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발하며 밝혀진 촛불이 여의도와 청계천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는 ‘쇠고기시장 전면개방 진상규명 및 대책마련을 위한 청문회’가 개최됐다.

지난 7일 개최된 청문회에는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 이상길 축산정책단장, 김창섭 동물방역팀장, 강문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 등 쇠고기 협상과 검역을 담당하는 정부측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밖에 참고인으로 우희종 서울대학교 교수,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 우석균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연합 정책실장, 송기호 변호사, 조득래 전국한우협회 안동시지부사무국장,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박홍수 전 농림부장관, 성경륭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김영근 미국 워싱턴 전 한인연합회장 등이 참석했다.





물타기와 책임 떠넘기기

청문회 개최 과정에서 불거진 여야의 공방이 그대로 이어졌다. 평소 적극적인 농해수위 활동으로 농업인의 권익을 대변하던 몇몇 의원들이 소속 정당에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위한 ‘물타기’ 발언에 나서면서 빈축을 샀다.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은 “협상을 타결하기 전 전문가 및 축산단체 등과 충분한 공청회나 토론회를 거쳐야 했으나, 이런 과정을 밟지 않은 것이 오늘 사태의 원인”이라며 유감은 표시했다. 이어 협상 과정에 대해 2005년부터 조목조목 나열하며 지난 정부에서부터 연계된 “최근 협의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조건은 사실상 노무현 정부에서 다 이루어진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온 협상을 이명박 정부에서 마무리한 것뿐인데 마치 정부가 협의를 잘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은 “야당이 광우병 위험을 부풀리면서 축산농가들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순진한 어린 학생들을 선동하고 조장한 야당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인수위 시설 농촌진흥청의 폐지안 등이 현 정부 농업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런 정책을 내놓은 농식품부 관료들의 무책임함이 드러난 것”이라고 질책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야당이 어린 학생들을 선동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잘못된 주장”이라며 “학생들이 자진해서 나선 촛불시위를 (치기어린) 덧없는 행동으로 치부하는 것은 동료의원들과 학생들을 모독하는 행위”라며 지적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성경륜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참여정부는 쇠고기 협상에 대한 일관된 원칙을 갖고 있었다”며 “노무현 대통령도 30개월 미만 조건을 미국이 수용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가지 말라 했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광우병 괴담과 혹세무민(惑世誣民)

농해수위에 처음으로 참석한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현제 광우병은 미국소고, 이는 곧 국가적 재앙으로 통하고 있다”며 여론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차 의원은 강문일 수의과학검역원장의 답변을 이끌어 내며 세간에서 떠돌고 있는 괴담수준의 말들(광우병 소의 해체에 사용된 칼과 도마, 광우병 소를 원료로 쓴 생리대, 화장품 등을 통한 인간 광우병 감염)의 사실여부를 확인하며 사실무근을 주장했다.

준비된 차트를 제시하면서 “국민의 불안을 증폭시키며 혹세무민(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미혹하게 하여 속임)하는 세력이 있다”며 안티MB카페와 6.15 남북공동선언 실천연대 등을 지적했다. 이들이 광우병 논란을 이용해 이명박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세력으로 이들 홈페이지에서는 김일성 전집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등의 ‘색깔론’을 제기했다.

또한 일부 방송의 상업주의가 광우병 공포를 키우고 있다며 “인간 광우병이 걸리려면 그 원인이 수천 수백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의 원인만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며 “이것을 증폭시켜 대통령 탄핵까지 몰고 가려는 불순한 세력들이 있다”는 발언으로 ‘음모론’까지 거론했다.

이 과정에서 제시했던 차트 속에 박홍수 전 농림부장관의 실명이 들어있어 “명예를 훼손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라”는 박 전장관의 거센 항의가 있었다.

장관 ‘자질론’과 검역주권 포기 논란

정운천 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시부터 ‘수입상’ 논란을 지적했던 통합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농식품부 장관의 ‘자질론’에 다시금 불을 지폈다.

조 의원은 “값 싸고 질 좋은 쇠고기가 있나, 미국인이 먹는 30개월 이상의 값 싸고 질 좋은 쇠고기가 있나”를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개인의 판단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인들이 먹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다소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이는 조 의원의 질문에 답변이 궁색해진 정 장관이 추궁에 못이기는 모양세였다.

조 의원은 미국에서 식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쇠고기의 월령과 3차 전문가 회의 내용과 2007년 4월 9일 우리 정부가 OIE에 제출한 의견서 등에 대한 내용을 지적했다. 이에 정 장관이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답변에 “미국인의 95%가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를 먹고 있는 사실도 모르는 장관이 어떻게 자리를 지키고 있냐”며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헌법 36조 3항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해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번 협상은 헌법과 국제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당연히 무효”라고 주장했다.

통합민주당 우윤근 의원은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지난해 9월 28일 성인남녀 3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미 쇠고기 협상에 대해 70.1%가 미국에 대한 저자세를 지적했고, 73.9%는 광우병이 불안하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18일 타결된 협상에 대해서는 60.5%가 정치적인 협상, 75.1%가 졸속 협상이라고 응답했고, 77.6%가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참고인들의 ‘알찬’ 증언

송기호 변호사는 “국제통상법과 국제식품법은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해당 국가는 잠정적인 검역중단을 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한미 쇠고기 협상의 합의문을 볼 때 장관이 수입중단 고시를 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장관이 고시를 하지 않을 경우 협상의 효력은 발휘되지 않으며, 이럴 경우 미국 측이 먼저 재협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송 변호사는 “‘각국은 OIE 기준에 따라 검역기준의 변경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국제통상법에 규정되어 있다”며 “OIE 규정은 각국의 검역편차에 대한 조화를 규정한 것 뿐”이라고 지적했다.

우석균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연합 정책실장은 “최근 방송으로 보도되고 있는 기립불능소에 대한 영상은 동물학대와 관련된 동영상이 아니다”며 “이는 광우병 검역시스템의 ‘사각’을 보여주는 영상”이라고 주장했다. 우 실장은 “이를 두고 ‘혹세무민’을 운운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다”고 지적했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된 것이 2003년으로 최소 10년의 잠복기를 감안할 때 아직 시기가 지나지 않았다. (농식품부 장관이 주장하는) 전혀 걸리지 않았다는 것은 과학적이지 못한 주장이다”고 지적했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정부가 믿고 있는 OIE 규정은 지난 2002~2003년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2004년에 개정된 내용”이라며 “이후 30개월령 미만의 소에서도 발병사례가 나타났고, OIE도 통계작성의 기준을 24개월령으로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 교수는 “이는 30개월령 미만의 소도 위험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작년 9월에 열렸던 2차 검역전문가 회의에서도 주장됐던 내용”이라고 밝혔다.

김영근 워싱턴 전 한인연합회장은 “미국에서 소비하고 있는 쇠고기의 97%가 사료값 등의 이유로 20개월령 미만의 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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