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족무처(着足無處)’지만 맹호의 기세로 나갈 터

‘착족무처(着足無處)’라는 사자성어는 발을 붙이고 설 자리가 없다는 뜻으로 오늘 우리 농업계가 처한 현실을 이처럼 극명하게 보여주는 말은 없을 듯싶습니다.

흔하디흔한 말로 다사다난한 한해라고 말들 합니다만 지난 한해도 어김없이 혼란스런 농정으로 인한 대내적 어려움과 농업 선진국들과의 FTA협상 등, 대외적 공세로 농사짓는 일이 마치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외톨이처럼 힘들고 어려웠던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해보다 올해는 나아질 거라는 기대도 언제나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리고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역경이 비록 지치게는 하더라도 실망이나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희망을 찾는 힘은 새봄에 씨 뿌리고 그 수확을 거두는 농사꾼의 마음이 하늘을 거역치 못하기 때문에 만들어집니다.

제아무리 공업화가 되더라도 기본적인 국민의 먹을거리가 없다면 나라가 태평성대를 누릴 수가 없습니다. TV팔고, 휴대전화 팔아 먹을거리를 수입한다면 이는 반쪽짜리 성장일 뿐입니다. 국가경쟁력은 모든 국민들이 등 따습고 배부를 때 저절로 커지게 마련입니다.

농업을 마치 ‘계륵(鷄肋)’인양 취급하는 국가는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이는 이미 서구의 저명한 경제학자가 오래전에 설파했었고, 그것은 지금도 진실입니다.

유럽제국이 FTA협상을 하면서 왜 낙농이나 축산업 등 농업을 위해 끈질긴 협상을 하는지 당국은 입장을 바꿔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리 농업은 서자(庶子)가 아닙니다. 적어도 왜 농업계가 일치단결해 목청을 높이는지 가늠한다면 협상대상국이 그들 농업계를 대변하는 마음가짐을 우리도 가져야 당연한 것입니다.

주고받는 것이 협상입니다만 왜 농업만 언제나 손해를 감수해야만 하는지, 하다못해 어쩔 수 없이 손해를 감수해야할 입장이라면 그 당위성과 후속 대책에 대한 정책을 먼저 세워 설득해야만 이해가 되도 되는 것입니다. 그저 면피용이나 재탕·삼탕의 정책으로 무조건 감내하라고 강압해서는 이해는 고사하고 격렬한 반발만을 불러오는 것입니다.

농업인신문이 비록 여론형성이나 대국민 영향력이 공중파 TV나 중앙일간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농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위한 결연하고 끈기 있는 보도 자세를 견지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재삼 다져봅니다.

지난해를 결산하면서 혹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 제대로 농업계 의견을 반영했는지 깊은 반성과 함께 새해에 대한 희망을 그릴 것입니다. 기축년이 소처럼 우직하고 온갖 어설픈 농업정책들과 맞서 버티던 해였다면 올해는 맹호(猛虎)의 기세로 우리 농업계가 바라고 소망한 모든 일들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다 노력하는 신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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