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본보 11월 9일자)에서는 농협개혁위원회안과 연합회안, 농협중앙회안, 입법예고안을 간략하게 정리, 비교한 바 있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 확정된 농민단체의 대표안을 중심으로 정부 입법예고안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본다. 

◆입법안 마련의 진통
농협중앙회 구조개편에 필요한 농협법의 정부입법안 마련에 보험특례가 암초로 떠올랐다. 보험업계의 반대에 의해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인 NH보험을 설립하고, 일반 보험사와 달리 농협의 모든 사무소는 NH보험의 상품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한 보험특례를 반영하는 것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국무회의를 거쳐 정부입법안이 확정될 때 온전한 모습이 드러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농업계가 한 목소리로 농협중앙회 구조개편에 의해 발생하는 위험성을 그나마 완화하기 위해 보험특례를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민단체 대표안 마련의 과정
현재 주요 농민단체들의 모임으로는 농민연합과 농민단체협의회(이하 ‘농단협’)가 있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는 농민연합에 소속되어 있으며, 현재 의장단체로서 활동하고 있다.

농민연합은 그동안 농민단체들이 농협개혁위원회안과 연합회안으로 양분되어 농민단체들이 현장에 있는 농민조합원들의 의견을 구조개혁 논의과정에서 충분히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다는데 동의하고, 단일안을 합의하기 위해 협의를 계속해 왔다.

지난 11월 농민연합 사무국의 조정안이 사무총장들로 구성된 집행위원회에서 통과되고, 이후 대표자회의에서도 통과됐다.

농민연합과는 별도로  ‘올바른 농협개혁을 위한 범국민연대’도 지난 11월 초순 창립식 및 토론회를 가지고 의견을 좁히기 위해 노력해 왔다.

농민연합에서 합의된 안에 대해 범국민연대는 가급적 통일안을 마련한다는 관점에서 11월말 농민연합의 합의안을 받아들이면서 농민단체들의 대다수가 동의하는 농민단체 대표안이 확정됐다.

◆농민단체 대표안의 구조개편 방향
농민단체 대표안은 현재의 농협중앙회를 3개의 연합회 체제로 동시에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즉, 경제사업을 담당하는 농협경제연합회, 조합의 상호금융을 담당하는 상호금융연합회, 농정활동과 지도교육 기능을 담당하는 농협중앙회로 분리해서 각각 전문성을 키우고 농민조합원에 대한 서비스를 극대화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현재의 농협중앙회는 농협경제연합회가 승계하게 된다. 농정활동을 담당하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농협중앙회는 출자금 없는 비출자 법인조직으로 축소되어 농협운동의 방향을 제시하는 기관이 된다.

은행업을 분리하여 금융지주회사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경제사업과 관련해서는 연합회가 직접 사업을 수행할 것인지, 아니면 자회사들이 사업을 하고, 자회사를 관리하는 회사를 둘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토론을 통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농식품부의 입법예고안과 비교할 때 농식품부에는 없는 “축소되어 농정활동을 전담하는 농협중앙회”를 추가로 만들어야 한다. 또 상호금융연합회는 금융지주의 분리와 함께 동시에 만들어져야 한다.

특히 이번 NH보험에 특례를 주는 조치가 제대로 법개정안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금융지주 회사 산하에 NH보험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보다 오히려 상호금융연합회가 공제업무를 총괄하는 편이 낫다.  또 NH보험은 일반 은행처럼 여러 보험회사의 상품을 판매하며 자동차보험 등 농협공제로 개발할 수 없는 보험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차선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차선책을 택하게 되면 상호금융연합회는 금융지주 분할시 함께 만들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자본금의 배분 방식
농민단체 대표안은 자본금의 배분에 대해서 현행 농협중앙회 자본금(13.8조원. 2009년말 농협중앙회 추산)은 모두 농협경제연합회와 상호금융연합회에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경제사업에 소요되는 필수 자본금(투자 규모)을 법 부칙 또는 법안 해설자료 등에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또 경제사업의 원활한 추진에 필요한 시설·운전자금·조합(공동사업법인) 등에 대한 지원 자금 등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자본금 배분과 관련하여 필요자본금의 규모는 “법 통과 후 자산 실사 및 투자계획 검토 등을 거쳐 확정”하고, 정부지원이 필요할 경우를 대비하여 “농협법 부칙에 정부 지원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농식품부 입법예고안이 실제 법 통과 후에는 농협중앙회 대의원총회의 결정을 견제할 기구가 없다는 우려에서 나온 주장이다.

