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부안군 동진면 상리, 찬튀탄튀씨(25)가 남편 백인기씨(37)와 2003년 결혼해 신접살림을 차린 보금자리다.
인근 지방도까지 마중 나온 남편 백인기씨의 트럭을 따라 논밭을 가로질러 뚫린 농로를 따라 들어갔다. 20~30여 호의 농가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그런데 마루 위에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는 농라(non la : 농은 모자, 라는 나뭇잎이라는 뜻, 일할 때 쓰는 모자로 베트남 여자들의 상징물)가 눈에 띈다. 눈이 녹아 질펀한 마당 한쪽에 조그마한 오토바이도 한 대 서 있다. 모두 찬튀탄튀씨의 애용품이다.

그렇게 찬튀탄튀씨는 자신이 갖고 온 농라와 함께 이곳 동진면 상리에서 천천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이다.
찬튀탄튀씨 부부의 딸인 주연(3)이는 연신 아빠 손을 이끌고 놀아달라고 한다. 허허 사람 좋게 웃으며 시린 손을 후후 불면서 눈뭉치를 굴려주는 아빠, 어린 딸과 놀아주는 남편 백씨의 모습에서 농촌생활의 고단함은 찾아볼 수 없다.

◇베트남 부인 때문에 농사 규모 3배 늘어
백씨는 결혼하기 전엔 농사를 8천여 평 지었다. 그러나 찬튀탄튀씨가 온 뒤로 규모는 세 배로 늘었다. 현재는 벼농사만 2만5천여 평을 경작한다.

“혼자서는 물론 어림없지요. 지금은 여건이 되잖아요. 집사람이 함께 해주니까 가능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그 땅이 다 백씨네 땅은 아니다. 트랙터, 콤바인 등 각종 장비들을 갖추고 있어 다른 사람들 농사를 위탁받아 짓고 있다. 덕분에 농가 소득이 두 배로 올랐다.

혼자 지을 때는 연간 2천만 원을 넘지 못했는데 현재는 논농사 수입만도 4천만 원을 육박한다.
찬튀탄튀씨는 부지런함으로 승부를 건 사람이다. 결혼 전에도 베트남에서 부모님과 같이 농사를 지었다.
그러나 한국이 베트남보다 농사짓기가 훨씬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1년에 최대 4모작까지 한다지만 거긴 직파법이라 일이 많지 않다. 그러나 한국은 엄청 일이 많고 복잡하다. 그래도 부지런하기로 치면 동진면 상리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럽다.

지난 여름, 찬튀탄튀씨가 자꾸 논두렁에 콩을 심자고 하더란다.
시어머니가 힘드니까 하지 말자고 말렸는데 노는 땅이 아깝다며 그예 심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결국 가을에 추수해서 1백26만 원이나 벌었다. 기특한 며느리에게 시어머니의 포상이 내려졌다. 거금 1백만 원을 용돈으로 주셨다.

“돈은 어떡하셨어요?”
“저축해 놨어요. 꼭 필요할 때 쓰려고요.” 살림살이도 빈틈없다. 저축과 절약정신이 몸에 배어 있다. 찬튀탄튀씨가 들어오고 집안 분위기도 좋아졌고, 소득도 올라갔다는데 친정에 보낼 선물 같은 건 없는지 주제넘게 물어봤다.

“무신 소리! 선물은 이미 보냈지. 쟤 데리고 올 때 우리 아들이 직접 베트남까지 가서 처갓집에다 ‘삐까뻔쩍’한 집을 져주고 왔다던데 직접 물어보소.”
시어머니의 말하는 폼이 자못 당당하다. 자처해서 말을 잇는 백인기씨.

“저 개인적으로 국제결혼을 찬성하지 않습니다. 한국으로 결혼이민을 오는 외국여성들은 대부분 기대치가 상당히 높습니다. 그에 비해 한국의 남자들은 조건이 상당히 안 좋은 편이지요. 나이도 많고 가진 것도 없고. 그렇잖습니까? 아무리 농촌 살아도 돈 많고 여자 편하게 해줄 수 있는 남자들은 다 장가들지요, 한국 여자들한테 말입니다.

저는 결혼하기 전에 금전적인 여유가 좀 있어 나름대로 준비를 했습니다. 그게 아마 집사람한테 큰 위안이 됐을 겁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 보면 대부분 돈 문제로 다투기도 하고 결국 이혼하기도 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제가 보기엔 성공적으로 정착해 사는 사람들도 많지만 실패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준비를 많이 해야지요. 한국 여성들 농촌 싫어서 안 온다고 외국여성들 데리고 와서 함부로 할 순 없지요. 정신적·물질적인 교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선행자다운 진솔한 말이다. 말이 나온 김에 찬튀탄튀씨에게도 결혼이민 올 후배들을 위해 조언을 부탁했다.
“베트남에서는 한국 남자들이 잘 살고 돈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막상 와보니까 생각처럼 잘 사는 게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신랑 재산 생각하지 말고 그냥 먹고 산다는 마음 자세로 와야 합니다. 남편 재산이 어느 정돈지 제대로 모르고 와서 돈이 없다고 싸우고 이혼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한국인들에 대한 이미지는 좋다고 했다. (농림부 여성정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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