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경보 수위를 강화했다. 또 경기 평택에 이어 전북 순창군에서도 AI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전남북 지역에만 적용되던 ‘경계’ 경보를 전국으로 확대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이전에는 전남북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주의’ 단계였다.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순으로 높아진다.
‘경계’ 경보가 내려지면 도 단위에 설치된 상황실이 상황본부로 승격되고 각 시군 단위에 상황실이 설치된다. 비상시 군과 경찰 동원 요청도 가능해진다.

또 농식품부는 이날 순창군의 한 오리농장에서 AI가 추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농장은 10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AI가 아닌 것으로 판정했던 곳이지만 재검사 결과 AI로 확인됐다.




◇AI 확산속도 너무 빠르다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속도가 빨라졌다. 경기도 평택에 이어 지난 16일에는 전북 순창에서도 추가로 AI가 확인됐다. 특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경기도까지 확산되면서 방역당국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발병원인조차 ‘오리무중’으로 AI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북 순창의 오리 농장의 경우 지난 10일 살모넬라와 대장균 복합 감염증 판정받았지만, 최종 AI로 진단이 나왔다. 농림수산식품부 김창섭 동물방역팀장은 “검사시료를 다시 채취해서 검사해본 결과 오늘 H5형 항원양성이 확인됐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이 농장은 기존 방역권인 전북 김제, 정읍 그리고 전남 영암과는 거리가 떨어진 곳으로 방역 당국은 10km의 새로운 경계지역으로 설정했다. 해당 농장의 오리 9천여 마리는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 됐다.
또 경기도 평택의 산란계 농장에서 발생한 AI는 고병원성으로 확진됐다.

아울러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김제 용지면을 비롯해 전남 나주와 구례에서도 추가로 AI 의심 사례가 신고되는 등 AI가 전국 각지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전남 최대 오리 집산지인 나주 공산면의 경우 고병원성 AI로 밝혀질 경우 200만 마리의 가금류가 모두 살처분 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16일 오전 9시 현재 신고 또는 발견된 AI 의심 사례는 모두 36건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 고병원성 AI로 판정된 것은 1차 김제(3일 판정), 2차 정읍 영원(7일), 3차 정읍 고부(8일), 4차 정읍 영원(9일), 김제 5곳과 전남 영암(12일), 김제 5곳(13일), 나주.김제.정읍 등 5곳(14일)까지 모두 20건이다.

◇AI 이동제한 닭·오리 수매
경계지역을 중심으로 한 수매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농가들의 피해가 커지고,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이에 따라 정부는 17일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 농가에 대해 정책자금 연장, 이자 감면 등 지원 대책을 내놨다. 또 AI 피해 농가에 대해 자진납부세금의 납부기한을 최장 9개월까지 연장하고 양계업자의 소득세나 법인제를 공제해 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과 특례보증 방안과 긴급운영자금 지원방안 등을 검토키로 했다.

특히 신속하게 수매에 나서지 않는 통에 농가피해를 확대시키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AI 방역권에 속해 발이 묶인 닭과 오리, 계란 등을 정부가 일괄 수매키로 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 같은 내용의 ‘AI 경계지역(10㎞) 가금산물 수매 및 지원 대책’을 마련, 각 시.도에 통보했다고 17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이 지역 닭·오리는 원칙적으로 농협중앙회에서 수매 시점 1주전의 산지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사들이고, 농가가 농협 이외 구매를 원하는 민간에 팔 경우에도 수매 기준 가격과 실제 거래가격간 차액을 농협이 지원한다.

계란의 경우 수매 대상은 아니지만, 유통업자의 구매 희망가격과 시중 가격의 차이를 시·군이 보전해준다. 시중 가격은 앞 주 산지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하되 최대 지원 한도는 수매기준 가격의 35%까지다.

