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제 훈   경기도농업기술원장

 

 

통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는 대략 1,500만 명에 달한다. 시장규모도 2021년 약 3조에서, 2027년에는 약 6조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제는 동물을 인간의 즐거움을 위한 소유물이 아니라 친구로 봐야 한다.

그래서 애완동물(pet)이 아니라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가족의 범주에 들어온 것은 반려동물만이 아니다. 반려식물도 가족이 됐다.

필자는 아글라오네마를 첫 반려식물로 본다. 30년 전인 1994년에 개봉한 「레옹」이라는 영화가 있다. 하루아침에 가족이 몰살당해 고아가 된 소녀 ‘마틸다’ 와 고독한 살인청부업자 ‘레옹’ 의 복수극을 그렸다.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냉혈한 기질로 임무를 수행하는 레옹은, 애지중지하는 화분 하나를 창가에 두고 늘 보살핀다.

사람을 죽이며 잠도 편하게 자지 못하고,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터놓지 못하는 레옹에게 그 화분에 있는 식물이 유일한 친구다. 외톨이인 자기 처지와 같다면서 애지중지 잎을 닦아주는 이 식물은 레옹에게 숨통같은 존재일 것이다.

“나도 행복해지고 싶어. 잠도 자고, 뿌리도 내릴거야” 라고 하는 말에서 느낄 수 있다. 믿을 수 없는 사람과 달리 자신에게 매달리지 않고 귀찮게도 하지 않기에 그의 사랑을 받는 유일한 존재가 그 식물이다.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레옹은 그 식물을 손에 들려 피신시킨다. 레옹이 세상을 떠난 후, 학교로 돌아간 마틸다는 그 식물을 운동장 모퉁이에 심으며 “I think we’ll be ok here, Leon.(레옹, 여기는 괜찮을 거예요.)” 이라고 말한다. 아마, 이제는 편한 곳에서 뿌리내리고 잠도 맘껏 자라는 소망을 담은 말일 것이다. 그 식물이 바로 아글라오네마이다.

외로운 사람 두 명이 식물에게 의지하고, 식물을 통해 위로를 받고, 희망을 기대할 수 있기에, 필자는 그 식물을 첫 반려식물로 본다. 아글라오네마를 통해 행복을 바랄 수 있기에 더더욱 그렇다.

동물과 달리, 대체로 이동하지 못하고 체제가 비교적 간단해 신경과 감각이 없고 셀룰로스를 포함한 세포벽과 세포막이 있는 것을 식물이라고 한다. 광합성을 해 에너지 비축에 필요한 포도당을 만들어야 하기에 주로 녹색을 띠고 있다. 햇볕을 받고자 주로 밖에서 자라는 식물을 실내로 들여온 것은 실내장식과 공기정화가 주목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목적을 넘어 삶을 공유하고자 식물을 찾고 있다. 우수와 경칩이 지나고 춘분이 다가오고 있다. 바야흐로 반려식물 들이기에 딱 좋은 시기다.

이제는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도 사람과 일상을 함께하는 동반자가 됐으며, 식물들이 지닌 다양한 매력을 활용하면 우리의 지친 몸과 마음 치유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반려식물을 실내에 조화롭게 배치하면 삭막한 실내 분위기를 싱그럽게 만들고, 공기정화에도 도움을 준다.

스마트폰 보급이 급격히 늘어난 시대상을 반영해,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는 누구든지 쉽게 이용할 수 있게 사이버 세상에서 식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로 사이버식물병원 누리집(www.plant119.kr)에 접속해 식물 피해 사진과 재배 정보를 올리면, 전문가가 진단해서 치료 방법을 알려준다.

처음에는 농작물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도시민의 반려식물에 대한 진단서비스도 하게 되면서, 작년에 관련 자치법규도 제정해서 체계적인 운영을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내 삶을 공유하는 반려식물을 맞이해 보고, 혹시라도 문제가 있으면 사이버식물병원에 접속해서 식물과 친해지는 계기를 마련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집에서, 학교에서, 사무실에서, 늘 가까이에 둘 수 있는 새로운 식구‘반려식물’을 키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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