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녕군 대합면 도개리에 자리잡은 엘림농장(대표 김홍명)은 규모가 제법 크다. 현재 엘림농장 부지는 6천5백여평 규모로 80평 단위 계사가 36개에 이르며, 우리맛닭 종계 2만여수, 일반 사육 등을 병행하고 있다. 년간 총 출하수수는 60~70만수에 달한다.

사실 김 대표는 수산대학교 출신으로 양식업에 뛰어들어 잘 나가는 ‘사장님’으로 통했다. 그러나 관광농원 등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해 부도를 맞게 되면서 지리산 깊은 산자락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김 대표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어류에 묻혀서 살던 그가 산자락을 거침없이 뛰어다니는 토종닭을 보게 되면서 ‘재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게 됐다.

그는 “당시 지리산에서 2~3년은 내려오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토종닭을 사육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다는 자신감을 되찾아 1년만에 내려오게 됐다”면서 “자주가는 식당에서 토종닭 알 1000개를 받아 창녕농업기술센터에 부화를 의뢰했더니 350마리 토종닭 병아리가 탄생하게 됐고, 이것이 토종닭과의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350마리에 불과했던 토종닭은 이듬해에 5천수로 늘었고, 해를 거듭할 수록 1만, 2만. 3만마리로 불었다. 재기를 꿈꾸던 그에게 토종닭은 희망이 됐던 것이다.

‘우리맛닭’은 ‘구세주’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토종닭사업은 신통치가 않았다. 남들과 똑같은 품종으로 닭을 사육하다보니 엘림농장만의 특별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토종닭 신품종이 절실했던 엘림농장은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을 찾게 된다. 당시 축산과학원은 지난 1994년부터 전국에 남아 있는 재래닭 수집에 나서 산간 지방에서 흩어져 사육되던 재래닭 수천 마리를 수집, 1년에 1세대씩 15세대를 거쳐 외래종의 특성을 제거한 순수 계통의 우리 재래닭을 복원을 완료한 상태였다.

축산과학원은 토종닭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도중 지난 2002년부터 전국 32개 농가에 우리 재래닭 시범사육을 전개하게 된다. 그러나 기존 토종닭과 사육방법이 전혀 틀리는 등 우리맛닭의 강한 개성으로 인해 대다수의 사육농장이 사육을 포기하기에 이르렀지만, 그 중 딱 한 곳만 멀쩡히 우리맛닭 사육에 성공했는데 그 곳이 바로 엘림농장이다. 벌써 8년째 사육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우리맛닭은 사육 분야의 까다로움 때문에 농가들이 사육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우리맛닭은 맛 하나만 두고 따지자면 여타 토종닭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고,  우리맛닭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우리맛닭’ 온라인 판매까지


“단순히 우리맛닭이라는 품종에 만족했다면 엘림농장은 일찌감치 문을 닫았을 것이다.”
엘림농장은 단순히 우리맛닭을 사육하는데 그치지 않고 무항생제 닭을 생산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엘림농장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친환경농산물(무항생제 축산물, 인증번호 17-13-5-01)로 인증 받을 정도로 우리맛닭 품질을 향상시켰다.

품질을 강화하다보니 유정란 판매, G마켓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판매가 가능해졌다. 그는 “엘림농장이 키운 우리맛닭은 소비자들이 품질을 인정해 줄 정도로 유명세가 대단해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주문량이 넘쳐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거래처에 새로운 판로가 가세하면서 엘림농장은 주문처에 납품하는데 만도 하루해가 짧을 정도다. 현재는 ‘엘림농장표 우리맛닭’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면서 전국 각지 가든, 식당 등에서는 너도나도 우리맛닭을 달라고 아우성 칠 정도이다.

엘림농장의 연 매출은 13억원정도. 순소득은 3억원 남짓. 이처럼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은 품질강화에 이어 농장에 대한 과감한 재투자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돈 벌었다고 자만하기 보다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시설 및 장비에 투자를 게으르지 않았던 것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던 것.
특히 외부 차입금 없이 오로지 순수 본인 자본으로 투자했기 때문에 부채에 따른 이자부담이 없었던 것도 주효했다.

‘우리맛닭’ 세계화 추진할 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김 사장이지만, 앞으로 할일이 더 많다고 엄살(?)을 늘어놨다.
그가 꿈꾸는 것은 단순히 닭고기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엘림농장 우리맛닭’ 브랜드를 개발해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는 토종닭 브랜드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브랜드사업에 필요한 BI 작업 등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독자 브랜드를 개발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것이 엘림농장의 최종 목표”라며 “아직까지 사육량이 충분하지 못해 시도하지 못하고 있지만, 사육시설을 더 늘린다면 독자브랜드 판매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자신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그는 우리맛닭이 브랜드로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가배합사료 공장과 자체 도계장을 준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토종닭 전용 배합사료가 없는 현실에서 토종닭에 가장 적합한 사료를 개발한다면 토종닭 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엘림농장이 자가배합사료 공장을 준공한다면 기존 배합사료 대비 50% 이상 저렴하게 사료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대표는 “기존 도계장에서 토종닭이 외면 받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면서 “자체 도계장을 운영할 수 있다면 품질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과 신뢰를 구축하는데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특히 “우리맛닭은 자가배합사료공장, 도계장 문제가 해결된다면 생산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등 경쟁력이 강화돼 해외시장에도 충분히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에 만족하거나 자만하지 않고 우리맛닭이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그날까지 열심히 뛰겠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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