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Big5와 야생동물 Big5에 대해

FAO에서 2007년도에 전 세계 가축의 현황을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젖먹이동물 18종을 가축으로 분류하고 각각의 품종의 분포현황 등을 기록한 이 보고서를 보면서, 축산학을 공부한지 30년이 가까이 되는 필자도 처음 들어 보는 가축도 있었다. 티베트의 원주민들이 키우는 야크, 남미에 있는 낙타과 동물인 알파카, 라마, 과나코 비큐나 등 이름도 생소한 가축도 있었다.

FAO의 자료에서 가축으로 정의된 18축종의 젖먹이동물을 보면 돼지와 개를 제외한 축종이 초식동물이며 돼지와 개는 잡식동물이다. 즉 육식을 전문으로 하는 젖먹이동물들은 없다.

초식 및 잡식동물만이 가축이 될 수 있었다는 이유에 대하여 ‘총균쇠’라는 책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재레드 다이아몬드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가축화할 수 있는 동물은 모두 엇비슷하고 가축화할 수 없는 동물은 가축화할 수 없는 이유가가 제각기 다르다.”

톨스토이의 소설인 “안나카레니라” 처음 구절인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라는 문장을 몇 자 바꾸어서 “안나 카레나라의 법칙”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이 책에서, 20세기 이전 지구상에는 초식을 주로 하는 45kg이상이 되는 대형젖먹이동물 148종이 있으며 그중 14종만이 가축이 되었고, 13종은 유라시아대륙에서 가축화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가축화할 수 없는 134종의 동물들은 식성, 성장속도, 교배습성, 성격, 인간에 대한 경계심 그리고 사회적 구조가 인간의 요구에 맞지 않아서 가축화 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고양이의 경우 번식기가 되면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는 행동을 보여 인간이 쉽게 번식을 조절할 수 없으며 무리지어서 살지 않은 사회적인 습성이 있기 때문에 가축화 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사람에게 행동으로 즐거움(이익)을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고양이를 반가축 혹은 가축화가 진행되고 있는 동물이라고 분류하는 사람도 있다.

식육동물과 코알라 판다처럼 특정한 먹이만 먹는 동물들도 가축화할 수 없으며, 코끼리처럼 완전하게 성장하는데 15년 이상이 걸리는 동물들도 가축화할 수 없다고 한다. 체중이 4톤 이상이 되는 하마의 경우에는 포악한 성격과 민감한 교배습성이 가축화의 장해물이 된다고 한다.

필자가 아프리카의 사파리를 여행하면서 정말로 많은 동물을 볼 수가 있었다. 안내원이 사파리에서 꼭 보아야 할 동물로 사자, 코뿔소, 물소, 코끼리, 표범의 5가지를 이야기 해주었다. 이것들은 사냥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Big5 라고 한다고 한다. 즉 가축화하기가 힘든 동물이라는 뜻이다. 반면 소, 면양, 염소, 돼지 및 닭을 가축의 Big5라고 한다. 지구상에 거의 모든 지역에서 사육되고 있는 가축이다. 동물의 지배하고 싶어 하는 인류의 욕심으로 언젠가는 야생동물의 Big5중 일부를 가축의 Big5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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