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업체들이 줄줄이 사료가격을 내리고 있다. 지난 17일 농협사료가 예고도 없이 사료가격을 내리자, 사료업체들이 차례대로 따라 한 것이다. 우성사료, 카길애그리퓨리나, 천하제일, 도드람B&F, 대한제당, CJ제일제당 등은 소 3~6%, 양돈 2~3% 등 양계와 기타 특수가축사료를 제외하고 소폭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겉으로는 “한EU FTA등 위축되는 축산업계의 어려움을 생각해 고통분담 차원에서 가격인하를 결정했다”고 홍보했다.

허나 사료가격을 낮춰 놓고 업체들은 울상이다. 당초 업체들은 국제곡물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는 시점임을 감안해 인상 계획안을 짜 놓고, 분위기를 살피던 중이었다. ‘농협사료에 뒤통수를 두들겨 맞은 느낌’이란 게 업체 관계자 표현이다.

이 관계자는 “농협이 사료시장 상황이나 경제적 계산없이 사업구조개편 분위기에 맞춰 사료가격을 조정한 것인데, 그 분위기에 따라가는 꼴이 됐다”며 다소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여기에 농협사료가 12월쯤 또 사료가격을 인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도는 터라 업체들 사이엔 신음소리만 터져나오고 있다.

엎친데덮친 격으로 축산단체는 사료가격 소폭 인하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양돈협회는 지난달 26일 성명을 내고 “타 축종과 형평성에 맞게 양돈사료값을 추가로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체들은 때 아닌 비상상태로 근무중이다. 국제곡물시세에 따라 가격을 함부로 올릴 수도 없고, 가격을 내렸어도 욕먹고….

업체들의 속사정을 이해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이처럼 불안해하는 업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사료값을 올리는 방법뿐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 농민단체가 성명서로 업체들을 압박하고 농협이 앞장서서 사료값을 내린다고, 업체들이 순순히 따를 것이란 생각은 오산이다. 축사시설을 확충하고 송아지를 사들이면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료값은 항상 생각해야 한다. 소, 돼지 사육두수가 점점 증가하면서 불안감도 점점 커지는 이유를 곱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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