◇AI확산에 매출 10~20% ↓
가금산물 매출 하락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BBQ치킨의 14∼15일 판매량은 AI가 발생하기 2주 전보다 8%가량 줄었다. 교촌치킨과 페리카나치킨도 같은 기간 각각 2주 전보다 20%와 10%가량 매출이 감소했다. 지난주 매출액 감소분이 평균 5%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닭고기 매출이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형마트에서도 닭고기 판매량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전북 김제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진 3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 생닭의 하루 평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가량 줄었다. 롯데마트도 AI 발생 초반 1주일간에는 생닭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가량 줄었으나 최근 일주일에는 14%로 감소폭이 커졌다.

농협 하나로 클럽 4대 매장(양재, 창동, 고양, 성남)의 닭고기와 계란 매출액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닭고기의 경우 지난 1일 매출액은 1483만여원이었으나 지난 15일에는 596만여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계란 역시 1일 1647만여 원이었지만 15일에는 1588만여원으로 줄었다.

한편 농협과 가금업계는 지난 16일 닭고기나 오리고기를 먹고 AI에 걸리면 최대 20억원까지 보상해주는 NH보험의 ‘AI배상책임보험’에 공동으로 가입했다. 이 보험의 계약기간은 이달 15일부터 내년 4월 14일까지 1년간이다.
농협은 이번 보험가입은 소비자들이 축산물의 소비를 기피하는 현 상황에서는 이번 조치를 통해 닭고기와 오리고기가 안전하다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 “AI극복 정부차원 노력 아끼지 않을 것”

AI 사태가 확대되면서 정치권에서도 이례적으로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생색내기용’이라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토양 오염과 밀집 사육이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조류인플루엔자를 예방하기 위해 닭과 오리의 사육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천안과 아산, 김제 등 AI가 중복 발생한 지역의 특징은 토양이 오염돼 있고 닭과 오리들을 너무 밀집 사육하고 있는 것”이라며 “축산단지 현대화 등 대책마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국가적인 재난·재앙에 군이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참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전남 영암군청에 마련된 조류인플루엔자(AI) 대응대책본부에서 AI대책 추진상황을 보고받고 “방역대책 강화와 피해농민에 대한 생계비 지원, 소비촉진 등 정부차원의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류인플루엔자 대응대책에 대해 한 총리는 “민과 관이 합심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양계농가에 대한 소독을 철저히 하고 이동제한 조치를 강화하는 한편, 피해농가에 대한 생계안전대책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 발병원인 ‘오리무중’
이번 AI 사태가 국내에서는 지난 2003~2004년, 2006~2007년 겨울에 이어 세번째 발생이지만 이번에는 발병시기ㆍ환경이 과거와 전혀 다른 데다 감염경로도 밝혀지지 않아 방역당국과 축산농가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AI는 주로 겨울인 11, 12월에 시작돼 3월 초ㆍ중순까지 이어졌지만 올해는 기온이 20도 안팎까지 오르는 4월에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AI바이러스는 통상 영상 4도의 차가운 날씨에 가장 오래 생존하며, 이 때문에 추운 겨울에 주로 발생한다는 통념이 깨진 것이다.
또 과거에는 오리가 AI에 감염돼도 집단 폐사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닭 뿐만 아니라 오리까지 모두 폐사하고 있어 방역당국은 긴장하고 있다.

특히 올해 AI 발생 시점은 철새가 대부분 돌아간 이후라는 점에서 유입 경로가 다르거나 변이된 신종 바이러스가 풍토병화 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AI가 발생한 농장간에 역학적 관련성이 낮은 것으로 밝혀져 지난 2006년때처럼 전남ㆍ북 이외의 지역에서 독립적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김창섭 동물방역팀장은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겨울철새를 통해 유입된 북방형의 H5N1 바이러스만 확인됐다”며 “올해 발생한 AI 바이러스가 신종인지 여부는 정밀 검사를 지켜보며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번에 발생한 AI 원인과 경로, 오리 집단폐사 등을 규명하는 데는 6개월 정도 걸린다”며 “그 전에는 피해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살처분 외의 다른 방법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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