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제천시에는 땅과 사람의 조화로운 세상을 꿈꾸고, 농사로 남과 북을 잇는 농부가 있다. 커다란 안경을 빼면, 채소밭을 닮은 얼굴의 친환경 유기농 농사꾼 이해극(한가지골 친환경농장)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이 대표 이름 앞에는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고추 증산왕, 발명왕, 마을 청년회장, 농민대학 강사, 농민발명가협회장, 전국 유기농생산자연합회장, 친환경농업 전도사, 통일 농부.
열심히 농사를 짓다보니, 어느새 고추 증산왕에 세계로 수출되는 비닐하우스 자동개폐기 발명가, 북한에 친환경 농법을 전수하는 통일 농부, 강연하는 강사가 되었다.

하지만 그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바로 ‘농사꾼’이라는 평범하지만 무거운 단어다. 농사꾼다운 ‘진짜 농사꾼’이 되겠다는 그의 삶이 그려낸 이 드라마의 제목은 무엇으로 지으면 좋을까?  ‘유기농 바이러스’라면 어색할까? 그가 연주하는 ‘농사꾼 오페라’에는 은은한 감동이 있다.

“진짜 농사꾼이 되고 싶었어요”
이해극 대표가 농사를 짓게 된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조상 대대로 제천에서 농사를 지어왔기에 그도 농사를 지었다. 이렇게 평범한 농부가 어째서 남다른 농사꾼이 되었을까? 처음에 그는 그저 농사를 잘 짓고 싶었다. 농업관련 서적을 읽던 중 화학비료와 농약 때문에 산모의 모유에서 농약이 검출되었다는 내용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또 우리 들녘에서 개구리, 지렁이, 메뚜기가 점차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온갖 생물이 초토화되는 자연환경에서는 인간도 온전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이 그가 유기농을 시작하게 된,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농약, 화학비료를 쓰는 건 죽이는 농사예요. 농약을 치면 땅 속에 있는 미생물까지도 다 죽습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안 뿌리면 우선 땅이 살아나요. 병든 땅에서 좋은 양식이 나올 수 없죠. 건강한 땅에서 건강한 먹을거리가 나오는 겁니다. 예전에 우리 조상들이 어디 비료 주고 농약 쳐서 농사지었나요?”

이후 그는 인간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을 만드는 유기농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농약과 화학비료를 끊었다. 퇴비를 발효시킨 거름을 사용하고, 천연재료로 만든 액비를 직접 만들어 사용했다. 주위에서는 그를 바보라고 불렀고, 심지어는 사기꾼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런 오해와 시련을 이길 수 있었던 힘은 옳은 농사를 짓는 ‘진정한 농사꾼’이 되겠다는 결심 덕분이었다.

“저는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원래 짓던 전통농법에 따라 농사를 지었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잡초를 뽑기 위해 조금 더 일해야 하고, 병충해를 막기 위해 땅과 작물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농사를 짓다보니 자연과 사람을 지키는 농사법을 연구하게 되고 또 실천하게 되더군요. 유기농을 하니 공부를 하게 되고, 공부를 하다 보니 발명도 하게 되고, 그러다가 어느새 강연을 하는 강사까지 되었네요.”

농업장비를 발명하고, 외국에 수출하는 농사꾼
유기농으로 시작한 제천의 ‘한가지골친환경농장’과 강원도 평창군의 해발 1200m 고랭지에 있는 ‘육백마지기유기협업농장’ 6만여 평에서는 쌈채소, 고구마, 브로콜리 등을 재배한다. 최근에는 유기농 곡물로 만든 국수와 오색떡도 생산하고 있다. 농업소득으로 연간 약 3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충북 제천에서 시작한 유기농이 강원도의 고산으로 확장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는 끊임없는 유기농법 연구와 농업장비 및 기구를 개발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했다. 파종기, 비닐 물탱크, 폭설피해방지기, 비닐하우스 자동개폐기 등 각종 장비와 농기구는 이 과정에서 생긴 그의 발명품들이다.

그중에서 특히 ‘온실 자동개폐시스템’은 큰 자랑거리이다. 농업선진국인 네덜란드를 비롯해 일본, 호주, 러시아, 영국, 이탈리아 등으로 수출하여 수백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인 효자 발명품이다.

“유기농을 하게 되면, 손이 많이 가고 힘이 듭니다. 그걸 줄이고 싶었어요. 머리를 싸매고 연구하니 농사꾼도 발명을 하게 되더라고요. 이 시스템은 온실의 온도와 일조량 등을 자동으로 조절해줍니다. 이 큰 비닐하우스 몇 동도 우리 아내 혼자서 다 관리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에 퍼지는 유기농 바이러스
(사)농수산통일사업단 활동을 하고 있는 이 대표는 올해 5월, 4회째인 ‘금강산 통일 모내기’ 행사를 금강산 삼일포에서 치렀다. 1999년부터 지금까지 약 600일 이상을 북한에 체류하면서 ‘고성국영남새(채소)농장’에 비닐하우스 1만2천 평, 삼일포에 3천 평의 과수농장을 조성해 유기농업 기술을 아낌없이 전해주고 있다.

“북한을 가보니 정말 어렵게 살더군요. 농업기술도 기술이지만, 농자재가 부족하고 퇴비재료도 부족해 땅에 힘이 없습니다. 땅부터 살려야 하는데, 남쪽의 남아도는 잡관목과 축분을 활용하면 북한의 땅을 살리는데 큰 힘이 될 겁니다. 만약 북한이 갑자기 무너져 사람들이 넘어오면 그 사람들을 어떻게 먹이겠습니까? 농사꾼은 사람들이 먹을 양식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서로 도와서 잘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야죠.” 

땅과 밥의 평화를 생각하는 그는 두말할 것 없는 ‘통일 농부’, 유기농 바이러스를 뿌리는 ‘진짜 농사꾼’의 모습이었다.

알뜰한 당신, 유기농에 감염되어도 좋습니다.
“비교가 적절하지는 않겠지만, 가공식품과 인스턴트식품이 없는 북한에는 아토피라는 말 자체가 없더라고요. 우리는 정말 풍요롭지만 몸은 어느새 아토피 같은 질병이 만성화되어 가고 있지 않습니까? 어떤 면에서 보면 굶주림보다 우리의 몸과 체질이 변하고 있는 이 상황이 더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아끼는 마음’은 ‘소중히 여기는 마음’인데, 그게 돈이 아니라 우리 몸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되었으면 합니다.” 

휴대폰 요금과 택시비, 콩나물 값도 절약하려는 알뜰한 주부들의 마음 씀씀이는 정말 값진 삶의 자세다. 하지만 자신과 가족의 건강마저 절약할 수는 없는 일. 조미료에 길들여진 우리 입맛과 식자재부터 유기농으로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유기농 바이러스에 조금 감염된다고 해도, 알뜰한 가계부가 빨간색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진짜 아껴야 할 것을 제대로 아끼는 ‘진짜 소비자’가 절실한 때이다.


  • 품목 : 채소류 외
  • 상품명 : 로메인상추 외
  • 친환경농산물 인증 : 유기농산물
  • 생산자(단체) : 이해극
  • 생산지역 : 충북 제천
  • 판매가능시기 : 연중
  • 담당자 : 서성래(011-1720-5370)
  • 판매가격 : 전화문의
  • 판매가능지역 : 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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