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다수의 국민들은 국제결혼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지만 분명 수많은 농촌총각들이 국제결혼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본지가 소개하는 시리즈 ‘한익환의 결혼이야기’는 수년에 걸쳐 수많은 농촌 총각들이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의 외국 여성들과 국제결혼 하기까지의 긴 여정과 숨겨진 뒷얘기를 재미있고 알기 쉽게 정리한 것이다.

국제결혼을 희망하는 한국인 3명을 인솔하고 처녀출전 하던 때의 일이다.
수십 년 동안 관광객을 인솔한 경험은 있으나, 베트남 국제결혼은 처음 인솔하기 때문에 두렵고 불안한 마음으로 호치민에 도착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맞은 호치민의 첫 밤은 밤새 따다닥거리며 질주하는 오토바이 소음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신랑 이××(37세)군, 김××(39세)군은 조선족과 결혼에 실패한 재혼자이며, 원××(38세)군은 초혼자다. 그들은 노부모를 모시고 농사를 짓는 순박한 시골청년들이다.

아침식사 후, 우리 일행은 현지여성들과의 맞선을 보고 각각 배우자를 결정했다. 그날 오후, 우리 일행은 배우자들과 함께 김 군의 처갓집 방문길에 올랐다. 호치민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시골길을 달려 4시간 만에 한적한 농촌의 외딴집에 도착했다.

김 군 처갓집은 야자수 잎으로 엮은 초가집에 초라한 살림도구 몇 개가 구석진 곳에 놓인 허름한 농가였다. 장인·장모께 큰절로 인사를 드리는 사위에게“사랑하며 잘 살아 달라”고 당부하며 눈시울을 적시는 장모님의 작별인사를 뒤로하고 호치민시로 귀환했다.

다음날 이른 새벽 원군과 이군 처갓집을 향해 남쪽으로 달렸다. 도중에 아침식사를 한 후, 메콩강을 건너 5시간 만에 칸터시 외각 원군 처갓집에 도착했다. 장모가 반갑게 사위 일행을 맞았다. 사위의 손을 부여잡고 이내 눈시울을 적시는 장모님을 뒤로 한 채, 이군 처가를 향해 달렸다.

2시간동안 포장도로를 달린 후, 덜커덩거리는 비포장 강변길을 따라 30여분 달린 후 제법 깔끔해 보이는 외딴집 앞에 차가 멈췄다. “이군 처가는 제법 잘사는가 보다”라고 상상하며 차에서 내리는 순간, 그 상상은 산산이 깨지고 말았다.

강가에 매어둔 위태로운 긴 쪽배로 신랑의 손을 잡고 오르는 것이 아닌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어쩔 수 없이 기우뚱거리는 긴 쪽배에 올라 유유히 흐르는 메콩강을 따라 10여분, 드넓은 평야 중앙을 흐르는 샛강을 따라 20여분, 한 동안 좁은 수로를 따라 달리다가 끝없이 넓은 들판 외딴집 앞에 배가 멎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오지의 시골집이다. 야자수 잎으로 엮은 지붕을 대여섯 개의 기둥이 떠받치고 있으며, 벽은 볏짚으로 양옆 일부만 둘러친 오두막집이다. 내부는 칸막이도 없는 통짜 방으로 흙바닥에 조잡한 들마루와 몇 개의 나무침대가 놓여 있다.

앞부분은 거실 겸 침실, 중앙은 부엌, 뒷부분에는 돼지우리가 있다. 낮 동안은 돼지만 우리를 지키다가 밤이 되면 사람과 동물(돼지, 개, 닭, 오리 등) 모두가 집 안으로 기어들어와 함께 잠을 자는 진풍경이 벌어질께 뻔하다.
화장실은 집 뒤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 앞부분만 거적으로 가린 화장실은 수로 중간지점까지 몇 개의 나무를 다리처럼 만든 구조물 끝 부분에 두 개의 통나무를 나란히 고정시킨 것이 고작이다.

시원스레 불어오는 바람결에 싱그러운 벼가 물결을 이루는 끝없이 넓은 평야를 바라보며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메콩강 유역 오지의 웰빙화장실(?)에 쪼그리고 앉아 용변을 보다가 야릇한 상념에 잠겼다.
수로에 떨어지면 물고기가 일부 먹고, 그 물고기는 오리의 먹이가 되고, 결국 그 오리는 사람의 식탁에 오를 것이 아닌가!

나머지는 메콩강 줄기를 따라 바다로 흘러 태평양을 누빌 것이라는 야릇한 상념에 젖어 웰빙화장실에서 망중한을 즐기던 우스꽝스런 모습을 상기하노라면 지금도 폭소가 터진다.

이런 오지의 환경에서 자라난 여성이라면 우리 농촌에도 잘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안심이 된다. 비행기 창문으로 호치민시 불빛이 멀리 사라지는 순간 비로소“노총각 장가들이기”를 멋지게 성공시켰다는 성취감에 뿌듯한 마음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문의. 017-263-3661)

필자 : 한익환=세계결혼정보 대표, 한국결혼중개업협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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