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쁘게 달려온 일년을 정리하고 새로운 해맞이 준비를 해야 하는 연말이다. 이맘때면 모두들 자신이 속한 이러저러한 모임에서의 송년회로 매일매일을 정신없이 보내기가 쉽다.

요즘은 문화송년회, 예술송년회, 봉사활동 송년회 등 새로운 형태의 송년회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나 아무래도 송년회 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술’일 것이다. 이 송년회 자리에는 소위 ‘폭탄주’로 술자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폭(소주+맥주), 양폭(양주+맥주) 외에 새로운 아이템인 막소사(막걸리+소주+사이다)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중장년들의 모임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이 밀집한 홍대클럽에서도 막걸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지난 5월 국세청의 발표에 의하면 작년 술 소비량이 소주, 맥주, 막걸리는 늘어난 반면 위스키와 와인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막걸리의 경우 올해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진행한 ‘2009년 10대 히트상품’ 선정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결과를 나타냈다고 한다. 가히 막걸리의 변신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현대에서의 대표적 서민의 술이라 하면 소주를 꼽을 수 있으나 전통적으로는 막걸리라 할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은 농사일 중간에 새참과 함께 마시는 막걸리 한 잔으로 노동의 고단함을 잊었고,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에게 집에서 빚은 막걸리를 대접하여 정을 나누었다. 이 시대를 사는 중년들은 누구나 어린시절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양철주전자에 술을 받아온 경험이라든지 막걸리에 설탕을 타서 마셔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막걸리는 우리 삶 곳곳에서 희로애락을 함께 해 온 술이었다. 하지만 1965년 쌀 부족을 이유로 쌀을 원료로 한 막걸리 제조를 금지하면서 밀가루를 이용한 질 낮은 막걸리가 등장하게 되면서 막걸리는 값싸고 질 낮은 술이라는 인식을 얻게 되었다. 게다가 맥주, 그리고 와인 열풍에 밀려 점점 더 국민의 외면을 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경제불황과 ‘웰빙’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 증가로 다시금 막걸리의 가치가 재조명 되고 있다. 프랑스 와인의 ‘보졸레 누보’처럼 햅쌀로 빚은 ‘막걸리누보’가 등장하여 와인의 판매량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막걸리가 우리 몸에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쌀이 가지고 있는 영양가를 고스란히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발효시 사용하는 누록의 다양한 효소작용으로 쌀 영양가의 소화흡수를 도와준다. 둘째, 막걸리에는 발효에 이용되는 누룩미생물과 효모의 작용으로 10여종의 다양한 유기산이 함유되어 있다. 구연산, 호박산, 사과산과 같은 유기산은 우리 몸의 에너지 생산 공정에 꼭 필요한 성분으로 일반과일주에는 보통 4˜6종의 유기산이 들어 있다. 셋째로 신선한 막걸리 속에는 살아있는 유산균과 효모 균체를 통째로 들어 있어 영양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력을 증가시켜준다.

일반적으로 700~800ml짜리 막걸리 한 병에 들어있는 유산균은 일반 요구르트 100여병에 달하는 양으로 유산균이 장내 유해세균의 성장을 저해시키고 면역력을 강화한다는 연구결과는 잘 알려져 있다. 막걸리에는 다양한 비타민이 들어있는데 그 중에서도 피로회복, 피부재생의 효과가 있는 비타민 B가 풍부하다. 또한 막걸리에는 식이섬유도 풍부한데 배상면주가 연구소에 의하면 막걸리 한 사발에는 같은 양의 보통 식이음료와 비교하여 100˜1,000배 많은 식이섬유가 들어 있다고 한다.

  막걸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등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는데, 프랑스의 와인, 일본의 사케, 독일의 맥주, 러시아의 보드카, 영국의 위스키, 멕시코의 데킬라와 같이 전 세계적인 명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들이 있다. 이전의 저급 술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고급화하기 위한 품질관리제도가 필요하다.

막걸리 생산을 위한 시설, 원료사용의 규제를 완화하고 유통망을 다양화하여 막걸리 시장 규모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현재는 대부분의 막걸리 제조업체들이 영세하여 체계적인 연구개발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국가 차원에서 세계적 상품으로 막걸리를 성장시키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햅쌀이 나오는 시기에 막걸리 축제도 개최하여 옥토버페스트와 같은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시켜 나가는 기획도 필요할 것이다.

  이번 송년회에는 막걸리로 가는 해의 아쉬움을 달래 보자. 단 막걸리 역시 술이므로 적당히 마시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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