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납품단가·할인 등에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 1천500억 지원

농업계, “생산기반 안정 제외한 농산물수급정책은 ‘사상누각’ ”

윤 대통령‘대파값 875원 합리적’발언도…‘골 깊은’농심 상처로

 

 

농산물값 안정을 위한 범정부적 긴급수급대책이 생산자인 농민들의 소득보호 관련 내용은 빠지고, 장바구니 물가안정을 구실로 유통업체들의 마진을 챙겨주는 방안에만 편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농업계를 책임지는 농식품부가 수확물 30% 감소라는 직접적 피해를 본 사과 농가 지원 대책은 없고 납품단가를 맞춰주고 마트의 판매정가를 보장해주는 등, 농업예산으로 유통자본에 편승하는게 옳은지 비난 여론이 높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대파 875원 합리적 가격’발언은 농민들에게 깊은 상처까지 남겼다. 

지난 18일 윤 대통령은 서울 양재동 농협하나로마트에 민생경제점검회의 주재와 현장 물가 상황 점검을 겸해 들렀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정부는 물가가 내릴 수 있도록 농산물을 중심으로 특단의 조치를 실행할 것” 이라며, 농산물에 대한 납품단가 지원, 할인 지원 등의 ‘제한없는 전폭’ 추진을 농식품부 송미령 장관에게 지시했다.

이에 송 장관은 “긴급 가격안정자금을 신속하게 확대 집행하고, 특히 소비자 체감 물가를 조속히 안정시키기 위해 납품단가 지원과 할인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지시를 받았다.

앞선 지난 15일 농식품부는 이와관련된 농축산물 긴급 가격안정기금 투입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농산물 납품단가 지원 품목을 기존 13개에서 21개품목으로 확대하고 959억원을 편성했다. 품목별 지원단가 또한 사과, 대파, 딸기 등에서 2배 정도 지원금도 늘렸다.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농축산물 할인 예산 또한 203억에서 500억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전통시장 농산물 할인상품권 180억원을 추가 발행한다. 축산물은 별도로 할인 및 납품단가 지원규모를 304억원 늘려잡았다.

관세인하로 수입하는 바나나·망고·파인애플 등의 과일류 31만톤에 대해 신속히 도입하는 한편, 관세인하 과일품목을 추가 발굴하는 계획도 세웠다. 

문제는 농업계의 싸늘한 반응이다. 농민의 소득과 경영안정을 위한 농업예산이 ‘가격안정자금’ 명목으로 유통업계의 마진을 채우는데 집행하는게 아니냐는 불만 논조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 농식품부가 959억원을 농산물 납품단가에 지원한다는 내용을 보면 대형할인매장에 농산물을 납품하는 출하장을 보유한 농협이나 지역 납품업체 등이 지원 대상이다. 일례로 마트에 사과를 납품하는 업체에게는 kg당 4천원씩 지원해준다.

가령 이 업체가 기존 kg당 1만원에 단가를 맞춰 마트에 납품하고 있다면, 4천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고 6천원에 납품하는 것이다. 이미 지난 가을철에 사들인 것이기 때문에, 일선 농가들과는 아무 상관없는 납품업체만을 위한 지원대책이다. 배추, 대파, 고춧가루, 배, 사과, 포도, 키위, 단감, 감귤 등 21개 품목을 취급하는 유통업체들이 대상이다.  

할인 지원에 투입되는 가격안정자금도 마찬가지다. 농식품부는 전국 1만6천여개의 대형할인매장·마트 등에 농축산물 구입시 1만~2만원 정도 할인 받는 내용의 유통업체 지원예산도 500억원 집행하고 있다.

지원사업의 집행 형식은 마트의 판매대 사과를 예로 들 경우, 마트 판매량을 집계해서 해당기관에 보고하면 거기에 준해 판매액의 30%를 지원해준다. 정가에서 30%를 할인 판매한 물량에 한한다. 소비활성화 효과가 있고 궁극적으로 마트의 이익으로 이어지는 정책이 되는 셈이다.

마트의 고유권한인 판매정가는, 포장·하역·운송·상장수수료 등의 직접유통비용에, 자릿세로 칭하는 마트의 임대료·제세공과금 등이 포함된 간접유통비를 합치고, 마트운영 이익을 총 합산한 마진을 뜻한다. 

농식품부가 물가안정을 이유로, 농업예산을 마트의 유통마진 충당을 위해 배정했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대목이다. 

경기 안성에서 배 과수를 하고 있는 진 모(61)씨는 “여러 예산들이 자칫 생산자인 농가들에게 지원하는 것으로 오해를 사기 충분하다. 생산기반을 빼놓고 가격안정대책을 세우는 개념없는 정책도 그렇고, 농민들의 요구에 귀를 가리고 있는 위정자를 생각해봐도 농사짓는 불안감은 더욱 심화된다” 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민생경제점검회의에 앞서 윤 대통령은 하나로마트 농축수산물 판매장을 소비가격 점검차 돌아봤다.

윤 대통령은 대파 판매대 앞에서, “대파 875원이면 그냥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된다” 고 말했다. 이 발언은 일파만파 번졌고, 정치권의 ‘대파값’ 성명 공방으로까지 비화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대변인 논평브리핑을 통해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만 하고 있다. 근본적인 물가 관리 대응과 농산물 생산·유통 구조 안정화를 위한 진정어린 대통령의 자세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같은날 녹색정의당 또한 대변인 브리핑을 내고 “대파·사과값 폭등은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 없다. 기후 위기 대책을 포함한 종합적인 먹거리 대책이 나와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날 대파값이 적혀있는 매대 표지판에는, 3일 전만해도 2천760원이 표시돼 있었고, 이틀전 1천원, 대통령이 방문한 당일에 875원 추가 할인행사가 막 시작된 유일한 마트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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