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팔방을 둘러봐도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장사꾼 기질로 똘똘 뭉친 정부의 관심은 오로지 성장제일주의로 치닫고, 긴 세월과 많은 자금 투여가 필요한 농업분야는 그래서 눈에 차지 않는다. 이미 인수위 때부터 농업 경시 태도가 노골적이더니 종당에는 농진청폐지안 발의라는 자충수로 농업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말았었고, 국제곡물가의 급등이라는 외부적 변수 앞에서 농가 스스로 위기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책임전가 식 ‘주인의식’이나 강조하고 있는 한 한국농업의 위기 탈출구는 난망할 수밖에 없다.

사즉생(死卽生) 각오로 위기를 극복하자고 거북선 이론을 제시하고 있긴 하지만 실상 찬찬히 살펴보면 과거에도 몇 번씩이나 반복됐던 이론들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 알고 있다. 하기야 농업회생 정책이란 것이 특출 난 것이 아니라면, 누가 얼마만큼 실현 의지를 갖고 추진하느냐에 따라 빛바랜 정책도 실효를 거둘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저 취임식의 고취된 기분으로 이런저런 정책들을 남발했을 때 그 결과는 용두사미가 될 것이 자명하다.
고유가, 사료가격의 급등, 비료 값의 터무니없는 인상 등 농자재 가격상승 압박은 농업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에게 희망을 앗아가고 있다. 1조원의 긴급 사료자금 지원이 실상 담보 능력이 없는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고, 설령 능력이 있다하더라도 한시적인 지원으로는 장기적 전망을 할 수 없음을 왜 생각지 않고 있는 것일까?

순간순간만을 면해보자고 하는 정책은 진정한 정책이 아니다. 위기의 근원을 힘들더라도 깊이 분석해 철저하고 장기적인 정책으로 전환해 수장이 바뀌더라도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지금이라도 우리 밀을 복원하고 새만금개발은 원 취지대로 농지로 활용해야 한다.

하우스재배 농가를 위한 대체 에너지의 개발과 식량자급률의 향상을 위한 농정 전반에 걸친 대대적 개편으로 위기에 처한 한국농업의 살 길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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