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름은 비교적 긴 장마와 습기가 많고 기온이 섭씨 30도에서 35도로 올라가 무더운 날씨가 지속된다. 그 가운데 초복, 중복, 말복이 지나는 동안 우리 조상들은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더위를 잊고, 오행의 원리로 열이 있는 것을 먹음으로써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보양하였다.

서울·경기지역 향토음식으로 임자수탕(깻국탕), 불당리백숙, 초교탕 등이 있다. 임자수탕은 깨를 불려 껍질을 벗기고 볶아서, 곱게 갈아 체에 받친 뽀얀 국물과 영계를 푹 삶아 곤 국물을 섞어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건지로 미나리 초대와 오이, 버섯, 쇠고기 완자 등을 녹말에 묻혀 데쳐서 넣어 만든 고소하고 영양이 풍부한 냉국이다. 불당리백숙은 영계와 감자, 당근, 수삼, 마늘, 대추를 넣고 끓인 것으로 남한산성에 풀어 기른 토종닭으로 만들어서 육질이 질기기는 하지만 졸깃한 맛과 담백하고 구수하여 보양음식으로 제격이다. 초계탕은 닭고기·쇠고기·도라지·미나리 등을 밀가루 푼 것에 개어서 끓인 맑은장국으로 원래 궁중음식에서 전수된 것이다.

강원도 향토음식으로 춘천닭갈비, 복추어탕, 어죽 등이 있다. 춘천닭갈비의 유래는 약 1400년 전 신라시대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는데, ‘닭갈비’란 말은 원래 홍천에서 먼저 사용되었다. 홍천의 닭갈비는 냄비에 육수를 넣고 닭요리를 한 것인데, 홍천과 태백에는 지금도 이 음식이 남아 있다. 춘천에는 숯불 위에 석쇠를 얹어 닭고기를 조리하였던 숯불닭갈비가 있었는데 1971년부터 닭갈비판이 등장하면서 지금의 춘천 닭갈비가 된 것이다. 복추어탕은 치악산 맑은 계곡의 흐르는 물에서 잡은 미꾸라지를 넣고 얼큰하게 푹 끓여 여름 복날 음식으로 즐기던 보양식이다.

충청북도 향토음식 중에 옥계백숙, 민물장어구이(대청호장어구이) 등이 있다. 옥계는 옥천 지방에서 사육되는 토종닭으로 다리가 검은빛을 띠어 일반 토종닭과는 구별된다. 끓일 때 한약재를 가미하여 닭 비린내가 없고, 고기를 먹고 난 후 닭 삶은 물에 국수나 찹쌀을 넣어 끓여 먹었다. 장어는 깊은 바다에서 산란하여 강으로 거슬러 올라와 3~4년을 자란 후 가을이 되면 다시 산란을 위해 바다로 되돌아가는데 이때는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바다로의 먼 여행을 할 만큼 힘이 세어 예로부터 강장식품으로 불리었다.

충청남도 향토음식에 장어보양탕, 인삼어죽 등이 있다. 장어보양탕은 숙주, 미나리, 표고버섯, 쑥갓, 마늘, 대파 등 채소류 외에 황기, 인삼, 대추, 은행 등 한약 재료가 첨가되어 특유의 향이 곁들어져 담백하며, 강장식품으로 보혈, 보신을 상징한다. 인삼어죽은 충청남도 금산군의 향토음식으로 이 지역 사람들이 더운 여름철 이열치열로 즐겨 먹는 음식이다.

전라북도 향토음식으로 옻닭, 애저찜(진안애저) 등이 있다. 옻닭은 옻나무 껍질 달인 물에 닭을 넣어 푹 끓인 음식으로 닭의 성질이 옻의 유독성을 해독시켜 주므로 약효가 빨리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양음식이다. 애저찜은 새끼돼지에 전피, 인삼, 마늘, 생강, 청주를 넣어 푹 삶은 후 밤, 은행, 대추, 양파, 대파를 넣어 한 번 더 끓여서 만든 음식이다. 고기가 귀한 시절, 어미돼지가 낳은 새끼 중에 잘못된 새끼돼지를 푹 쪄서 먹은 것으로부터 유래한다.

전라남도 향토음식으로 가물치곰탕, 장어탕, 풍천장어구이 등이 있다. 가물치곰탕은 가물치를 곤 국물에 찹쌀, 생강, 인삼, 대추를 넣고 죽을 쑨 다음 갖은 양념을 넣고 미나리, 파, 마늘, 생강, 깨소금을 넣어 한소끔 끓여 만든다. 장어탕은 삶은 어린배추·고사리·숙주·토란대에 된장, 마늘 소금을 넣어 무친 후 장어 삶은 국물에 넣고 푹 끓인 것인데 먹을 때 방앗잎을 넣는다(전라남도 광양 일대에서는 장어탕 등 생선매운탕 요리에 비린내를 없애는 향미채소로 방앗잎을 이용한다). 갯장어는 6~9월에 가장 많이 잡히며 맛도 좋다. 날카로운 이빨에 성질도 난폭하지만 콘드로이틴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어서 영양적으로 우수한 식품이다.

경상북도 향토음식으로 청도추어탕, 대구육개장 등이 있다. 추어탕은 기호에 따라 토란대, 부추, 시래기, 배추나물, 호박잎, 고사리 등 각종 채소를 넣어 영양적으로 균형을 이룬 음식이며 경상도 지역에서는 추어탕에 꼭 산초가루를 넣어 비린내를 없애고 입맛을 돋구었다. 육개장은 맛있는 쇠고기 양지머리 부분을 오래도록 푹 삶아 찢어서 매운 양념을 하여 다시 국물에 넣고 끓인다. 대구육개장은 1950년 한국전쟁 후 피난민에 의해 전국에 알려졌으며 육수에 삶은 토란대와 큼직하게 썬 파, 숙주, 양념한 소고기, 무를 넣고 끓인 다음, 참기름에 고춧가루, 육개장국물을 넣어 잘 개어 국에 넣고 끓인다.  

경상남도 향토음식으로 밀면(밀국수냉면), 머윗대들깨국, 장어죽 등이 있다. 밀면은 국수에 소사골(돼지뼈, 양지육)과 여러 가지 약초, 채소 등으로 우려낸 육수를 넣어 만든 것이다. 머윗대들깨국은 머윗대와 들깨, 조갯살(또는 새우)을 넣어 만들며 여름철 입맛 없을 때 별미로 해먹은 음식으로 맛이 부드럽고 영양가가 높다. 

제주도 보양음식으로 토계탕, 돼지새끼보죽(도새기새끼보죽) 등이 있다. 토계탕은 닭(영계)의 배 속에 토란을 넣어 푹 고은 다음 다진 파, 마늘을 넣어 한소큼 끓인 것이다.   
최정숙(농촌진흥청 한식세계화연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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