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화사업 성패…농가와 상생이 가장 중요”

대다수의 사업주들은 100원의 이윤이 발생하면 자신의 호주머니로 넣는 게 ‘인지상정’이다.  사업주 입장에서 보면 정당한 대가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여양계축산 신영성 대표(한국토종닭협회 충남도지회장)는 사업을 통해 발생한 수익금을 사육농가들과 함께 나눈다. 혼자만이 포만감을 느끼기 보다는 항상 사육농가들의 입장을 배려하는 것이다.
 
신 대표는 현재 30여 사육농가와 위탁 계약을 맺고 병아리 입추부터 최종 유통까지 관리하는 일종의 계열화사업체를 꾸리고 있다. 지난 1984년 서울에서 사업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와 곧장 시작한 것이 벌써 25년째다.

계절별 소비변화가 심하고, 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순식간에 위기에 빠질 수 있는게 양계산업이다. 오죽했으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게 계열화사업이다’라고 했을까. 이 때문에 대다수의 계열화업체들은 부도위기에서 속절없이 무너지기 마련이다.

신 대표 역시 몇 번의 부도위기를 겪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25년간 사업체를 꾸릴 수 있었던 것은 거짓 없는 인간성과 근면성실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계열화사업은 돈 떼이는 일이 허다하지만, 내 돈이 아닌가 보다 생각하면 차라리 맘이 편하다”면서 “돈 아깝다는 생각에 집착하기 보다는 떼이는 돈보다 몇 배 더 잘 벌수 있도록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작은 것을 탐하려다 큰 것을 잃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을 행해서는 안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25년이 지난 지금도 위탁농가들의 사육정산서를 직접 수기로 작성한다. 간편하고 정확한 수치를 측정할 수 있는 컴퓨터가 있지만 정(情)을 느낄 수가 없어 수기 작성을 고집하고 있다고.

‘김 씨 아들이 많이 아프다고 했지. 이번에 사육비를 좀더 지급해 줘야 겠네’…. 그는 사육정산서를 작성하면서 위탁농가들과 정을 쌓고 있다. 이는 갖가지 어려움이 따르는 계열화사업에서 그가 25년 넘도록 안정적으로 꾸릴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최근 부실한 유통업자들의 어음난발로 사육농가들의 고충이 심각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신 대표와 거래하는 위탁농가들은 ‘먼 나라 얘기’로 들린다.

신 대표는 “건강한 닭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사육농가들이 경제적 어려움 없이 닭 사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30여 위탁농가들과 연을 맺은 지가 벌써 8~15년 이상이다. 정직하고 투명한 ‘상도’를 철저하게 지켜온 신 대표의 사람 됨됨이를 위탁농가들이 신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육농가들의 이러한 믿음이 때론 불편할 때가 있다고. 비수기에는 사육수를 줄여야 하지만 한 농가도 떠나지 않고 굳건히 버티기 때문이다. 그만큼 인간관계를 잘 맺었다는데 기쁨도 있지만 한편으로 긴 한숨을 내쉬워야 하는 난감한 상황은 어쩔 수 없단다.

그의 나이가 올해로 65세다. 앞으로 5년 후쯤 은퇴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사육농가들과 길거리에서 만나도 언제나 웃으면서 차 한잔 나눌 수 있는 연을 이어가고 싶은 게 소망”이라고 밝혔다.

돈 때문에 극단적인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 게 요즘 세태다. 100원을 벌면 1000원을 더 벌고 싶은 것이 인간 마음이다. 신 대표가 특별하게 보이는 것은 요즘의 세태를 거슬러서가 아니라 가장 사람답게 사는 길을 묵묵히 걷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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