표현하기 보다는 와인이나 맥주와는 다른 가장 한국적인 술임을 상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막걸리 영문표기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체 고유의 브랜드를 만들어 마케팅을 잘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일본은 청주 ‘사케’ 세계화를 위해 서구 주류를 선도하고 있던 와인을 모델로 하였으며 세계 술 시장에 성공적으로 파고들었다. 사케를 ‘rice wine’으로 표현하고 품질 표준화, 등급화 등의 일련의 작업도 와인을 벤치마킹하여 철저히 마케팅에 활용하였다.

일본 국세청에서는 향, 원료, 제조법에 따라 사케의 등급을 매겨놓았으며 고가의 사케는 와인처럼 일련번호와 함께 제조회사, 제조산지, 출하연도, 도수, 재료명 등의 라벨이 붙어져 있다. 고가의 사케일수록 병의 색이 짙은데, 뒷맛이 부드럽고 향기가 짙다.

우리 막걸리도 품질 표준화와 등급화가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막걸리의 품질이 향상되고 좋은 막걸리는 높은 가격이 매겨질 것이다.
또 막걸리 마니아층이 더욱 두터워지고 인기는 오래 지속될 것이다.
최근 막걸리도 와인처럼 배우며 즐길 수 있는 막걸리 클래스나 막걸리 하우스가 생겨나고 있다.
그곳에서 시음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막걸리를 선택할 수 있다. 곧 서양의 소믈리에(손님 음식에 맞게 와인을 추천하는 전문인)처럼 막걸리 소믈리에가 막걸리에 어울리는 테이스팅 메뉴를 제안하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다. 우리 막걸리가 한층 더 성장하고 진화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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