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촌진흥청에서는 남극 세종기지에 신선한 채소를 재배할 수 ‘이동식 식물공장’을 설치하여 뉴스의 화제가 되었다. 극한의 환경에서 신선한 채소를 재배할 수 있다는 기술력도 대단하지만, 신선한 채소의 공급이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올 겨울에는 폭설과 강추위로 신선한 채소가 많이 유통되지 않아 채소 가격이 많이 올랐다. 비닐하우스가 없던 과거에는 김장김치로 겨울 채소를 대신하였지만, 겨울에도 신선한 채소를 구할 수 있는 요즈음은 채소의 귀중함을 덜 느끼는 것 같다.

채소에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여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대사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포만감을 주고 변비를 예방해 줌으로 비만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채소에는 다양한 색소를 가지고 있으며, 빨강, 노랑, 초록의 색소가 각각 기능성 물질로 알려지고 있어서, 한때는 ‘컬러 푸드’라는 용어가 유행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채소의 섭취가 현대인들에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우리 주변 사람들의 식생활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아침식사는 거르고, 점심과 저녁은 밖에서 외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위주의 음식을 많이 먹게 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늦은 시각에 집에 가서 과일이나 채소를 먹기보다는 스낵이나 라면 등 탄수화물 식품을 먹게 된다.

이러한 식습관의 변화에 따라 우리에게는 잘 나타나지 않던 대장암의 발병률이 크게 증가하였다는 통계청의 보고가 있으며, 과체중 등 비만인구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만은 당뇨, 고혈압 등 성인병을 일으키는 주요인이 되기 때문에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미국의 경우 주부들이 집에서 거의 요리를 하지 않고 아침식사는 시리얼, 점심은 땅콩버터를 듬뿍 넣은 샌드위치나 햄버거로 때운다. 저녁은 인스턴트식품을 오븐에 데워 먹는 식이다. 이처럼 식생활의 편의성만 추구하는 행태는 미국의 많은 영양문제를 야기하였고 미국 정부는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하였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채소 위주의 백악관 식단을 언론에 공개하고 백악관의 잔디밭 대신에 55종의 채소를 키우는 텃밭을 만든 것이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기도 하였다.

영국에서는 ‘키친가든’ 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트랜드로 떠오르고 있다.  텃밭과는 조금 다른 개념으로 무작정 채소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꽃과 상추를 함께 심거나 높이 올라가는 채소와 키 작은 채소를 함께 심는 등 채소의 색채와 형태, 질감까지 고려해 정원으로서의 아름다움까지 추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과거에 영양부족의 시절에 영양을 보충해주는 의미로 ‘텃밭 가꾸기’ 사업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영양이 부족하기 보다는 균형 잡힌 식품·영양 섭취가 되지 않기 때문에 채소 먹기의 일환으로 텃밭(정원)을 가꾸도록 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점차 식생활의 서구화로 영양불균형이 나타나고 있어 조만간 과거와 다른 목적의 ‘텃밭 가꾸기’ 사업이 추진되어야 하는 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제는 채소를 일부러 찾아서 먹어야 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전통적인 조리법이나 식생활을 즐긴다면 채소 부족으로 인한 영양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채소 섭취의 대표적인 전통식으로 김치와 나물, 채소 쌈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나물의 경우 채소를 데쳐서 만들기 때문에 샐러드처럼 생으로 먹을 수 있는 것에 비해 몇 배의 양을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건강음식이다. 채소 쌈도 우리나라의 고유한 음식문화 중 하나로 외국에서 밀가루나 쌀가루를 이용한 쌈 음식은 먹지만 채소 쌈을 먹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이번 주에는 채소를 많이 먹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보자. 냉장고에 가득한 김장김치를 비롯하여 비빔밥, 봄동배추 쌈, 겨울철 노지에서 자란 달짝지근한 시금치나물, 시원한 무나물 등 이즈음 맛있는 채소 음식들이 많이 있다. 제철의 채소음식을 먹으면 우리 몸에 미량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하여 활력 있는 생활을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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