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부터 날씨가 갑자기 더워졌다가 낮아지는 것을 반복하면서 변덕을 부리고 있다. 6월에 들어서자 일부지역은 낮 최고기온 30도를 웃도는 여름 기온을 나타내면서 사람들이 쉽게 지치거나 여름감기를 앓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럴 때 사람들은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또는 더위를 이기기 위해 보양식 등을 많이 찾는다. 대표적인 여름철 보양음식으로 삼계탕, 보신탕, 추어탕 등을 많이 이용한다. 이와 같은 여름철 보양음식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 것일까?

한마디로 이열치열의 의미이다. 여름이면 인체는 외부의 더운 기운에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소화기와 체내 장기의 기운이 차가워지게 된다.

학자들에 의하면 여름철 외부의 높은 기온 때문에 체온이 상승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피부근처에는 다른 계절보다 20〜30% 많은 양의 혈액이 모이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체내의 위장과 여러 기관들은 혈액이 부족하여 체내의 온도가 떨어지는데, 이렇게 되면 식욕이 떨어지고 만성피로 등 소위 여름을 탄다는 증세가 나타나기 쉽다.

이 때 덥다고 차가운 음식만 먹게 되면 차가워진 위장과 간장 등의 내부 기관들이 더욱 손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따뜻한 음식을 먹어 보호해 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따라서 여름철이 되면 찬물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난다고 하며, 여름철 인기 메뉴인 냉면을 먹을 때에도 따뜻한 성질을 가진 겨자 등을 넣어 냉면 고유의 찬 기운을 줄여 먹는 것이 좋다.

전통 보양식을 영향학적으로 검토해보면, 사람들이 더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체내의 단백질과 비타민 소모가 특히 많아진다. 따라서 인체에 부족한 필수아미노산들을 공급하기 위한 양질의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이 적어 소화흡수를 돕고, 피로회복을 위한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들을 함유하고 있는 보양식을 먹어주는 것이 영양학적으로 논리에 맞는다.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이열치열의 보양식 외에 더위를 견뎌낼 수 있도록 입맛을 돋우는 음식, 단백질이 많은 건강증진 음식, 잠깐잠깐 나오는 제철 채소를 이용한 깔끔한 여름철 별미음식을 즐겼다.

입맛을 돋우는 음식으로는 탕평채, 미더덕찜, 호박 편수 등을 만들어 먹었다. 건강증진 식품으로는 장어구이, 붕어조림 등의 음식, 제철음식으로는 머위, 감자, 옥수수, 고구마순, 마늘종, 애호박, 토마토, 수박, 참외, 복숭아, 포도 등을 이용한 음식이다.

특히 제철식품으로 음식을 만들어 끼니를 거르지 않고 챙겨 먹는 것이 무엇보다 좋은 여름철 보양식이라 할 수 있다. 제철식품을 활용하면 영양소가 풍부하고 맛도 좋을 뿐 아니라, 가격 또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여름에 많이 나오는 애호박은 열매와 어린잎을 먹을 수 있으며, 당질과 비타민 A, C가 풍부하다. 소화 흡수가 잘 되므로 어린이와 노인에게도 좋은 음식이다. 호박을 이용한 음식으로 호박전, 호박찜, 호박 찌개, 호박선, 호박나물, 호박죽 등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여름철에 흔히 찾는 장어는 비타민 A와 단백질, 그리고 지방이 풍부하다. 장어는 체력을 길러 주고 여름을 타는 것을 막아 주는 강정제 음식으로 유명하다.

장어의 비타민 A는 지용성이므로 기름과 함께 요리하면 흡수가 훨씬 잘 되지만 장어 자체에 있는 지방질로도 효율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 지방질은 질이 좋은 불포화 지방산이다. 장어로 장어조림, 장어구이, 장어탕, 장어고추장 양념구이 등을 만들 수 있다.

요즘 한참 많이 나오는 토마토는 비타민 A, B1, B2, C 등이 골고루 들어 있는데, 특히 비타민 C가 풍부해 두 개 정도만 먹으면 하루 필요한 비타민 C를 모두 취할 수 있다. 설탕을 쳐서 먹지 않는 것이 비타민 B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토마토 샐러드, 주스, 스파게티 등의 소스에 이용하면 좋다.

여름에 더위를 이기게 하는 음료로는 인삼, 맥문동, 오미자를 달여 만든 생맥산차를 꾸준히 마시면 여름에 더위 먹지 않고 지낼 수 있다. 또 둥굴레 줄기와 뿌리를 말려 차로 마시면 열을 식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김행란(농촌진흥청 전통한식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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