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희 2005년 친환경농업대상 장려상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공근리 봉화마을에는 호프를 버리고 유기농의 꿈을 이룬 성실한 농부가 있다. 봉화마을(http://gonggeunri.co.kr) 이장이자 한살림 공근공동체의 자칭 규율부장인 유승희씨다.
그의 집은 나지막한 언덕위에 담도, 대문도 없이 열려 있었다. 콩을 수확하던 중에 황급히 달려왔다는 유 이장에게서 공근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그의 삶과 바람, 유기농업에 대해 들어 보았다.


품 목 : 곡류 외
상 품 명 : 대안 쌀 외
친환경농산물 인증 : 유기농산물
생 산 자(단체) : 공근한살림
생 산 지 역 : 강원 횡성
판 매 가 능 시 기 : 연중
담 당 자 : 이상국(031-760-0836)
판 매 가 격 : 전화문의
판 매 가 능 지 역 : 수도권
시 상 내 역 : 제3회 친환경농업 마을대상, 농림부 장관 표창 2회




땅을 살려 놓은 게 아까워서라도 농약을 칠 수 없죠


20여 년 전만 해도 공근리 일대에서 재배하는 대표적인 농작물은 호프였다. 산간지역인데다 일교차가 큰 지형적·기후적 여건이 맥주의 원료로 쓰이는 호프 재배에 적합했기 때문이었다.

호프는 엮어놓은 철사를 지지대로 삼아 하늘을 향해 자란다. 다 자라면 6미터나 된다. 남들처럼 호프농사를 짓던 유 이장이 호프를 포기한 것은 농약 때문이었다. 호프에 자주 발생하는 병해충 예방을 위해 농약을 치려면 겁부터 났다. 워낙 키가 커 아래에서 위로 농약을 뿌려야 하는데, 그 농약은 고스란히 목구멍을 타고 폐부를 날아들었다. 특히나 농약에 대해 알레르기 증세가 있던 그는 호프를 재배하며 농약에 중독된 경험으로 인해 지금도 농약 냄새만 맡으면 골이 아프고 가슴이 저려오는 후유증이 있다.

“농약중독을 경험하고 나니 그동안 왜 그렇게 살았는지 후회가 되더군요. 힘이 들더라도 건강을 지키며 농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연스럽게 농민도 살고 자연도 살린다는 친환경농업, 유기농업에 관심이 가더군요. 그러던 차에 유기농을 하고 있던 이웃 농민의 권유가 있어서 어렵지 않게 유기농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유기농을 시작하고 나서 3년이 무척 힘들었다. 유기농은 땅이 제 힘을 되찾게 되도록 최소한 3년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써서는 안 된다. 수확량이 떨어지고 직접 손으로 잡초를 뽑는 고생을 감수해가면서 그의 유기농은 시작되었다.

마치 우직한 황소걸음이라도 되는 양 한걸음씩 유기농을 정착시켜가던 공근공동체는 1996년 정부의 지원을 받아 108평의 미생물발효공장을 짓게 되면서, 마을에서 나오는 축분을 발효시켜 퇴비로 활용하는 순환농법을 실현했다. 공동체 회원들의 축사에서 나오는 축분에 톱밥 등을 섞어 발효시키고, 목초액 등으로 숙성시켜 퇴비로 활용한 것이다. 또한 목초액과 마늘을 6개월간 발효시킨 액비, 담뱃가루를 이용한 액비를 사용하기도 했다.

 
마늘이나 담뱃가루가 지닌 살균 성분을 이용해 천연농약을 만들어 쓴 것이다. 또 회원들이 주작목으로 생산하는 감자의 장기보관을 위해 마을 입구에 감자 공동저장고를 만들었다. 잔여 물량을 이곳에서 보관하니 출하시기를 조절할 수 있었고, 기간이 오래된 것은 유기농 전분으로 가공할 수도 있게 되었다.

