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비료, 논밭에 마구 뿌려버린 셈”

최근 ‘뜨거운 감자’가 된 화학비료 가격보조문제와 관련해 농림수산식품부의 ‘맞춤형 비료’ 정책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정책은 그간 일률적으로 적용해온 화학비료 가격보조정책이 폐지와 부활이란 곡절을 겪으면서, 화학비료 저감과 농가소득 증대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유력한 방안이 되고 있다.

2003년부터 맞춤형 비료를 사용해온 여주군은 성공모델로 알려졌다. 그간 화학비료 사용량은 30퍼센트 이상 줄어든 반면 맞춤비료 사용 농가의 소득은 최소 15퍼센트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수산식품부, 농협중앙회 관계자와 함께 여주군 현장을 찾았다.

 “맞춤비료 쓰면 일석삼조”

“토양 정밀검정을 통해 필요 성분과 적당량만 쓰는 맞춤형 비료로 사용량이 많이 줄었다.”
“비료사용이 줄어드니 인건비도 그만큼 절약하고, 농자재 비용도 눈에 띄게 줄었다. 쌀 생산량은 비슷하니 그전엔 비료 더 뿌린 만큼 돈을 버린 셈이다.”

“질소 과다시비가 없으니 도복(벼 쓰러짐)도 거의 없고 쌀 품질도 훨씬 좋아졌다. 그러니 여주 쌀 재배농가들은 이제 맞춤형 비료가 없으면 안 될 정도다.”

여주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와 농업인들은 맞춤형 비료의 ‘장점’에 입을 모았다. 딱히 단점이라고 할 만한 게 없을 정도로 토양 특성에 맞는 적정시비의 필요성과 그 효과를 역설했다.

여주군은 과학영농 실천을 통한 고품질 쌀 생산과 경영비 절감을 목표로 2003년부터 ‘여주쌀 맞춤비료사업’을 추진해왔다. 기존 토양분석실를 보강해 종합환경정밀분석실로 전환하면서 여주관내 논 8만2천여 필지의 토양검정자료를 전산자료화한 게 사업추진의 단초가 됐다.

여주군농업기술센터는 곧이어 맞춤비료 생산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정밀분석기기와 수은분석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정밀농업의 체계를 갖추는 한편 복합비료 성분을 달리한 맞춤비료 4종을 생산, 보급하기에 이르렀다. 호응이 이어지면서 2007년부터는 여주군 모든 벼 재배농가를 대상으로 맞춤비료를 공급하고 있다.

그 결과 농가의 비종(비료종류) 선정과 구매, 시비량 결정 등 현장에 필요한 과학영농체계가 구축되고 여주 쌀의 미질 향상, 농가경영비 절감, 토양보전 등 실질적인 효과를 얻었다는 게 여주농업기술센터의 설명이다.

장해중 소장은 “기계적 쌀 품질 검사결과 완전립 비율은 11퍼센트, 밥맛을 나타내는 식미지수는 17퍼센트 향상된 것으로 조사됐다”며 “적정시비로 화학비료 사용량이 30퍼센트 정도 줄면서 농가의 비료대도 일반비료에 견줘 28퍼센트 절감됐다”고 밝혔다.

여주군 점동면에서 약 10만 제곱미터(3만평) 벼농사를 짓는 권혁재(53세) 씨는 “맞춤형 비료 사용전후로 쌀 생산량에는 별 차이가 없는데 미질은 훨씬 좋아졌다”며 “마을전체가 맞춤비료를 쓰면서 이젠 농업기술센터 처방대로 속편하게 농사짓고 있다”고 말했다.

권 씨는 “보통 200평 한 마지기에 비료 두 포를 썼는데 지금은 한 포로 줄었다”며 “특히 추청이나 고시히카리 같이 도복이 많은 품종인데도 맞춤비료를 쓴 뒤에는 도복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능서면에서 약 5만 제곱미터(1만5천평) 논농사를 하는 김준식(55세) 씨도 “맞춤형 비료를 쓰면서 인건비와 농자재비가 많이 줄었다. 생산량은 물론이고 미질이 향상되는 걸 생각하면 그간 관행농가들은 사실상 불필요한 비료값을 논에 버린 거나 진배없다”며 ‘일석삼조’를 강조했다.

전체 벼농사 중 유기재배 비중이 훨씬 높다며 자신을 ‘친환경 농업인’이라고 소개한 김 씨는 “맞춤형 비료를 통한 적정시비 노력은 전국에 확대하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유기질 비료 공급지원 등 친환경유기농업 확대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맞춤형 비료가 전국에 확대, 정착되기 위해서는 지역별, 필지별 토양정밀검정과 정보전산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7년째 접어든 여주군은 이러한 ‘공정시스템’ 구축을 첫 단계로 꼽았다. 이와 맞물려 분석검정 전문인력 확충과제도 지적됐다.

다음 단계에선 농업인 대상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여주군의 경우도 사업초기에는 맞춤비료에 대해 반신반의하며 관행대로 비료를 더 주는 농업인들이 없지 않았다. 맞춤비료의 조기정착을 위해서는 농업인 교육과 현장컨설팅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신현관 농림수산식품부 친환경농업과장은 “2008년 토양분석에 근거한 맞춤형 비료 시범사업으로 관행시비 대비 사용량과 비료대가 15퍼센트에서 20퍼센트 정도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며 “비료정책은 원자재가격에 민감한 만큼 지금이 맞춤형 비료정책 실행의 적정시기라고 본다”고 밝혔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010년부터 맞춤형 비료 가격보조정책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수립, 올해 10월부터 연말까지 전국에 걸친 토양검정과 비종 선정, 비종별 물량 등을 결정하고 농협중앙회 등 관계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통해 정책집행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농림수산식품부는 내년 맞춤형 비료 보조예산으로 645억원을 요구해 정부최종안으로 631억원을 확정짓고 국회심의에 넘긴 상태. 이는 올해 화학비료 인상차액 보조예산 1천508억원에 견주면 크게 줄어든 금액으로, 농업인단체들은 비료관련 지원예산 증액을 국회에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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