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협, 피해현황 중간 집계 결과 전국 피해율 53%
등검은말벌 퇴치법·응애 방제제 개발 등 대책 절실

 

대전 중구에서 양봉업을 하는 권성순 씨가 꿀벌 집단폐사로 3분의 1도 차지 않은 벌통을 살펴보고 있다.
대전 중구에서 양봉업을 하는 권성순 씨가 꿀벌 집단폐사로 3분의 1도 차지 않은 벌통을 살펴보고 있다.

 

올해도 전국의 꿀벌들이 무더기로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최근 몇 년 새 반복되는 꿀벌 실종 사태에도 정부 차원의 마땅한 해결책은 마련되고 있지 않아 양봉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협회 회원 5,741명을 대상으로 월동봉군 소멸피해 현황을 중간 집계한 결과 전국 피해율은 53%로 조사됐다. 이들 농가는 월동 전 68만2,483군을 기록했으나 월동 후 36만1,796군이 폐사하고 32만687군만이 살아남았다.

보통 월동 전 봉군 1군당 꿀벌 2만 마리가 들었음을 가정할 때 약 72억 마리가 사라진 셈이다. 조사결과에 아직 경남, 경북, 전남, 충북, 제주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들 지역까지 조사가 완료된다면 더 큰 피해 결과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매년 반복되는 꿀벌 실종의 원인으로 이상기후, 외부 농약 노출, 응애를 포함한 각종 전염병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농가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대전 중구에서 40년 넘게 양봉업을 하고 있는 권성순(75) 씨는 월동 후 180군 중 130여 군이 폐사했다. 

권 씨는 “원인을 알면 그 부분을 보완하려고 노력할 텐데 전국적으로 원인을 모르는 꿀벌 폐사가 이어지고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다” 면서 “개미산, 옥살산 등 친환경 응애 방제제도 사용하며 정부의 방제 방안을 충실히 따라도 꿀벌 폐사는 계속되고 있다. 이제 진이 빠져 양봉 을 그만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고 하소연했다.

엄용철 양봉협회 대전지회장은 “농가들은 꿀벌 폐사의 원인으로 기후변화, 약제에 내성이 생긴 응애, 등검은말벌 등을 꼽는데 정부에서는 제대로 된 원인 파악조차 하지 않고 응애 방제에 실패한 농가 부주의가 문제라며 농가 탓을 하고 있다”며“농가 탓만 할 게 아니라 꿀벌 실종에 관한 철저한 원인 규명과 새로운 응애 방제제 개발 등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고 호소했다.

아울러 엄 회장은 최근 해외에서 유입된 등검은말벌로 인한 피해도 커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엄 회장은 “등검은말벌은 기존에 농가들을 힘들게 했던 장수말벌보다 빠르고 힘이 세, 끈끈이에 달라붙지도 않고 마땅한 방제, 퇴치 방법이 없다” 며 “몇 년 전부터 지속된 등검은말벌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정부에서 생태를 파악해 과학적으로 검증된 효과적인 방제 방법을 시급히 마련하고 농가에 보급해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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