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비자가격 낮아질 때까지 ‘수입산 방출’ 피력
농업계, “‘낙수효과’ 원리 되풀이…사과 생산기반 붕괴 가속화”

정부가 ‘사과값 꺾기’ 에 범정부 총력대응에 나섰다. 언론은 연일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과일값’ 을 지목하고 집중 포화 중이다. 이들 주장의 명목상 이유는, 3.1%로 치솟은 2월 소비자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물가안정대책이지만, 타깃으로 과일값을 정조준하고 있고, 저변에는 농업파괴의 도화선을 지피고 있다.

 

 

 

“수입 농산물 무한 방출 지속한다”

정부는 농산물 수급조절의 유일한 대안으로 수입농산물 무한방출을 들고 있다. 소비자가격만 낮출 수 있다면 국내 과일 성출하 시기에 구애받지 않고 수입과일 공급에‘올인’하겠다는 계획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현 정부의 올‘민생경제 1호 정책’인 과일 30만톤 할당관세 도입 대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 서자, 농축산물 추가 관세 인하와 정부 직수입·공급 방안 등을 새로 발표한 것이다.

지난 6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의‘물가관계장관 회의’에서는, 연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약속했던 2%대 물가 안착을 위해 범정부 총력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3% 대로 상승하면서, 맨 먼저 과일 중심의 농축수산물 물가안정에 총력전을 펼치기고 한 것이다.

이날 회의 결과와 7일 송미령 농식품부장관의 물가 관련 기자간담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농축수산물 ‘물가잡기’ 에 모든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실무부처인 농식품부는 차관 중심으로‘비상수급안정대책반’을 꾸렸다. 그만큼 관련 회의를 자주 갖는다는 뜻이다. 

농식품부는 농산물 수급대책으로 초지일관 지속하고 있는 TRQ(저율관세율할당물량)에 대해 품목을 늘리고 물량을 확대하기로 했다. 신선과일 뿐 아니라 냉동 과일믹스 제품까지 적용품목을 확대한다. 관세율을 50%에서 10%로 낮춘 만다린 500톤, 45%를 5%로 내린 두리안 1천300톤, 기존 관세 50%에서 10%로 들여오는 파인애플주스 수입전량 등이 해당된다.

대형할인매장(마트)들이 할당관세물량을 직수입해서 유통가격을 인하한게 확인될 경우 낮은 관세의 할당물량을 추가 배정해주는 인센티브도, 들여오는 도입실적까지 적용해 수혜를 주기로 했다.

수입단가와 판매가가 높아지고 있는 오렌지와 바나나는 정부 산하기관인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직수입해서 저렴하게 시장공급토록 적극 나서기로 했다. 대형마트 전시장을 모두 점유하고 있는 수입과일은 싸고 다양한데다, 정부가 나서서 유통마진을 생략해 직접 수입·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논리적으로 국산 과일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사과의 경우, 공급·소비 물량은 없고, 유통이 단절된 만큼 가격만 비싼 셈이다.

다른 농산물시장도 수입산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대파는 봄대파 출하시기인 5월 전에 할당관세물량 3천톤을 추가하고, 건고추는 TRQ 비축분 760톤을 신속히 방출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자조금을 통한 3월중 소고기·돼지고기 할인행사를 병행키로 했다.

 

“TRQ 수급정책 실패, 어제오늘 얘기 아니다”

농식품부는 5월 참외 등 과채류 성수 출하기 이전까지만 수입농산물로 조절할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정해진 기한 시급성을 감안하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정책 수단을 집중할 방침이라는게 농식품부 공식 답변이다.

하지만 과일시장을 필두로 국내 농업이 교란내지 파괴된다는 농업계의 반발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미 과거의 통계에서, TRQ 정책의 실패가 증명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2022년 추석명절 대목을 앞두고 실시했던 할당관세 0%의 10만톤 쇠고기 수입, 캐나다·브라질·멕시코산 돼지고기 무관세 5만톤 할당 적용, 비슷한 시기 양파·마늘 4만여톤 저율관세 수입 등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결과적으로 수입산 소갈비는 2~4.45%까지 가격이 올랐고, 같은 기간 한우고기값은 1.37% 떨어졌다. 수입삼겹살은 소폭 오르고, 국산 삼겹살값도 1% 이상 하락했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인 2023년 추석 명절 때도, 수입산 방출로 해결하려던 수급대책이 실패를 맞봤다. 이때에도 사과·배 등의 과일류 가격불안을 앞세워 파인애플·망고 등에 대해 30% 관세를 0%로 낮춰 수입산을 풀었으나, 추석은 물론 그 이후에도 사과값은 요지부동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다. 

11, 12월 새해 1월로 이어지면서 정부의 농산물 수급 계획에 TRQ 대책은 일관됐다. 과일 30만톤, 채소·축산물 6만톤 등을 신속히 도입해 푼다는게 대책의 기본 골격이었다. 12월말 농식품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TRQ대책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단 수입과일의 도매가격이 9~23% 하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달 6일 최 경제부총리는 “정부는 최근의 물가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인다. 가격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농축수산물에 대해 정부 역량을 집중하겠다” 고, 사실상 그간의 TRQ대책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인정했다.   

 

 “수입농산물 방출, 농업 파괴한다” 

현 정부가 물가잡기의 타깃으로 정한 사과의 경우, 이 또한 수입산 대체과일 방출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사과재배 특성상 기후변화에 따른 재배면적 감소, 농가들의 품목전환 등으로 매년 1%씩 공급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여기에 생산단가가 높아지면서, 소비가 줄어도 가격은 높게 매겨지는 국내 농업의 특수성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것이다. 

지난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농산물 수입정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여기에 참석했던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과거 이명박정부에서도 증명됐지만, 수입농산물을 풀어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정책은 우리 현실에서는 실패 정책” 이라며 “결과적으로 유통업자와 수출업자 이익만 초래하고, 국내 농업을 시장에서 밀어내는 원인을 정부가 지원하는 셈” 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TRQ 정책을 예전 실패한 경제정책이었던 ‘낙수효과’ 를 예로 들었다. 대기업이나 고소득층의 성장으로 경제 전체가 발전한다는‘낙수효과 이론’. 이 관계자는 “낙수효과를 내세워 피라밋식의 대기업 계층 경제를 만들고, 세상 어디에도 증명되지 않는 이론을 내세워 빈익빈부익부를 양산했다”면서“지금의 TRQ 정책이야말로, 물가안정 논리를 내세워 유통단계의 기업만 키우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을 씌우는 악재” 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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