즉, 국회를 통과할 때 충분한 법 개정의 취지를 확인하고, 국회의사록에 남겨둠으로써, 농협중앙회의 구조개편이 경제사업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되도록 최대한 제도화시키자는 의견인 것이다.

◆경제사업 관련 자본금의 규모
경제사업에 필요한 재원이 어느 정도 인가는 경제사업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상당히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서 올해 수행한 연구용역에서는 산지는 물론 소비지 농식품 판매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하나로클럽, 농협물류센터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규모는 경제사업의 활성화에 필요한 자산을 대략 10조원 정도로 잡고 있다. 부채비율을 100%로 하면 대략 5조원 정도의 자본금이 필요하다.

농협중앙회안에서도 5.7조원의 경제사업 자본금이 필요하다고 제시한 만큼 이론에 밝은 학계와 실무에 밝은 농협이 함께 5조원 내외를 제시하였으므로, 이런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의 분리와 기업공개
농민단체 대표안은 은행업의 발전방향을 설명하기 전에 우선 원칙적인 관점을 먼저 밝히고 있다. 즉, 농협중앙회가 하고 있는 은행업은 조합원이 서로 돈을 나누는 협동조합의 상호부조 성격의 조합금융이 아니라, 일반 국민 누구나 다 이용할 수 있는 비조합원을 고객으로 하는 일반금융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농협 금융의 발전을 위해서는 일반금융업을 자회사로 떼어내고, 장기적으로 조합금융을 중심으로 발전방향을 수립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1단계로 NH은행을 설립하고, 금융관련 자회사를 묶어서 관리하는 금융지주회사를 동시에 설립해야 한다. 만약 경제사업에 자본금을 배분한 후 자본금이 모자라면 일선 조합과 조합원들의 우선 출자를 통해 최대한 자체적인 노력으로 자본금을 확보하고, 그래도 모자라는 부분이 있을 경우 정부 및 공공 부문의 투자 지분 확보 방안을 강구하자는 것이다.

현재 금융위기에 의해 모든 사업이 애로를 겪고 있어 당장 기업을 공개할 경우 실익이 없을 수 있다. 금융관련 자회사들의 사업이 안정화되고, 국가도 경제위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면 적절한 시점에 금융지주회사의 기업공개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일부 자본금을 외부로 위탁하여 일선 농협의 경제사업 활성화와 상호금융 활성화를 위한 재원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물론 은행업에서 돈을 벌어 경제사업과 교육지도사업, 조합에게 지원하지 않았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기업공개를 통해 자산가치가 확대된다면 단기간의 투자여력을 확보할 수 있고, 경제사업의 역량강화를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문제는 앞으로 더욱 깊이 있게 다뤄야 할 것이다.

◆상호금융의 발전방향
상호금융연합회의 설립과 관련하여 농식품부 입법예고안은 연구용역 후 결과를 보며 판단하자는 단계적 독립법인화론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농협중앙회는 실질적으로 시기상조론을 펼치고 있다.

일선 조합의 상호금융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조정 기능과 그에 걸맞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원칙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 동안 농협중앙회 내부에서 이를 관리해 왔지만, 금융지주의 분리로 시너지 효과가 줄어들 수밖에 없으므로, 상호금융연합회를 통해 만들어야 한다.

농민단체 대표안은 이번 사업구조를 개편할 때 자체자본금을 가진 독립법인체로 상호금융연합회를 분리하되, 대략 자본금은 1조3천억 정도를 설정하고 있다. 이렇게 설립된 상호금융연합회는 일선 조합 상호금융 업무를 통괄하고, 여유자금의 운영을 담당하는 상호금융 중앙금고의 기능을 맡게 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조합 상호금융 서비스의 일체화(마케팅, 금리·수수료, 리스크관리 등의 단일화, 고액 위험대출을 담당한 지역별 여신센터 운영 등)를 추진, 모든 회원농협의 상호금융이 함께 발전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향후의 전망
오는 15일 국무회의를 거쳐 정부 농협법개정안이 확정되고, 국회에 제출될 것이다. 그리고 늦어도 3~4월까지는 농협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농협중앙회의 구조개편은 장기적으로 농협중앙회, 일선 농협, 농민조합원에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일선 농협의 조합장과 임직원들의 관심과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며, 충분히 이해하고 방향을 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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