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한국농수산대학’이라 불러주오

“올 가을에 한국농수산대학으로 출범한다. 한국농업대학은 이제 명인, 명소, 명품대학으로 거듭날 준비가 다됐다.” 5월 23일자로 부임 1돌을 맞이한 김양식 학장의 목소리엔 힘이 실렸다.

국립한국농업대학은 올해 10월 한국농수산대학으로 확대 개편되고, 소속은 농촌진흥청장에서 농림수산식품부장관으로 바뀐다. 한국농업대학 설치법 개정안이 지난 3월초 국회본회의를 통과하고 4월 1일 개정법이 공포된 데 따른 것. 10월 2일이 디데이다.



◇ 농수산 후계인력 요람으로 거듭나
농식품부 조직개편에 따라 인력양성 범위를 농업분야를 중심으로 수산업, 임업, 식품분야까지 확대하는 한농대의 포부는 당차다. 현장에 필요한 농림수산업분야 후계인력의 양적 확대와 질적인 향상을 꾀하는 것은 물론 농식품부 산하기관이 되는 만큼 향후 국가정책수립과 지원이 연계되면 더 체계적인 인력육성과 관리, 정책적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만발한다.

1997년 한국농업전문학교로 개교한 이래 10년만인 2007년 한국농업대학, 다시 한국농수산대학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한농대는 국가책임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해내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참여한 책임연구기관 평가에서 92.2점의 높은 점수를 받은 데 이어 외부평가에 의한 교육만족도 조사에서도 84.5점을 받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2007년 교육만족도 평가에서 53.3점을 받은 것에 견주면 1년여 만에 괄목할 만한 성적향상을 일궜다.

한농대의 또 다른 변화도 주목된다. 학생교육에만 치중하지 않고 2008년부터는 농업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전문교육을 실시하면서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에 적극 나서는 한편 농업분야에 평생교육이란 개념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김양식 학장 부임 전후로 한농대는 농협대학과의 교류를 통해 실기위주 위탁교육을 확대했으며 창업농 과정, 농업CEO MBA 과정, 전업농 교육과정, 품목별 가치혁신 MBA 과정 등을 잇달아 개설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내실을 다지며 외연을 확대하는 한농대의 활동은 올해도 ‘진행형’이다. 경기 농업마이스터대학, 도시민 귀농·귀촌학교, 농업인 1일 방문교육 등 비정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농업인 1일 교육은 이미 1천500여 명이 수료했고 연내에 2천여 명의 농업인이 더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과과정의 ‘파격’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 농업생산 위주의 교육을 탈피해 농업무인헬기영농, 복토직파영농, 아이디어농업, 가치창조농업, 농축산물 마케팅 등 선진분야 교육과정이 호평을 받고 있다. 올 2학기 개설이 예정된 승마과정, 사이버농업 성공사례, 전통식품 실기과정 등도 한농대의 내실과 외연확대를 상징할 만하다.

◇ 세계적 명인·명소·명품대학 ‘기염’
한농대는 재빠른 시대변화 대응, 창의적 발상과 함께 전문기술 경영능력을 갖춘 ‘한농인’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삼명(三名) 운동’을 펼치고 있다. 명인, 명소, 명품대학이 되겠다는 포부다. 한농대는 현재 19인의 명인과 33곳의 명소, 3개의 명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양식 학장은 이에 대해 “우선 학생과 교수, 졸업생들을 명인 반열에 오르도록 하고, 가격경쟁력이 약한 농산물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농업의 품격을 높이는 것”이라며 “아울러 첨단농업시설을 갖춘 농장은 그 지역 경관은 물론 역사와 전통, 문화가 연결된 명소로서 도시민들이 찾는 곳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인으로는 머루의 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는 서충원(과수과 1기) 씨, 한우사육의 1인자로 알려진 김길현(축산과 3기) 씨, 버섯재배의 대가 최병국(특작과 1기) 씨를 비롯해 ‘자랑스런 한농인상’ 수상자와 대학교수나 교직원 등 19인이 선정된 상태. 한농대는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졸업생, 재학생,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하고 있다.

명품대학으로의 발돋움도 이미 완성도를 높이는 수준까지 왔다. 한농대는 전신인 한국농업전문학교 시절부터 1학년 학생에게는 전공별 기초교육, 2학년생은 국내외 장기현장실습, 3학년은 영농설계와 경영실제 위주의 교육 등 이른바 ‘샌드위치 교육프로그램’으로 교과과정을 명품화했다.

여기에 한우, 사과, 버섯 등 분야별, 품목별 가치혁신 MBA 과정을 개발하고 운영함으로써 명품운동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이다.

