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군 주산면 배메뜰은 추수가 한창이었다. 트럭 운전석에서 내려선 그는 머리에는 볏짚이 잔뜩 묻어 있고, 낡은 셔츠를 걷어 올린 팔뚝은 구릿빛으로 그을려 있었다. “할 일이 밀려 있으니 인터뷰를 하려면 얼른 하자”며 재촉하는 그는 활력 넘치는 웃음을 지닌 청년이었다.

주산사랑영농법인 사무실에는 농촌에서는 보기 드물게 젊은 청년 농부들이 여럿 모여 있었다. 고향을 지킨다는 표현이 어색하리만큼 그들은 농업의 발전 가능성을 믿고, 미래를 향해 씨를 뿌리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야말로 고향이라는 대지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결실을 맺고 있는 새로운 힘이었다. 김상음 주산사랑영농법인 대표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고향과 유기농업에 대해 들어 보았다.
  
“저도 처음에는 그냥 모심고, 농약 치면 되는 줄만 알았죠”
“부안에서 태어났지만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서울에서 자랐습니다. 부모님께서 자식 농사는 서울에서 짓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농사를 몰랐죠. 어쩌면 그게 농업을 고민하게 하고, 유기농을 하게 된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들은 농사하면 그냥 안다고 생각합니다. 모심고 추수하면 되는 것 정도로 아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저도 그랬죠.”

김상음 대표는 1989년 귀농 아닌 귀농을 하게 되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그가 고향으로 내려온 것은 부친의 병환 때문이었다. 추수를 해야 하는데 일할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부친의 간병과 추수를 끝낸 그 해 겨울, 김 대표는 농사를 짓기로 결심했다.

“부모님을 스승으로 농사를 배웠습니다. 3년이 지날 무렵, ‘아 나도 이젠 정말 농부가 되었구나’하는 확신이 들더군요. 농사를 직접 지어보니 수확량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에 농약과 화학비료를 많이 사용했죠. 만약 더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농사를 지었다면 지금의 주산사랑영농법인은 없었을 겁니다.”

김 대표는 “관행농법으로 계속 농사를 짓는다면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남과 다를 바 없는 농사짓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친환경 유기농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90년대 중반 무렵부터.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 몇 년을 연구하고 준비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등으로 쌀 수입개방도 한다고 하고, 이대로 농사지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짜 위기감을 느꼈죠, 그때 정말 열심히 친환경 유기농법을 준비했습니다. 농업으로 성공하는 농사꾼이 되겠다는 결심도 새로워졌죠. 1998년에 친환경 농법을 도입해 쌀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위기에 주저앉지 않고 새로운 길을 모색했던 젊은 농부의 친환경 농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젊은 농부들의 힘으로 유기농의 길을 열다
유기농을 시작하면서 첫째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일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둘째는 마냥 짓던 농사법을 버리고 친환경 유기농법을 도입하자 공부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주변에서는 어차피 망하는 농사, 왜 그렇게 열심이냐고도 했죠. 동네에서 가장 젊은 축에 들었던 저마저 주저앉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 무렵 30대 농부 3~4명이 함께 모여 유기농법을 시작했습니다. 힘들기도 했지만 새로운 것을 익히는 즐거움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지력을 높이기 위해 발효퇴비도 만들고, 병충해를 막는 액비도 연구하고…. 만약에 우리 나이가 조금만 더 많았더라도 그렇게 할 수 있었을지….”

밀레니엄이 시작되는 2000년, 주산의 유기농 청년들은 드디어 주산사랑영농법인을 결성하고 체계적이면서도 규모를 지닌 농사를 시작했다. 퇴비와 액비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미생물 배양시설을 짓고, 화학비료를 대신 순수생물재제를 개발·생산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 진 것이 미생물 발효퇴비와 아미노 액비, 생혈 액비 등이다.

김 대표와 젊은 회원들은 우렁이농법, 오리농법과 같은 유기농 기술을 빠르게 정착시켰고, 농가 수입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또한 그들은 지속적인 농업기술습득과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자기 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친환경농사를 하면서 수입이 늘어났죠. 그런데 중간유통비용, 가공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자체가공시설과 브랜드를 만들자는 결정을 했죠. 저희 법인의 고유브랜드인 ‘배메쌀 골드’가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미질을 높이는 백미활성화시스템이 장착된 최신 도정 설비도 도입해 맛과 품질이 뛰어난 쌀을 만들었습니다. 대형 유통업체들을 뚫고, 2004년에는 월마트에 입점하고, 2006년에는 남양식품, 홈에버, 홈플러스 등에 납품을 시작했습니다. 2007년에는 15억의 소득을 올렸습니다. 얼마나 기뻤던지….”

유기농법연구, 법인설립, 생산설비도입, 마케팅, 신상품 개발에 이르기까지 주산의 젊은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철저히 자신들의 힘으로 이뤄낸 그들의 성공은 ‘젊은 유기농의 힘’이라고 불려야 마땅할 것 같다.

“믿음을 가지셔도 좋습니다”
주산사랑영농법인이 생산하는 쌀은 고유 브랜드인 ‘베메쌀 골드’와 부안군 공동브랜드인 ‘푸르연’으로 판매되고 있다. 근래에는 유기농 현미를 이용한 가공식품도 준비하고 있다. 현미 스낵과 강정 등이다. “유기농 현미의 영양을 듬뿍 담았다”고 자랑한다. 유기농 곡물생산에서 2차 가공품까지 사업을 다각화하여 소득을 높일 생각이다. 김 대표는 소비자들에게 유기농 제품에 믿음을 가져 주기를 당부했다.

“요즘은 유기농 자재를 구입하면 쉽게 유기농업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우리가 연구하고 개발했던 퇴비와 농법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농사에 대해 특별한 신념이 없었던 저도, 유기농에 쏟았던 땀과 노력을 통해 달라졌죠. 그만큼 우리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이 있습니다.”

내년 단오절에도 주산에서는 우렁이 방사 및 창포물로 머리감기, 유채기름으로 달리는 경운기 타기 등의 친환경축제가 열릴 것이다. 특히 유채 등과 같은 식물로 만든 바이오디젤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농업설비와 농기계를 직접 살펴볼 수 있다. 

“피라미와 말 조개가 다시 돌아온 지 수년이 지났습니다. 이젠 농업설비와 기계들도 바이오디젤을 적용하여 영농 환경까지도 친환경으로 개선해 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노력하면 젊은 사람들이 돌아오는 살기 좋은 농촌이 되겠죠.” 

김 대표의 푸근한 웃음 뒤편에 그들의 젊고 생기 넘치는 유기농 에너지가 느껴졌다. 그들이 바꿔나갈 주산의 미래가 더욱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 품           목 : 곡류
  • 상    품    명 : 푸르연 쌀
  • 친환경농산물 인증 : 무농약농산물
  • 생산자(단체) : 주산사랑영농법인
  • 생  산  지  역 : 전북 부안
  • 판매가능시기 : 연중
  • 담   당   자 : 김현경(063-581-7044, 010-2074-6057)
  • 판 매 가 격 : 전화문의
  • 판매가능지역 : 전국
  • 시  상  내  역 : 제9회 농업인의 날산업포장수상
  • 비고 : 개인주문시 택배비 3,000원 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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