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 농협하나로마트에 들러 대파값을 얘기한게 화제다.  “저도 시장을 많이 봐봐서 대파 875원이면 그냥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이 되고…”. 

이날 가십성으로 방송과 신문을 탄‘합리적 대파값 ’뉴스는 정치권에‘ 물가에 어두운 대통령’이라는 날 선 정쟁의 빌미를 제공했고, 다른 한편 해당 마트의 대파는 연일 조기 소진되는 촌극을 발생시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대파값이 진짜 그래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웬만하면 농산물값이 많이 저렴해야 한다는 소비자 입장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전하기도 했다.그런데, 대파를 키우는 농가를 비롯 농업계 전반에선 깊은 상처가 생겼다.

굳이 오해라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적정한’ 농산물값을 정부 마음대로 후려쳐서 정하는 과거와 현재를 떠올리면, 농민들은 윤 대통령의 한마디를 다른 식으루‘퉁 칠’여력이 없는 상태다.

비싼 농산물값은 적극 낮추고, 낮은 값은 손 놓고 바라보는 윤석열정부의 농정 기조를 생각하면, 덧난 상처에 더욱 깊은 비수를 꽂는 말로 들린다. 정부의 ‘농사값’ 하대 정책은 20만원으로 정해버린 쌀값이 그러하고, 수확기에 맞춰 수입산을 방출하는 양파, 대파, 마늘이 그러했다. 전부 최근 2년 사이 일이다.

품목별 농산물이 부족하거나 가격이 오르면, 일괄적으로 저율할당관세(TRQ)를 매겨 수입산을 늘리는 방법이, 우리 정부의 농산물수급정책으로 관성화됐다. 현 정부에서, 당장 가격회복의 기회마저 상실한 농업이라는 소득사업은 매력이 없다. 

얼마 정도의 목표가격 예측도 어려운 농사라는 업종은, 생활에 묶인 배경만 아니라면 금방 정리해야 마땅한 상식이 됐다. 이런 굳은 생각들이 조금만 더 합쳐지면, 우리가 예전부터 이론적으로만 전해들은 '농업생산기반 붕괴'와 만나게 된다.

일례로 2023년 12월 4주차 랭키파이(트렌드지수를 분석한 지표)의 과일류 순위 차트에 따르면 망고, 레몬, 바나나, 자몽, 파인애플, 체리, 오렌지 등 7품목의 수입과일이 소비자가 찾는 10위권 선호 품목으로 돼 있다. 최근 5, 6년 수입개방 결과다. 윤 대통령의 대파값 발언은 농민들에게 이런 낭떠러지 앞에 더욱 서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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