“우리 마을은 이제 농약을 치라고 해도 안칩니다. 땅의 지력을 살리고 친환경농업환경을 조성하는데 들어간 땀과 노력을 한 순간에 버릴 수 없는 거죠. 화학비료와 농약의 유혹은 마약 같은 겁니다. 믿음으로 우리의 농산물을 구매해주시는 소비자들을 배신할 수 없는 거죠. 그분들은 먹을거리를 함께 나누는 식구 같은 분들인데 어떻게 그렇게 하겠습니까?”

짱박으면 경고를 주고, 그래도 안되면 짜릅니다

공동체의 자칭 규율부장을 맡고 있다는 유 이장은 공근공동체의 엄격한 자체품질관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제가 말하자면 규율부장입니다. 너무 융통성 없어서인지 원성을 많이 들었습니다. 농산물을 출하할 때 양을 맞추기 위해서 아래에 자잘한 녀석들을 넣은 생산자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짱박으면 경고를 주고, 그래도 안 되면 출하자격을 박탈합니다. 그런 것은 우리 공동체의 믿음을 깨는 행동이죠. 유기농은 해마다 다르게 병충해 피해를 당합니다. 벌레를 먹을 수밖에 없지만, 스스로 정한 품질기준을 어겨서는 안 됩니다.”

그는 화학비료를 사용한 땅은 되살릴 수 있지만, 한 번 잃은 신뢰는 다시 되찾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규율부장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선한 얼굴과 목소리를 가진 그는, 농민이 사람들을 속이는 세상이 와서는 절대 안 된다고 믿음이 신념처럼 자리하고 있다.

강원도는 유기농을 하기에 정말 좋은 곳입니다

유 이장은 현재 6천여 평의 논과 밭에서 특산물인 감자를 비롯하여 쌀, 영지버섯, 늙은 호박, 들깨, 백태, 서리태 등의 작물을 유기농업으로 재배하고 있다. 특히 영지버섯은 버섯을 갉아먹는 벌레가 많기 때문에 약을 치지 않고는 재배가 어렵다. 유기농으로 재배하기 위해서는 손으로 벌레를 잡아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재배토양에도 농약성분이 유입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유기농 품질인증이 가능했다.

공근공동체의 유기농 쌀과 생산물은 전량 한살림으로 납품된다. 따라서 유 이장을 비롯한 공근공동체의 제품을 구입하려면 한살림 매장을 이용하면 된다. 이외에도 옥수수, 현미 등의 곡물을 이용한 현미차, 스낵 등의 2차 가공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내년에는 마을 입구에 있는 폐교를 리모델링한 체험 교육관도 개관한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될 예정이다.

유 이장의 콩밭에서 함께 현장봉사 활동을 하고 있던 농산물품질관리소 직원은 “횡성의 유기농 생산물은 소비자들이 믿고 구입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우선 지형적으로 농지가 골짜기를 따라 조성되어 있어, 유기농 농지들이 다른 농지의 농약과 화학비료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이점이 있고, 유기농이 시작된 지 오래되어 작목반 내에서 자체규율이 엄격하게 자리 잡혀 있습니다. 이 분들의 자체규율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무농약 단계의 농지에는 법적으로 소량의 비료는 쓸 수 있지만 여기서는 그것조차 못쓰게 합니다. 여기 규율반장님이 계시지만 정말 고집스럽습니다. 이분들은 그것을 자랑스럽게 지켜나가시죠.”

아침에 직접 콩을 갈아 만든 두부가 새참으로 나왔다. 참기름을 살짝 두르고, 깨소금을 뿌려 두부를 지진다. 고소한 두부의 맛이 입안으로 퍼졌다. 직접 만든 손두부를 안 먹어본 것도 아닌데, 이 맛은 그 맛이 아니었다. 소주 한잔을 권하는 유 이장의 손길을 뿌리치기는 무척 힘들었다. 뿌리치기 힘든 유혹, 그것이 바로 공근리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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