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Ⅰ. 정부 도정미 엉터리 품질, 날개단 쌀가공산업에  ‘찬물’ 

Ⅱ. ‘결국 품질이 답’ , 최고 품질 갖추지 못하면 퇴출돼야  

 

 

 

 

 쌀가공 산업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해외수출도 날개를 달아 어느새 농식품 수출 효자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매년 감소하고 있는 쌀 소비량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승승장구’ 하고 있는 쌀가공 산업 이면에는 도정미의 품질 문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쥐 사체부터 알 수 없는 이물질이 발견되는가 하면 보관 잘못으로 인한 품질 불만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부에서도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탓에 전국 각지 쌀가공 업체들은 원료곡의 품질 스트레스로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라는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본지는 쌀가공산업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기획 기사를 2회에 걸쳐 게재코자 한다.

 

 

# 사례1. 대기업과 거래로 품질경쟁력 확보한 민간RPC

정부미의 도정 품질이 제자리를 걸음을 반복하는 동안 민간 RPC는 최고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수십억원의 투자비를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품질 고급화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한창인 것이다. 

경상북도 의성군에 소재한 한 민간 RPC는 CJ, 이마트 등 대기업과 거래를 통해 압도적인 품질 경쟁력을 확보한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애초 RPC 운영 목적은 관내 농업인들의 벼 수매 및 도정, 판매가 목적이었지만 수년간 지속된 적자 운영으로 존폐 위기에 내몰리면서 자구책으로 품질 강화에 눈을 뜨게 됐다. 

이 회사 관게자는 “품질이 떨어지다 보니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울며 겨자 먹기로 원가 이하로 판매되는가 하면 툭하면 반품 요구가 많았다” 면서 “특히 기껏 납품한 쌀 품질을 두고 ‘이물질’ 등 갖가지 이유로 납품가를 후려치는 사례도 많아 팔수록 적자가 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고 말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절박함에 품질 고급화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과 함께 거래처 개선을 시도했다. 그러다 새로운 도정공장을 찾고 있는 CJ와 운좋게 거래가 성사됐다. 흔히 햇반이라고 알려진 도정쌀을 납품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과 거래가 성사됐다는 기쁨도 잠시, 사사건건 품질을 지적하는 대기업 측의 요구가 지속되면서 임직원들의 피로도가 심각해졌다. 내부적으로‘포기하자’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결국 ‘포기’ 를 두고 고민이 심각해졌지만 한번만 더 해보자는 의지로 마지막 힘을 짜내 품질 고급화에 도전하게 됐다. 그나마 대기업 기술진들이 파견돼 쌀 도정 전과정을 세밀하게 점검하고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는 것들을 바로잡아 주면서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관계자는 “대기업 납품이 얼마나 엄격한지 상상조차 못할 것”이라며“가령 10톤을 납품했는데 이물질이 한 개라도 발견되면 전량 반품은 기본이고 이물질이 발생한 원인과 조치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이 문제가 개선·조치가 완료되지 못하면 납품도 중단된다” 고 말했다. 

이 민간 RPC는 혹여 모를 품질 시비를 방지키 위해 도정 전과정을 두 번씩 점검할 수 있도록 색채선별기 등 고가의 장비를 추가적으로 투입했다. 대기업과 거래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 정도로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면서 매년 흑자 경영을 실현하고 있다. 적자에 허덕이다 청산 위기까지 내몰렸던 시절과 비교하면 개과천선(改過遷善)한 셈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이미 민간 RPC는 소비자 눈높이 맞춘 품질 고급화에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데다 도정기술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면서“반면 정부미가 변화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위기의식이 없기 때문으로, 정부 차원에서 엄격한 품질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고 꼬집었다. 

 

 

# 사례2. 품질 고급화로 매출 신장 지속

전형적인 농촌 고장인 전라남도 구례군에서 지난 2022년부터 대림정미소를 운영하고 있는 최순고 대표는 도정 미질, 높은 수율을 앞세워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수 만평의 벼농사를 짓던 최 대표가 도정공장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기존 RPC에서 미질의 품질이 개선되지 못한 탓에 직접 나서게 된 것이다. 

최 대표는 그길로 전국 각지 이름난 미곡종합처리장을 찾아 다녔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하자는 생각에 10여 곳의 미곡종합처리장을 방문해 장단점을 파악하고 운영 노하우를 배웠다. 이를 통해 자신만의 미곡종합처리장 설계를 완성하게 됐고 지난 2021년 2월 공사를 시작해 그해 12월 완공하고 ‘대림정미소’ 이름을 달았다. 미곡종합처리장에 투입된 자금만 무려 13억원이다. 

미곡처리장의 핵심장비인 색채선별기는 최고가로 설치해 흑미, 녹미 등 유색미는 물론이고 찹쌀도 선별이 가능하다. 또 도정 과정 등에서 섞여 나올 수 있는 이물질이나 불량품을 완벽하게 선별할 수 있을 정도로 품질 강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대림정미소는 1시간동안 3톤을 처리할 수 있고 무엇보다 벼가 쌀로 변신되는 과정, 총 14개 엄격한 공정을 거쳐 최상 품질의 쌀을 생산하고 있다. 쌀 품질 하나는 뛰어나다는 입소문을 타고 대림정미소는 거래처가 늘어나면서 순항 중이다. 

최 대표는 “민간 RPC가 지역농협 RPC 등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바로 품질 우위를 점하는 길밖에 없다” 면서 “그저 그런 쌀을 생산해서는 곧장 존폐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뛰어난 미질, 높은 수율을 유지하기 위해 아낌없는 투자와 함께 최선의 노력을 쉼없이 전개하고 있다” 고 말했다.

 

정부미 엉터리 미질, 민간 도정쌀까지 위협 

이처럼 민간 RPC에서 품질 고급화를 위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현실에 안주하다 논란의 대상으로 전락한 정부미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거세다. 자칫 정부미의 엉터리 품질로 인해 기존 쌀 시장까지 위협받는 지경이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간 RPC 한 관계자는 “도정쌀 품질 고급화는 시대 흐름이자 소비자들의 강력한 요구임을 상기해야 한다” 면서 “소비자들은 100m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도정쌀 품질은 고작 10m 오는데 그쳐 상황은 이미 끝난 것” 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반복적으로 품질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정부미 도정시설에 대해서는 철퇴를 내리고 퇴출시키는 것이 마땅하다” 고 강조했다. 

충북 청원군 소재 RPC 관계자는 “매년 떨어지고 있는 쌀 소비량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곳이 바로 정부미의 불량 품질 문제라고 꼬집고 싶다” 면서 “누구나 미질이 뛰어난 원료곡을 요구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참이나 품질이 떨어진 원료곡을 공급하는 것은 대한민국 쌀 산업 전체를  망치는 길과 다를바 없다” 고 지적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루쌀’ 을 계기로 정부미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도 실제로 정부미의 가루쌀 품질이 저하되는 도정시설에 대해 경고와 함께 퇴출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더욱 강력한 철퇴가 내려줘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정부가 나선다 해도 정부미 도정시설은 여전히 현실에 안주해 품질 논란의 대상이 지속될 것” 이라며 “정부미 도정을 민간 RPC로 확대하던지 정부미 도정 품질 평가제도를 엄격하게 마련해 품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곳에 대해서는 가차없이‘퇴출’시켜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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