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4월 초. 포도농장 안으로 들어서자 기자의 안경에 김이 확 서린다. 이곳은 전 농촌지도자안성시연합회 허병만 부회장의 가온재배 포도농장이다.
전국 소비자들로부터 무한 신뢰를 받고 있는 안성포도는 100여 년 전 안토니오 콩베르 신부가 프랑스에서 가져와 안성성당 앞에 심은 32그루의 묘목 중 2종이 살아남아 안성 포도농업의 시원이 됐다는 전설(?)로 유명하다.

허 씨의 ‘영광농원’은 경기도 안성 시내에서 38번 국도를 타고 일죽 I.C 방면으로 약 15분 거리의 보개면 상산리 초입에 있다. 도로변의 포도직판장 오른쪽에는 살림집이 있고 그 아래로 가온재배 하우스(900평)와 비가림 포도농장(1,200평)이 있다.

“가온하우스는 섭씨 30℃ 안팎을 유지하기에 그만큼 일찍 농사를 시작할 수 있다. 이곳에선 3월 초에 농사를 시작해서 8월 초중 순이면 수확이 가능하다. 물론 준비 작업은 1년 내 쉼 없다.”

그는 “지난 2003년 안성시농업기술센터에서 가온재배 시범포로, 2007년에는 FTA 시범사업대상으로 선정돼 그 보조금으로 가온재배와 비가림 시설을 확충했는데 재배법은 나름대로 특징이 있다”며 “자옥, 홍서보가 대표품종인데 수익은 연 6천만원 정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우스 내 파이프 설비, 관수시설, 스프링클러 등 제품의 질이 정말 좋아졌지만 그렇다고 일손이 줄지는 않았다고 한다. 포도농사는 타 작목에 비해 사람 손이 많이 가야 하는 대표작목이다. 포도에 조금만 소홀했다가는 ‘때깔’부터 틀려진다고 그는 귀뜸했다.

허 씨의 포도농장 바닥에는 풀(?)이 무성하다. 스프링클러에선 연신 물이 뿜어 나오는 가운데 바닥의 풀들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그는 “그냥 풀이 아니라 호밀이다. 4월말이나 5월초쯤 되면 사람 키처럼 커지는데 그때 잘라 거름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호밀은 뿌리가 깊어 지하의 양분흡수에 용이하고 많은 유기물을 함유해 아주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닥에 채광확보가 덜 되는 것이 흠이지만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기에 호밀을 통한 초생재배를 계속 유지할 계획이란다. 그는 또 초생재배를 통해 확보되는 지식과 가온재배 농업에서 쌓이는 경험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는데 이 노하우가 안성 포도농업발전에 밑거름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는 “규모를 늘리거나 다른 작목에 도전할 생각보다는 좀 더 좋은 포도를 생산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노력하는데 집중할 생각”이라며 “원가나 노동력이 절감되는 노하우를 개발해 젊은 후배들에게 전수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단골고객들에게 호평 받고 있는 질 좋은 포도를 생산하며 건강하고 풍요로운 영농생활을 즐기는 것이 작은 소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1년내 생산한 포도의 70% 이상을 단골 고객에게 현장 판매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끝으로 농촌지도자회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농촌지도자들은 한국농업은 물론 국가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한 역군들이라 할 수 있다”면서 “농사개량구락부시절을 거쳐 자원지도자연합회, 영농기술자회, 농촌지도자연합회를 거치며 오랜 기간 활동을 하면서 농업기술도 익히고, 친목도모도 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봉사했는데 그 시간들이 보람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삼죽면 회장으로 20년, 안성시연합회 부회장으로 3년 등 원조 농촌지도자회원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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