한우 가치혁신 MBA 과정의 경우 전국 8개 명품브랜드가 참여해 경진을 벌이고 ‘교차평가’를 통해 상호발전과 협력을 꾀하는 자리가 돼 참가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 과정을 통해 ‘한우수출사업단’이 결성된 것도 큰 성과다. 일본화우 전문가를 초청해 국내 한우의 경쟁력 향상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사과 가치혁신 과정에는 사과재배기술 최고전문가들이 참여해 정보를 교환하고 국내에 가장 적합한 재배방법을 강구하는가 하면, 버섯 과정에서는 세계최초 싸리버섯 인공재배 노하우가 공개되고 ‘한국버섯 최고기술자회’가 조직되는 등 한농대가 각 품목의 가치혁신과 명품실현을 향한 디딤돌 노릇을 했다는 평이다.

명소는 한농대가 제1호가 됐다. 농장, 경관, 역사와 전통, 문화를 아우른 명소의 갖가지 모형을 한농대에 선보인 것. ‘108번뇌 해우로’, ‘행복의 계단’을 비롯해 ‘고추나라관’, ‘승마·농촌관광관’ 등 31곳의 명소를 조성하고 이를 ‘한농대 아이디어농업 그랜드 갤러리’로 묶었다.

특히 넓지 않은 공간으로도 탁월한 피톤치드 생성효과와 빼어난 풍광을 만들어낸 ‘벽 정원’(wall garden), 전국 4천200여 모범농장을 선정해 한반도 조감모형에 자세히 표시한 ‘농장관’은 한농대를 찾는 이들을 사로잡고 있다는 평이다.

김양식 학장은 “한농대는 최정예 농수산 인력 양성의 메카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신토불이와 수출농업리더 대학으로서, 창의적 교육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갖춘 우리 농어업, 농어촌의 선구자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인터뷰-김양식 한국농업대학장


 “최정예 농수산인력 양성이 절대명제”

김양식 한국농업대학장은 농업과 교육 전문가로, 한국농업의 미래를 짊어질 전문농업인 양성에 적합한 인물로 평가받으며 지난해 5월 23일 부임했다. 책임연구기관장 직위공모를 통해 임명된 학장으로 임기는 2년이다.

전남대에서 농업경제학을 전공한 김 학장은 농협대학 교수, 농협교육원장, 농협중앙회 광주전남본부장 등 농업분야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전문가로 통한다. 전라남도 부지사 등을 역임하면서 행정가로도 능력을 발휘했으며 지역농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이다.

2003년부터는 벤처농업대학 등에 관여해 근래까지 농산업 전문인력 양성에 힘을 쏟아왔으며 틈새농업과 벤처농업, 지역활성화 아이디어 전략 등 왕성한 저술활동도 벌이고 있다.
올해 10월 한국농수산대학 출범을 앞두고 명인·명소·명품대학으로의 진화에 매진하고 있는 김양식 학장은 대학의 존재이유를 잊지 않고 있다며 “최정예 농수산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이 한국농수산대학의 절대명제”라고 강조했다.

한국농수산대학 출범 의의는?
= 먼저, 농업부문은 물론 수산업, 임업, 식품분야를 아우르는 종합인력양성기관으로 확대된다는 의미가 크다. 1997년 6개 학과로 시작해 현재 7학과, 입학정원 300명인데 내년 수산과정이 신설되고 향후 임업, 식품과 관련해서도 확대가 이뤄질 전망이다. 소관기관도 농촌진흥청에서 농림수산식품부로 바뀌는 만큼 향후 인력육성정책을 포괄하는 차원에서 농어촌 청년인재를 양성하는 현장중심대학으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한다. 최정예 농수산 전문가 양성기관이라는 존재이유는 변함이 없다.

학사학위 문제는 어떻게 되나?
= 당초 ‘3 플러스 1’ 제도로 알려진 ‘전공심화과정’ 개설이 가능하다. 그간 3년제 운영으로 4년제 학사학위 취득이 쉽지 않았는데 이를 해결하는 방안이 전공심화과정이다. ‘고등교육법’에서 정한 자격을 갖춘 농수산업 종사자, 다시 말해 우리 대학 졸업생이나 다른 농과대학 3년 이상의 학점을 취득한 경우 전공심화과정을 이수하면 학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게 됐다. 학위도 학위지만 농수산업 종사자에게 평생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깊이 있는 전문교육을 실시한다는 의미가 크다.

명인, 명소, 명품을 강조하는데….
= 창조적이고 진취적인 농수산업기술과 아이디어가 아니면 점점 심화되는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시대변화에 한 발 앞선 대응, 창의적인 발상으로 전문기술 경영능력을 갖춰야 미래 우리농수산업을 이끌 듬직한 인재가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명인, 사람이다. 그리고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농업의 품격을 높이는 명품, 문화와 전통이 농업과 어울려 도시민들이 자주 찾는 명소를 만들어야 우리 농수산업과 농어촌에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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